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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Sep 27. 2024

24. 다음은 런던?

더 이상 12개가 아닌 12사도를 뒤로 하고 또 이동을 했다. 공사 중이라서 내려가지 못하고 멀찍이서 로크 아드 협곡(Loch Ard Gorge)을 지나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헤어진 톰과 에바(Tom and Eva)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커다란 두 덩어리의 바위도 보았다. 거칠 것 없이 펼쳐진 끝없는 바다는 하늘과 닿아 있었고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조각작품에 감탄을 하다 문득 뒤를 바라보았다. 땅은 높낮이가 없이 초록의 관목들이 드넓게 펼쳐져 역시 하늘에 닿아 있었다. 전혀 다른 두 개의 풍경이 앞 뒤로 보인다.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조금 더 가서 레이저백(Razorback)과 런던 브리지(London Bridge)도 보았다. 다른 여행자들의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무너진 런던 브리지를 연결시키는 포즈도 슬쩍 따라 해 보았다.



런던 브리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데 1번이 스윽 다가와 한마디 했다.

"우리 다음에는 진짜 런던 브리지 보러 가요."

같이 가자는 아이의 말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다시 적금을 들기로 맘먹었다. 


엄마와 아들의 동상이몽. 진실은 무엇?


이름 그대로 그레이트한 풍경들을 눈에 가득 담고 나니 어느덧 멜버른 시내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16시 30분 오션로드를 출발했는데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엄청 막혔다. 가이드는 아침에도 이렇게 길이 막혀 힘들었다며 저기 내려 기차를 타면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어쨌거나 예정보다 늦은 8시가 되어서 차에서 내렸다. 저녁을 먹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오랜 시간 이동에 지친 아이들은 무조건 숙소에 들어가서 밥을 먹겠다고 했다. 결국 또 마트에서 장을 봐 고기를 굽고 남은 김치와 밥을 볶았다. 다행히 아이들이 너무 잘 먹어줘서 나는 얼마 먹지 못했다. 

산책을 핑계로 남편과 둘이 야식거리를 사러 나왔다. 손잡고 거리를 걷는데 남편은 아까 돌아오는 길이 너무 막히기도 하고 가이드가 종일 투덜거리는 것도 지겨워 진짜 기차표를 검색했다고 했다. 나는 거기서 내릴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는데 역시 나와는 다른 남편이었다. 많은 가게들이 닫혀있는데 유독 피자집들은 늦게까지 열려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피자를 사갔다. 다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사가는 모습이 왠지 퇴근길에 아빠가 사 오는 통닭 같다고 느껴졌다. 필립아일랜드 맛있게 먹었던 기억에 여러 개를 고르다 보니 어느새 한판이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온 가족이 나눠 먹는 이 순간이 그저 행복했다. 멜버른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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