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리 Nov 06. 2024

35. 하루의 시작은 커피

74층이라 그런가? 해가 유난히 빨리 다가오는 느낌이다. 일어나자마자 세탁기를 돌리고 아이들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어느샌가 남편도 일어났다. 조용히 함께 아침산책을 나섰다. 이때가 아니면 둘이 오붓하게 커피 마실 시간이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호텔건물 아래층은 쇼핑몰이어서 카페도 많았다. 시드니에서 유명하다는 캄포스 커피의 분점이 있다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플랫화이트와 평상시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마끼아또를 호기롭게 주문했다. 그리고 카페마다 팔고 있는 아몬드 크루아상 하나를 추가 주문했다. 잠시 후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음료를 받으러 갔더니 소주잔 크기의 종이컵이 있었다. 이게 뭐냐고 묻자 '마끼아또'라고 답했다. 마끼아또 하면 캐러멜 마끼아또만 알았던 나는 달달한 커피 줄 알고 주문을 했는데 검색해 보니 에스프레소에 우유거품을 살짝 올린 거라고 한다. 가격은 거의 똑같은데 양은 압도적으로 적다. 그리고 쓰다. 이것만 마실 수는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플랫화이트 한 모금 마끼아또 한 모금 번갈아 마시니 맛이 서로 섞여 나쁘지 않았다. '룬 크루아상'이 엄청 맛있다고 유명해서 가볼까 했는데 멜버른에서 아침 일찍부터 어마어마하게 선 줄을 본 이후로 갈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맛이나 보자 해서 주문했는데 크루아상이 담긴 봉투가 제법 묵직했다. 기대이상으로 맛도 있었다. 달달한 게 쓴 마끼아또랑 조합이 괜찮았다. 같이 파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덕분에 룬 크루아상의 맛이 더 궁금해졌지만 더 이상 기회는 없다(적어도 이번 여행에서는 말이다).


둘 만의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숙소로 올라오니 날이 점점 흐려졌다. 비 예보가 있는 오늘의 첫 일정인 호주박물관으로 향했다. 호주의 보물 100선부터 시작해서 차차근차근 둘러보았다. 전날 돌(오팔)을 산 3번은 역시나 암석관을 가장 흥미 있게 둘러보았다. 곳곳에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테이블이 있어 직접 만져보고 설명도 들을 수 있다는데 우리가 너무 일찍 가서인지 준비 중인 상태만 볼 수 있었다. 1번과 2번이 지루해할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했다. 체험기기들이 은근 난도가 있고 흥미를 유발하는 것들이 많아 세 녀석이 돌아가며 한참을 이용했다. 

호주박물관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찾아보던 중 작은 두 앞발을 모으고 누워있는 티렉스 사진이 너무 귀여워 그 모습을 보기 위해 공룡관으로 향했다. 실상은 죽어서 쓰러져 있는 거대한 티렉스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눈동자도 없고 사체의 단면까지 실제처럼 표현되어 있어 살짝 무서웠다.  

박물관에서 알게 되었는데 오팔이 호주의 국가 원석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오르락내리락 구경하다 보니 세 시간이 지나있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나오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의 양이 많지 않아 일정대로 버스를 타고 퀸빅토리아빌딩으로 향했다. 버스를 내릴 때가 되니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렸고 비를 피해서 빌딩으로 들어온 사람들까지 더해서 내부는 더욱 붐볐다. 과거 빅토리아 여왕이 호주를 방문 시 머물렀던 궁전답게 건물 앞에는 여왕의 동상이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분명 여왕과 함께 사진을 찍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34. 각자의 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