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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Aug 05. 2020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내가 나에게 설레인다는 것


글쓰기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전철의 덜컹거림 사이로 귓가에 그의 말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내가 나에게 설레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분이 좋네요. 사실 저는 그동안 저를 사랑하지 않았거든요.”


어린 나이에 결혼 한 그는 서른 네살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음악이 하고 싶었지만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덕분에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조금은 이른 나이에 인생의 목표였던 것들을 다 이룬 요즘, 그는 무엇에도 의욕이 느껴지지 않는다 했다. 집에가면 금지옥엽 키운 아이들로 행복하다가도 불현듯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해결되지 않는 공허함에 힘들다고 했다.


분명 꿈많고 하고싶게 많던 그에게 언제부터인가 무기력이 찾아왔다. 주변 친구들을 보며 ‘결혼한게 잘 한것일까?’라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현재의 결핍을 해결할 무언가에 시선이 쏠렸다. 공허함을 애써 누르고 외부에서 원인을 찾으며 끊임없이 환경을 탓했다. 짜증이났고 화가났고 그러다 슬퍼졌다. 이러다간 어느날 펑하고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감정을, 나의 날것 그대로의 민낯을 만나 줘야했다. 애정어린 마음으로 들여다봐주는 시간이 그에겐 필요했다.


차분히 글을 쓰던 그가 쏟아내듯 말했다.“조금 알것 같아요. 제가 뭐 때문에 힘든지. 그 전까지는 가지고 싶은 것들을 갖지 못해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저는 제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거였어요.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지 않았던 거에요. 사실 전 지금 충분히 행복하거든요. 아내도 아이들도. 지금의 삶이 힘들때도 있지만 분명 좋을때가 더 많아요. 근데 자꾸 없는 거에만 집중하다보니까 좋던것도 나쁘게 보이기 시작했던것 같아요.”


이룰 것을 다 이뤘다고 생각했다. 좋은 타이틀을 얻고 살아가는 인생이 행복할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정작 ‘나’는 없었다. ‘나’의 부재는 ‘타인’부재를 뜻했다.


나는 그가 앞으로 자신을 그리고 그의 아내를, 아이들을 더 깊이, 더 열렬히 사랑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스스로의 삶을 설레임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를 사랑하는 일은 나의 주변을 사랑하는 일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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