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앱으로 날씨를 확인한 후 사실 확인을 위해 커튼을 걷었다. 아! 우리 74층에 있지. 비행기 위도 아닌데 시선이 닿는 곳에 구름이 떠있는 게 여전히 이상했다. 구름이 조금 있지만 대체적으로 맑은 날이라 기분이 좋았다. 식사 준비는 잊고 잠시 창 밖을 보며 여유를 즐겨본다. 여행의 좋은 점은 나의 일상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일어나자 남편은 시드니 지도를 펴고 오늘의 일정을 알려주었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호텔 앞에 위치한 하이드 파크로 향했다. 손님들로 가득한 카페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공원을 느끼며 야외 테이블에서 브런치라니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산들바람을 느끼며 따뜻한 빵과 샐러드, 고소한 플랫화이트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햇살이 강했다. 분명 앉을 때는 그늘이었는데 음식이 나오자 우리가 앉은자리로 해가 들기 시작했다. 뜨거운 햇살에 얼굴을 잔뜩 찌푸려지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맘에 드는 음식이 없다며 3번이 투덜대고, 음료의 얼음은 그새 녹아 밍밍해졌다. 거기에 우리처럼 아침식사를 원하는 비둘기들이 겁 없이 테이블 주위를 어슬렁 거렸다. 부채질하랴 비둘기 쫒으랴 정신없고 뜨겁게 식사를 마쳤다.
공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나무 그늘만 찾아 걸으니 그제야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웃을 수 있었다. 저 멀리 세인트 메리 대성당에서 종소리가 퍼져 나왔다. 일요일이라 미사가 진행되고 있어 성당 내부는 둘러볼 수 없었다. 버스를 타고 미시즈 맥콰리 포인트로 이동했다. 맥콰리 부인이 남편을 기다렸던 장소라는데 항구도시에 가면 꼭 이런 스토리가 전해지더라. 둘은 과연 백년해로했을지 결과는 잘 모르지만 현재는 하버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사진명당이 되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들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근데 바로 바다 앞이라 파도가 셀 경우 물벼락을 맞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방심은 순간이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펼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근처 푸드트럭에서 시원한 슬러시와 커피를 마셨다. 돗자리 누운 자리에서 보이는 하버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라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이럴 때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지. 이게 꿈이냐 생시냐?
돗자리를 잘 접어 가방에 넣고 보타닉 가든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식물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사진이나 그림으로만 보던 식물들이 보일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고 저장하느라 다른 가족들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뜨거운 햇살아래 지쳐가는 가족들을 위해 직선으로 보타닉 가든을 가로질러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