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수요일, 호주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되어 버렸다.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일찍 일어 난 남편과 숙소 인근에서 가장 평점이 좋은 카페로 나갔다. 작은 매장에 일하는 사람만 5명, 이미 길게 늘어선 사람들 뒤로 줄을 서서 주문을 했다. 주문을 마치면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다들 맞은편 빈 벽에 기대어 얌전히 이름이 불릴 때까지 기다렸다. 이런 풍경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겠구나 생각하니 조금 섭섭해졌다. 커피를 마시며 어제보다 조금 더 크게 주변을 돌았다.
첫 일정은 아이들은 별 관심 없지만 오로지 엄마의 마음으로 준비한 시드니대학교 방문이었다. 덤으로 가는 길에 캄포스 커피 본점이 방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높은 건물들과 화려한 간판들이 가득한 숙소 인근과 달리 오래된 시가지 작은 골목길 사이에 카페가 있었다. 역시나아침이지만 사람이 가득하다. 포장으로 아이스라테, 아이스초코, 아포가토를 주문했다. 아이스크림도 진하고 커피맛도 진한 아포가토가 진짜 맛있었다. 아이들도 한 입씩 맛보니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다 사라져 버렸다.
시드니대학교의 고풍스러운 교정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기는 것도 중요했지만 사실 곧 고등학생이 되는 1번에게 외국 대학교의 느낌을 보여 주고 싶어 선택한 코스였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길 바랐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학교가 이렇게 큰 데 왜 운동장이 없느냐, 다리 아프다, 출구가 어디냐, 배가 고프다는 말만 했다. 나가기 전 들린 기념품 샵에서 잠시 눈을 반짝였다. 대학 가운을 입고 안경을 낀 캥거루 인형과 곰인형이 꽤 귀여웠는지 1번이 관심을 보였다. 필립아일랜드에서 펭귄인형을 사주지 못한 게 여행 내내 마음에 걸렸던 나는 만회할 목적으로 원하는 인형을 사주겠다고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아, 내 펭귄!' 하며 흑흑 거짓 울음으로 아이는 나를 놀렸다. 날씨도 흐리고 행사를 준비하는지 천막과 공사차량들이 있어서 생각만큼 예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세 녀석 중 한 명이라도 여기서 공부할 기회가 있을까?
시드니 대학교를 나와 기념품 구입을 위해 패디스 마켓으로 향했다. 월요일과 화요일이 휴무였기에 우리가 갈 수 있는 날이 딱 이날뿐이었다. 정말 동대문 시장 느낌이 가득한 곳이었다. 비슷해 보이는 상점들 사이를그저 돌고 돌고 또 돌았다. 길치인 내게 이곳은 미로일 뿐이다. 마켓에서 나의 목적은 코알라 모자를 쓴 캥거루 키링을 사는 것이었다. 여러 매장을 둘러보다 찾던 키링을 파는 곳을 발견하자 그곳에서 마카다미아, 초콜릿, 마그넷 등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놀랍게도 계산을 수기로 했다. 혹시나 틀린 게 있는지 잘 지켜보아야 했다. 남자들은 이런 기념품 대신 스포츠의류 매장에서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구입하기로 했다. 맘에 드는 두 개 중에 고민하는 1번에게 이번에 두 개 다 사 줄 테니 이제 그만 펭귄을 잊는 게 어떠냐며 다시 한번 제안을 했다. 1번은 제안을 수락했고 이로서 나는 펭귄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점심은 '마막'이라는 말레이시아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먹었다. 호주에 추천 음식점으로 꼽히는 게 말레이시아 음식 체인점이라니 뭔가 어울리진 않았지만 맛있게 먹었으니 되었다. 이것저것 샀다니 짐이 많아져 숙소로 잠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시드니 시티컵이 있나스타벅스 매장을 들렸다. 사실 시드니 도착하고 보이는 매장마다 다 둘러보았으나 계속 품절이었다. 혹시나 하고 들린 이곳도 컵은 없었다. 멜버른이랑 시드니랑 커플로 두고 사용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점심을 먹고 나자 언제 흐렸냐는 듯 다시 해가 쨍쨍이다. 아이들은 숙소에게 쉬게 하고 남편과 지인들에게 줄 선물들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도대체 누가 쓸어가는지 대낮인데도 선크림 매대가 텅텅 비어있었다. 남아있는 여행용 선크림과 포포크림, 비타민과 맛있었던 견과류를 추가 구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