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일렁이는 대로 키보다 큰 보드도 같이 움직이니 몸을 움직이는 게 쉽지가 않았다. 설명대로 보드를 단단히 잡고 뒤에서 다가오는 파도를 살폈다. 다가오는 파도에 맞춰 보드에 몸을 올리고 손으로 보드를 집고 상체를 세웠다. 순식간에 미끄러지듯 모래 위로 올라왔다. 이거 재미있는데? 첫 시도에 보드에 바로 올랐다는 자신감에 또다시 바다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고 짠 물을 마셨다. 비도 맞고 물에도 빠지고 이미 몸은 흠뻑 젖었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보드 타기 딱 좋은 날이라는 강사의 말이 맞았다.
잠시 후 강사들은 우리를 다시 모이게 한 후 보드에서 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몇 번이고 연습을 했지만 뭍 위에서도 재빨리 서는 게 쉽지 않았다. 바다에서 서는 건 역시나 실패였다. 파도를 제대로 타려면 보드를 끌고 최대한 멀리 나가야 하는데 이미 기운이 다 빠졌다. 무거운 보드를 끄느라 나도 3번도 지쳤다. 우리는 포기하고 비 오는 바닷가에 앉아서 둘 만의 파도를 즐겼다. 여자 둘이 알아서 놀고 있는 동안 남자 셋은 보드에 서서 파도타기에 성공했다. 열심히 물개 박수를 쳐줬다.
어느덧 강습시간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남편은 서퍼들이 왜 파도를 찾아다니는지 이유를 알겠다며, 두어 번만 더 강습받으면 진짜 즐기며 탈 수 있을 것 같다며 단 한 번에 그친 강습을 매우 아쉬워했다.
즐거웠던 강습 뒤 우리는 수영복 차림으로 근처 놀이터에 비를 맞으며 놀았다. 삼 남매가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까르르 웃으며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을 보니 여전히 아이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아이들이 웃으니 나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장소를 바꿔 이번에는 숙소 야외수영장으로 향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풀에는 우리 가족뿐이었다. 눈치 볼 사람이 없어서 인지 비가 와서 인지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나게 놀았다. 평상시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해서일까 굉장한 해방감을 느낀 하루였다. 아쉬운 건 온 가족이 강습에 참여한 바람에 서핑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한 장도 남기지 못했다는 것 정도. 오늘 나는 자유로웠다.
온몸으로 느낀 자유로움도 잠시 배고픈 아기 새들을 먹여야 했다. 남편과 나는 고기를 또 열심히 구웠고, 설거지와 빨래를 하며 하루를 마쳤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창 밖에 무지개가 생겼다. 과학적 원리는 동일할 테지만 바다 위에 뜬, 호주에서 보는 무지개는 가족 모두를 더욱 행복하게 해 주었다.
길 것만 같았던 일정이 벌써 절반을 지났다. 내일이면 시드니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