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by 나린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 두 가지의 취미는 적절하게 섞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다. 좋은 곳에서 예쁘게 찍은 사진들은 나의 글과 함께 SNS에 업로드되었고, 많은 하트를 받았다. 하트의 갯수가 올라가고 좋은 댓글이 달릴 때마다 넘치는 사랑과 찬사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날이 갈 수록 멋있게, 그리고 잘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나를 지배했다. 올릴 사진이 없을 땐 업로드를 위한 사진을 찍었다. 마음만 먹으면 '되고싶은 나'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 안에서는 자주 '현실'이 사라졌다.


SNS는 내 감정의 일기장이 되기도 했고, 나를 홍보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으며, 여러 방식으로 내 삶의 많은 부분을 투영했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나의 삶만 투영하진 않았던 것 같다. 엄지손가락 하나로 스크롤을 내리는 아주 짧은 찰나에 타인의 삶까지 나에게 곧잘 투영시키곤 했다.


보기 좋게 잘 만들어진 세상 속에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절망보다는 꾸며진 기쁨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나는 알게 모르게 상태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서서히 스며들었다.


언제부터인가 글과 사진 하나를 올릴 때마다 수십 번을 고민하고 올리는 나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얼굴을 하고 새로운 옷을 입는다. 알록달록 색칠해진 옷을 입고 나를 드러낸다.


그래서 우리는 간혹 착각한다. SNS상에 올리는 사진 한 장이 나의 삶 전체를 대변해줄 것이라는. 정확히 말하면 그것에 기대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행위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나도 잘 살고 있다는 증명, 괜찮다는 안도, 소속되어있다는 안정감. 그런 것들로라도 위안을 삼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그런지 무의식 중에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모르게 저마다 진한 외로움이 묻어난다.


핸드폰을 켜고 삭제 버튼을 눌렀다. 아직은 계정 자체를 삭제하는 건 용기가 나질 않았다. 몇 년간 나의 기록이 담긴 소중한 추억이기도 하니까. 삭제 버튼을 누르고 나니, 습관처럼 핸드폰을 켜고 들어갈 어플이 없다는 사실에 며칠간은 허전했다. 간혹 PC로 로그인을 해서 타인의 세상을 엿보기도 한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나만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 일상이 재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나는 그동안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던 걸까? 올리고 싶은 사진과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아 '다시 깔아볼까?' 라는 유혹에 시달렸다. 지금 나의 감정을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공유할 사람이 필요했다. 나의 소식을 보고 누군가가 연락을 해오거나, 혹은 누군가의 일상을 보고 내가 먼저라도 아무렇지 않게 연락을 하고 싶었다. 댓글로 어색한 안부를 묻거나 간단한 인사라도 한다면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했다. 불현듯 온라인 상의 소통이 사라지니 모든 대인 관계도 함께 끊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댓글이나 메시지로 어색한 안부만 전하는 실제 없는 관계일 텐데. 그런 가볍고 의미 없는 것들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걸까.


후-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역시나 인간은 외로운 존재구나 싶었다. 외로움을 핑계 삼아 무언가에 기대고 싶었던 거다. 설치 버튼을 다시 누를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참아보기로 했다.


일주일쯤 지나고 나서야 비교적 익숙해졌는지 인스타그램을 대체할 만한 어플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서히 핸드폰을 보고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저녁이면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 한참을 핸드폰을 보고 있다 늦게 잠들곤 했다. 캄캄한 밤, 불빛 하나에 의지해 마음을 위로했다. 사실 위로가 되기는커녕 더 큰 불안감에 휩싸여 잠드는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속여왔던 건 아닐까. 나를 밝히는 이 불빛이 언젠가는 더 좋은 세상으로 인도해줄 것이라는 속삭임을 계속해서 외쳐왔던 건 아닐까. 알 수 없는 부러움과 허영심과 욕심과 절망과 온갖 감정들이 유령처럼 눈앞에 아른거렸다. 눈이 시렸다. 두 어번 크게 눈을 깜빡거렸다. 눈물이 나는 이유는 눈이 아파서 그런 거라 합리화를 했다.


요즘 저녁엔 핸드폰을 침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트려놓는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은 정도의 거리. 현실의 나와 저 세계에 나름의 거리가 필요했다. 몸이 근질거린다. 10분, 20분, 30분,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한참을 뒤척이다보니 조금씩 잠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정도의 거리 유지도 시간이 지나니 나름 할만하다. 잠을 못 자는 게 아니라 안자는 거였다. 손바닥 안 작은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뒤죽박죽 섞인 타인의 삶이 나를 덮쳐온다. 어두운 밤 꼬리에 꼬리는 무는 상념들을 툭하니 던져놓고 도망친다.


인스타그램 삭제 2주 차. 사실 그 전에도 삭제를 했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며칠 못가 다시 설치 버튼을 누르고 말았지만 말이다. 벌써 2주가 지났다. 역대급으로 긴 시간이다. 일주일차까지만 해도 시도 때도 없이 인스타그램 생각이 났는데 이제는 별로 생각이 안 난다. 일을 하다가 아주 자끔 PC로 잠시 들여보다는 게 전부이다. 이 마저도 현저히 횟수가 줄어들었다. 또 다른 변화는, 예전에는 한 번 들어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갖 피드를 들여다보느라 바빴다면 지금은 2~3개 정도의 피드를 보고 자연스레 종료 버튼을 누른다. 뭐랄까. 더 이상의 흥미나 재미, 혹은 자극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새삼 지금껏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대리만족이라는 합리화를하며 끊임없이 허우적거리는 날들이 연속이었다. 마치 풀리지 않은 미로에 갇힌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는 시간에 다른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했다. 그 대신 뉴스란에 들어가서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글 쓰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렸고, 영화를 한 편 더 봤고, 가만히 앉아 멍을 때리기도 했다. 눈과 귀, 그리고 머리와 마음에 정신 없이 빠른 이야기들보다는 조금은 느린 이야기들로 채워갔다.


사실 인스타그램에 쏟았던 시간에 다른 것을 한다고 해서 삶에 큰 변화가 생기거나, 외로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때때로 외롭고, 사무치게 공허할 때가 있다. 불가피하게 형체가 없는 만남들이 익숙해진 요즘같은 때에 가끔씩은 누군가의 짧은 댓글 하나가 큰 위로와 힘을 주기도 하는 세상이니까.


어쩌면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다시금 작지만 거대한 그 세상에 발을 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 나의 외로움으로 무언가에 기대지 않아볼까 한다. 나와 세상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적절히 유지할 것. 더 이상 타인의 삶에 나를 맡기지 않을 것. 모든 것은 나의 몫이며 이 외로움을 애써 외면하고 떼어내려 하지 않을 것.


이것이 우리의 마음이 말해주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그저 나와 함께 가자고. 그러면 그 속에서 더 귀하고 소중한 것들을 얻어 갈 거라고.



인스타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으면 쉽게 '나'를 잊어요.
우릴 둘러싼 세상의 온갖 곁가지들이 괴롭히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조금 거리를 두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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