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인천공항을 떠난 지 어느덧 6일 차가 되었다. 뭔가 굉장히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은 것 같기도 하고 매일 밥을 해서 그런지 그냥 주말을 길게 보내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덧 여행기간의 중반에 도달해 버렸다.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멜버른에서 골드코스트로 이동을 해야 하는 날이다. 멜버른에서 마지막 아침을 허투루 보낼 순 없었다. 어제 미리 찜해둔 카페로 향했다. 숙소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카페인데 사장님이 한국분이셔서 맘 편하게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반갑게 안부를 묻는 단골손님들도 제법 보였다. 장사가 잘 되는 모습에 괜히 내가 안심이 되었다. 플랫화이트랑 재플(호주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구운 토스트)을 샀는데 맛만 본다던 애들이 다 먹어 버렸다. 이럴 줄 알 았으면 더 사 올걸...
아침 8시, 숙소에 들어올 때와 같은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도착했을 때 못 올라가 섭섭했던 스카이버스 2층 맨 앞 좌석에 앉아 신나게 공항으로 이동했다. 멜버른에서의 5일이 막 스쳐 지나갔다. 있는 동안 진짜 더웠는데 가이드 말로는 1년에 10일 정도 미친 듯이 더울 때가 있는데 지난 며칠이 그런 날씨였다고 했다. 남극해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갑작스러운 비바람과 녹아내릴 것 같은 태양까지 정말 변화무쌍한 멜버른의 날씨를 제대로 경험해 본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갈까 말까 엄청 고민했던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12사도가 너무 기억이 남았다. 길이 멀어 차를 오래 타야 해서 멀미를 하는 2번이 고생하기는 했지만 그 풍경을 실제로 봤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남편이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숙소는 시청 인근이어서 정말 위치가 좋았다. 교통도 편하고 장 볼 곳도 가까워서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많이 걷지 않아도 되고 아침마다 들리는 트램소리가 알람역할도 해주니 늦잠 잘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공항에서 별 일 없이 검색대를 통과하나 했는데 이번에는 1번이 걸렸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보안요원 손에는 빨간색 프링글스통이 들려있었다.
예상치 못한 웃음을 보안요원에게 선사하고 배고픔을 해결하러 식당으로 향했다. 첫 끼니로 쌀국수를 먹고 후식으로 맥도널드 소프트콘을 먹었다. 분명 같은 소프트콘인일텐데 호주가 맛도 양도 이겼다.
골드코스트 이동은 젯스타를 이용했다. 이 항공사의 모든 서비스는 다 유료라더니 정말 물도 한 잔 안 줬다. 다행히 비행기는 무사히 골드코스트에 잘 도착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교통카드(고카드)를 미리 구입해서 숙소로 이동을 해야 했다. 이미 공항매점에는 고카드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었다. 긴 줄을 참고 카드를 사서 철저한 계산으로 딱 필요한 금액만큼 충전까지 마친 남편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이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남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저 눈빛과 입모양, 폰을 자꾸만지작 거리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분명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