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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총량

by 나린

불현듯 아낌없이 주는 마음에도 총량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마음의 총량이 정해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에겐 마음을 조각내어 나누어 쓰는 일도, 한번 정해진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일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건 일을 할 때나, 사랑을 할 때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의 총량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온 마음을 쏟아내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가 되고 나면 그런 스스로가 버거워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기도 한다. 이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나의 마음만은 닳지 않기를 바랐던 오만과 무한할 것이라는 착각이 만들어낸 결과다.


때로는 탈탈 쏟아부어 텅 비어버린 마음 사이로 날아든 상처들에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런 반복들은 은연중에 상처 받지 않기 위한 자기 방어적인 모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내게 다정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모순된 말을 한다.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양과 슬퍼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면 내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커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도 내 마음의 총량을 지켜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만 그 깊이를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한다.


스스로를 망치지 않을 만큼의 마음을 쏟는 일. 어려운일인만큼 무던히 애써야 하는 일이다.


그것만이 스스로를 지켜내고 마음의 오해를 키우지 않는 방법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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