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비행기 연착 문자를 받았다. 예정대로라면 6시에 숙소에서 출발해야 했지만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 남편과 가볍게 아침산책도 하고 7시에 숙소를 나섰다. 처음 왔을 때 모습 그대로.
시드니에 온 첫 날 내렸던 뮤지엄역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편하게 승강장까지 내려갔다. 남편은 왜 그날 엘리베이터를 못 봤을까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단 20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때와 달리 부드럽게 출국심사를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향했다. 각자 원하는 메뉴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시고 또 마셨지만 그리울 플랫화이트 주문을 남편에게 부탁하고 치즈버거가 먹고 싶다는 3번과 함께 맥도널드로 향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하려는데 카드가 안보였다. 가방을 뒤지고 주머니를 살펴도 없었다.
'아, 이 여행의 끝이 이렇게 틀어지나!'
주문을 뒤로하고 서둘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온 가족이 지나오며 구경했던 매장을 역순으로 살폈다. 전자제품과 기념품을 파는 곳의 바닥과 테이블 위를 살폈으나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살폈던 t2매장 진열대에서 카드를 찾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예쁜 차세트 옆에 놓여있었다. 더 살까 말까 고민하다 박스를 열어보겠다며 손에 쥔 카드를 내려놓았나 보다. 어쨌거나 카드도 찾았고 치즈버거 샀고 플랫화이트도 마셨으니 나름 해피엔딩이었다.
드디어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남편이 귀국할 때만큼은 꼭 편하게 오고 싶다며 가장 먼저 예약한 대한항공 비행기였다. 타고 보니 남편의 고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석인데도 기내용 슬리퍼에 담요, 베개가 준비되어 있고 영상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었다. 삼 남매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담에 돈 많이 벌어서 꼭 비즈니스를 타겠다며 굳은 다짐까지 했다.
분명 인천 가는 길도 10시간인데 넉넉한 좌석에 앉아 드라마를 보며 가니 그리 힘들지 않게 시간이 흘렀다. 아쉬웠던 건 먹고 싶었던 비빔밥이 바로 내 앞에서 품절된 것 정도. 영화도 한 편 보고 두 번째 식사를 마치고 나니 창 밖으로 땅이 보였다. 눈이 하얗게 쌓인 풍경이 왜 그리 낯설던지... 앞 좌석에 앉은 외국인들은 아마도 한국에 처음 오는지 바깥 풍경을 보며 들떠했다. 아마도 내가 멜버른 공항에 내려 눈부신 햇살에 설레했던 것과 같은 마음이지 싶었다. 해가 쨍쨍한 여름의 시드니와 달리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한국의 겨울풍경은 그들에게 멋진 첫인상으로 기억될 것 같다.
잠시 후 기장이 도착인사를 전하며 인천의 현재 날씨는 1도라고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