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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Sep 25. 2024

23. 이름 그대로

댕댕댕댕, 차르륵차르륵 아침을 달리는 트램소리에 눈이 먼저 떠졌다. 잠시 후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멜버른의 트램알람은 꽤 효과적이다. 창 밖을 보니 민소매를 입고 달리는 사람과 경량패딩에 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사람이 동시에 보인다. 날씨를 확인해 보니 어제보다 훨씬 시원하다고 한다. 어제의 최고온도는 37도, 오늘은 18도다. 출국할 때 입었던 점퍼들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예약해 둔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 일일투어 집결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우리 가족 밖에 없었다. 최소 참가 인원 5, 총원 11명의 한국인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는데 우리 가족 말고는 신청한 사람이 없었다. 계획대로(?!) 우리 가족만의 오붓한 투어가 되었다. 딱 한 사람 가이드 아저씨만 불만이 있었다. 우리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오늘 하루 쉴 수 있었다는 진심이 듬뿍 담은 말은 투어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시내를 벗어나 1시간 정도 이동을 해 그레이트 오션로드 입구에 도착을 했다. 'Great'란 단어는 정말 정말 대단할 때만 사용한다더니 정말 입구부터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이들도 나도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었다. 론 해변(Lorne Beach)에서 코카투를 볼 때는 비가 오더니 케넷 리버(Kennett River)에 들리니 해가 났다. 야생의 코알라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딱 한 마리밖에 보지 못했다. 아폴로 베이(Apollo Bay)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잠시 쉬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입구에서 만났던 다른 한국인 관광팀을 모든 장소에서 마주쳤다. 분명 따로 이동했는데 같이 가고 있는 기분이었고 해당 팀 가이드목소리로 몰랐던 설명도 추가로 들을 수 있었다.



버스는 이제 해안이 아닌 산을 가로질러갔다.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숲의 풍경이 신기하고 멋졌으나 다 즐기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잠결에 이렇게 이동거리가 머니 가이드 분이 오고 싶지 않았겠구나 싶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드디어 버스가 멈췄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오후 2시였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12 사도를 보러 이동했다.

와! 그저 감탄만이 나오는 이 풍경을 어떻게 써야 할까? 사진에서 수 없이 보았던 그 광경에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전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거대한 영상이 펼쳐진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진으로 담을 수 없었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곳이 산책로 입구였단 걸 알았다. 더 가까이 12 사도를 보러 내려갔다. 조금 더 가까이서 봐도 여전히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침식으로 인해 이제 바위는 8개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했지만 개수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온 가족이 모두 진심으로 감탄했다. 부족하지만 사진으로나마 그 기분을 담아 가고 싶어 계속 사진을 찍었다. 진짜 잘 찍어보고 싶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인다

 

바다 위로 쉴 쉴 새 없이 헬기가 날아다닌다. 하늘 보다 저 아래 해변으로 내려가 바위를 직접 만져보고 싶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영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보고 또 봐도 계속 이게 실제 풍경인가 쉽게 믿기지가 않았다. 어느덧 가이드와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다시 올 수 있을까? 떠나기가 아쉬웠다.


멋진 풍경 바라보며 마시는 시원한 물 한 잔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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