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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Jul 03. 2020

비현실적인 세상을 살아가기 위함

나는 가끔 이 세상이 몹시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말 한마디로 아주 쉽게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기도하도, 누군가의 행복이 누군가에겐 불행이 되는 아이러니함이 넘쳐난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사랑에 빠지는 일이 생기는 동시에 긴 시간 쌓아왔던 모든것들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기도 하는 믿고싶지 않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의 교집합은 감정이라는 놈인데, 과연 이 감정의 주인이 정말 나인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미워하고 증오하고 사랑하고 괴로워하는 모든 순간의 것들이 애초에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우린 왜 이토록 감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까. 아니면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하여 지연스럽게 찾게 되는 생명수 같은 것일까.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호의 넘치는 행동을 내비친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감을 전제로 해야 하지만 우린 종종, 그런 책임을 회피한다. 많은 감정을 소유하길 바라면서도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는 것은 그만큼의 아픔으로 인한 것일까? 그렇다 하기엔 이 세상엔 너무 많은 위험이 도사린다. 그리고 지나치게 이기적인 모습을 한다.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참 간사하고, 약하다는 사실을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느끼곤 하는데, 예를 들면 기댈 사람이 등장하는 순간 식간에 무너져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너무나도 알아서 오히려 더 강하게 혼자 서 있으려고 하는 객기를 부릴때 그렇다. 그러다 필요에 의해 다시 마음을 열고, 필요에 의해 마음을 닫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진심이라 착각하고, 영원할 것이라 믿고 싶어한다. 억지로라도 감정과 마음의 조화를 만들어 낸다. 혹여나 그것이 신파 섞인 결과를 선물한다 할지라도, 우린 또다시 약한 마음을 채우고자 믿는 행위를 반복한다. 하지만 고통과 인내 또한 인간의 권리라면 그것을 기꺼이 행하겠다는 마음.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인간의 나약함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픈 세상에서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프고를 구분 짓는 자체가 모순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저,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비현실적인 감정을 믿고, 그나마 덜 고통스러운 행복을 찾아 떠도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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