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닉월드를 무사히 나와 에코포인트로 이동했다. 바위로 변해버린 세 자매의 이야기가 담긴 세 자매봉을 잘 볼 수 있는 장소라고 했다. 단체관광객들과 이동 경로가 달라서인지 에코포인트 주변은 한산했다. 비는 그쳤지만 협곡 아래에서 안개들이 올라오면서 순식간에 시야를 다 가려버렸다.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그냥 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남편은 아까 비도 바람도 순식간에 지나갔으니 잠시 기다려 보자고 했다. 기다린 보람에 답하듯 잠시 후 마법처럼 안개가 걷히고 세 자매 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는 풍경을 다 가려버린 얄미운 안개였는데 지금은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준 일등공신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링컨스락으로 향했다. 해 질 녘이 다 되어 그런지 여기도 한산했는데 우리 가족을 포함해 온통 한국사람들뿐이었다. 다들 줄을 서서 절벽에 앉으면 가이드 분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굳이 저기 서서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었으니 우리는 근처에서 사진을 찍었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1번은 저만치 서 있었고 나와 3번은 더 멋진 사진을 위해 절벽 가까이 이동했다. 따라오던 2번이 이제 그만 가라고 외쳤고 남편도 더 이상 오지 않고 멈춰 섰다. 여자 둘이 웃으며 한 발 더 절벽 쪽으로 다가가보았다. 저 아래 나무들 사이에 박혀있는 자동차 두 대를 발견했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왜 저기 그냥 뒀는지가 더 궁금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평평한 산의 능선이 신기했고 날이 흐려서인지 이름처럼 푸른빛으로 보인다는 산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뉘엿뉘엿 해가 져간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야 했다. 오는 길보다는 운전도 익숙해져서 방심을 했다. 그만 고속도로에서 빠지는 길을 잘 못 탔다. 정신줄 부여잡고 얼른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대체 경로를 찾아 해가 지기 전에 무사히 차를 반납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또 굽고 라볶이를 해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상하게 한국보다 식사 준비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처음 사용 때 못 미더웠던 식기세척기였지만 이제는 그냥 믿기로 했다. 설거지는 네가 해라 우리는 이만 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