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내려 짐을 끌고 숙소로 이동하는 길 조심스레 남편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거냐며 물었다. 아까 버스에서 남편은 숙소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우리 예약내용과 다른 내용이 발견되어 숙소 예약이 제대로 된 건지 자신이 없다고 했다. 최악의 경우 다른 숙소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제발 제발을 마음속으로 빌며 가방을 이끌고 숙소로 향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키를 받아 10층 방으로 올라갔다. 거실에서 보이는 바다뷰가 맘에 들어 예약했던 숙소였는데 사진 그대로였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들어갔다.
무사히 숙소에 들어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배고픔이 몰려왔다. 세 녀석은 잠시 숙소에서 쉬게 하고 우리는 또 장을 보러 나왔다. 카트를 밀면서 남편이 호주에서 마트를 제일 많이 들리는 것 같은데 이게 맞는 거야물었다. 은근 마트 쇼핑을 즐기고 있었던 나는 아이들 핑계를 대며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며 웃었다. 숙소로 돌아와 즉석식품과 소시지로 배를 채우고 바로 해변으로 나갔다. 숙소에서 길만 건너면 바다였다!
구름이 많긴 했지만 놀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사장과 해변을 따라 늘어서있는 고층건물들이 놀랍기만 했다. 그레이트오션로드와 또 다른 바다의 모습이었다. 왜 이곳이 황금해안이라 불리는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다. 정말 고운 모래와 놀기 딱 좋은 수온에 아이들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모래사장에 앉아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노라니 절로 미소가 나왔다.
신나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2번이 걸어 나왔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다가가보니 물속에서 뭔가가 자기를 찌르고 갔다고 했다. 팔과 다리에 긴 붉은 자국이 보였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해파리에 쏘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해변에 있는 구조대에 가면 약을 발라준다는 글을 읽고 라이프가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번역기를 돌려 상황을 알려주니 뭐라 뭐라 설명을 해주는데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라는 것만 알아들었다. 그리곤 오일을 발라주면서 큰 문제는 없을 거라며 걱정 말라고 했다. 놀란 마음에 둘이 먼저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시키고 나는 근처 병원과 도움이 될만한 약 종류를 검색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지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연고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해파리 촉수에 쏘인 곳은 붉은 자국이 남긴 했지만 병원을 갈 정도의 걱정할 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오븐에 스테이크를 구워 저녁 식사를 했다. 볶음라면에 샐러드까지 더하니 푸짐하고 멋진 한 상이 되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납작 복숭아를 후식으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1kg을 사 왔는데 순삭이었다. 설거지는 식기세척기를 믿어 보기로 했다.
해가 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일은 서핑강습이 예약되어 있어 괜히 더 걱정이 되었다. 바다는 깜깜했지만 해변가에 늘어선 건물들의 불빛이 꽤 괜찮은 풍경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