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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Nov 27. 2019

애교쟁이

당신은 어떠신가요?


나는 ‘애교’라는 것에 약간 거부반응이 있다. 원래 그런 성격이 못되기도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과한’ 애교를 가진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뭐든 적당한 게 좋은데, 그 적당히가 가장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의 많은 남자들이 애교 많은 여자를 이상형으로 꼽는다.(분명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근데 신기한 건 그렇지 않다고 말해도 이왕이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났다고 하더라.)  


그래서 간혹 가다 ‘애교 있게 행동 좀 해.’ , ‘애교 좀 부려봐’라는 말을 들을 때면, '도대체 당신들이 원하는 애교가 뭔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애교’라는 단어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단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외 어느 나라에서도 애교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를 지닌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여성스러움? 귀여움? 사랑스러움? 아영을 떨다? 재롱을 부리다? 어느 하나로 규정짓기 참 애매하다. 앞의 단어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진 복잡 미묘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애교를 부려 보라고 하면 그렇게 난감할 수가 없다. 눈웃음을 쳐야 하는지 혀 짧은 소리를 내야 하는지 아니면 뭐 몸을 베베 꼬아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여성으로서 그런 말을 들을 때가 더 많다.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연예인들에게 애교 3종 세트니, 애교 개인기니 하는 류의 행위들이 많이 요구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디어 매체에서는 남녀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애교라고 하는 것은 남녀를 떠나서 인간이 소비해야 하거나 만들어내어야 하는 이미지에 불과한 것 아닐까? 우리 사회 속에 알게 모르게 박혀있는 잘못된 규범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런 것들을 원하냐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왜 그런 이미지들을 요구하고 만들어내라고 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시각적 행복을 위해? 혹은 자기만족? 그렇다면 그런 행복과 만족이라는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가끔씩 애교는 타고나야 한다 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만약 그 말이 맞다면 난 그렇게 안 타고난 게 틀림없다. ‘연습하면 늘어’라는 말도 간혹 듣는데, 굳이 연습까지 해가면서 애교스러워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카톡이나 SNS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누구는 문자상으로 더 자연스럽게 애교스러워진다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정 반대다. 몹시 딱딱하다. 현실에서도 못하는걸 온라인이나 문자상으로 한다? 뭔가 부자연스럽고, 부대낀다.


당연히 나 또한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애교스러운’ 행동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가까운 지인이나 연인과 있을 때 굳이 의식하거나 노력해서 만들어내지 않아도 우러나오는 말투나 행동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가끔씩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어?’하고 스스로도 놀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나를 보고 애교 있는 성격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다시 말해, 어느 하나의 모습으로 애교가 있고 없고를 규정짓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뜻이다. 애교라고 하는 단어가 주는 어감 자체가 제3자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고, 그만큼 소비되어야 한다는 이미지로 여겨지는 것이 강하다 보니 생기는 오류들이 아닐까 싶다.


애교 있는 사람이 잘못되었고, 싫다는 건 아니다. 그건 그들의 선택이고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 어색한 그 행위를 택할 때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누구의 말마따나 적재적소에 잘 사용한다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굳이, 무리해서, 억지로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억지로 요구되어서도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타인이 요구하는, 또는 사회가 요구하는 하나의 틀에 끼워 맞추는 것보단, 솔직 담백한 표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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