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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Oct 16. 2024

29. 스카이포인트

물놀이에 지쳐 일찍 잠자리에 든 덕분에 눈을 떠보니 5시 30분이었다. 호주의 가장 동쪽이라 그런지 창밖은 이미 밝았다. 발코니로 나가 썬베드에 누워 눈부신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와 나무 아직 데워지기 전의 선선한 바람을 느꼈다. 이토록 평온한 공간과 시간이 또 있을까?

골드코스트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5시간 정도 남았다. 날씨를 확인해 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맑음이었다. 어제 가보지 못한 스카이 포인트를 재빨리 다녀오기로 했다. 서둘러 아이들을 깨우고 짐을 챙겼다. 가방은 호텔에 맡기고 8시에 스카이포인트가 있는 서퍼스 비치로 이동을 했다. 멜버른도 골드코스트도 트램이 있어 너무 좋았다. 어제 비는 기억에도 없을 만큼 해가 뜨거웠다. 이런 뙤약볕 속에서 서핑을 했다면 아마 더 빨리 지쳤을 것 같다. 역시 강사 말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었다.


전망대에는 이미 우리 보다 먼저 온 이들로 줄이 길었다. 스카이포인트에서는 아침시간에 조식뷔페를 즐기며 전망을 즐길 수 있는데 예약제가 아니어서 무조건 현장에서 기다려야 했다. 자리가 생기는 만큼 입장시키는 구조여서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사실 전망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일정에 넣을지 말지 고민을 하던 차에 여기 올라와야 볼 수 있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장면을 보는 순간 와야겠다 결심을 했었다.

기다린 만큼 보람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한쪽에서는 바다가 다른 편에서는 구불구불한 강이 보였다.  너무 멋진 풍경에 우리는 홀린 듯 인생사진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끝없이 펼쳐진 해안을 따로 줄줄이 들어오는 파도는 이곳이 왜 서퍼스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지 증명하고 있었다. 멋진 풍경은 평범한 조식뷔페를 근사하게 업그레이드시켜 주었다

배불리 먹고 나와 맨발로 바닷가를 걸었다. 이제 떠나야 한다니 나도 아이들도 아쉬웠는지 조금만, 조금만 더 하다 한참을 걸었다. 다시 여기를 올 수 있을까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되었다.

시드니로 가기 위해 다시 골드코스트 공항으로 이동했다. 떠나기 전 사용했던 고카드를 환불해야 했다. 여전히 고카드를 판매하는 마트의 줄은 길었다. 남편이 간식을 먼저 내밀자 판매원이 왠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그러다 곧 카드를 내밀자 ‘역시 너도!’하는 실망의 눈빛을 보냈다고 했다.

공항에서 골드코스트를 기억할 수 있는 마그넷과 간단한 음료를 샀다. 탑승 전 짐을 정리하는데 아까 샀던 마그넷이 보이질 않는다. 계산을 한 건 분명 기억나는데 그 걸 챙긴 기억은 없었다. 서둘러 판매점으로 달려갔다. 계산을 했던 무인계산대로 가보았지만 마그넷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직원이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핵심단어만 외친 나의 말을 직원은 찰떡 같이 알아듣고선 내가 놓고 간 마그넷을 찾아주었다. 다른 손님이 내가 마그넷을 두고 갔음을 직원에게 먼저 알려주었음을 알게 되었다. 땡큐를 연발하며 마그넷을 받아 들었다. 새삼 호주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참 친절했음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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