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닉 가든을 나오자 바로 오페라 하우스가 보였다. 멀리서 볼 때는 사진이랑 똑같구나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또 신기했다. 뜨거운 햇살에 더욱 반짝이는 오페라 하우스였다(눈이 너무 부셔 바라보는 게 힘들었다).
후기가 좋아 신청한 내부투어 시작 전까지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었다. 지금 남기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가족들과 함께 한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되길 바랐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투어시간은 단 30분! 오늘따라 인원이 많으니 잘 따라오라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내부 관람이 끝났다. 공연관람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부로 들어갈 수 있고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 제법 알찼다.
남편을 따라 록스마켓으로 이동했다. 수공예품과 먹거리를 동네 주말 시장인데 유명하다니 온 김에, 멀리 않으니 일정에 넣었다. 근데 여기 한국사람들 한테만 유명한가 보다. 좁은 길목에 온통 한국어만 들린다. 따로 점심을 먹지 않았기에 각자 원하는 간식을 사 먹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휴게소에 파는 회오리감자를 만났다. 아는 맛이 무섭다더니 회오리감자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마켓을 돌아 나오는 길, 방심하는 사이 3번이 무언가를 샀다. 여행 오기 전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느냐 물었을 때 3번은 예쁜 돌을 사고 싶다고 했었다. 설마 돌을 팔겠어 라며 웃어넘겼는데 진짜로 '오팔'이라 불리는 예쁜 돌을 5달러나 주고 사고 말았다. 유난히 막내인 딸에게 약한 남편이다.
아이들이 피곤한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남편과 저녁준비를 했다. 전날 미리 사두었던 고기를 굽는데 후드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창문도 없으니 실내에 연기가 점점 차올랐다. 화재 알람으로 소방차가 출동하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경고문이 주방에 붙어 있었다. 오븐을 끄고 프런트에 연락을 했다. 다행히 수동으로 후드 전원을 켤 수 있었다. 맛있게 구워진 고기와 라면은 역시 배반하지 않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숙소에서 쉬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직 일정이 끝나지 않았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을 때 페리 야경을 꼭 봐야 한다는 여행후기를 실천하기 위해 다시 서큘러키로 향했다. 더 늦어지기 전에 최소한의 시간으로 야경을 볼 수 있게끔 남편은 분 단위로 이동시간을 계산했다. 크리몬느 포인트로 향하는 페리를 타고 2층에 앉았다. 서큘러키에서 배가 멀어질수록 화려한 불빛이 점점 커지며 시드니의 밤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시큰둥하던 아이들마저 감탄사를 연발하며 서로 사진을 찍어달라 했다. 오길 잘했다면 남편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야경을 보고 돌아오는 길 2번이 호텔 헬스장을 꼭 가야겠다고 했다. 여행지에서 야경을 보며 운동하는 멋진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귀찮아서 남자 셋만 보내고 나는 3번이랑 바로 방으로 올라갔다. 30분 정도 지나자 남자들이 돌아왔는데 땀을 닦으며 서로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씻고 나니 세 녀석이 다 콧물을 훌쩍이며 잔기침을 조금씩 했다. 집을 떠난 지 일주일 넘었고, 계속되는 이동에 알게 모르게 피로는 쌓이고 면역력은 떨어졌을 것이다. 예방차원에서 종합감기약을 한 알씩 먹여 일찍 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