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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Jun 06. 2022

글을 쓴다는 건

단 한 번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꿈을 꾼 적은 없다. 그저 계속 쓰다 보니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나에게 글을 쓰는 행위는 살기 위한 발악에 가까웠다. 점점 무뎌지는 삶에 대한 감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기도 했다.


슬픔을  진하게, 고통을  깊게, 행복을  풍성하게. 마른땅에 물을 주듯 그렇게 시들어가는 삶의 모든 순간들을 깨워내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약간은 강박적인 형태를 띨 때도 종종 있었다. 인간이 가진 망각의 힘이 삶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것이 두려워 끊임없이 기록했다. 때로는  속에 담긴 슬픔에 잡아먹히기도 했다. 마음 어딘가를 찌르고 또 찔렀다. 계속해서 찔렀다.


누군가는 그랬다. 제 발로 상처받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형체 없이 흘러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또 썼다.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괴롭혀야 했다. 나는 살고 싶었다.


넘치는 마음이 감당이 되지 않을 때 그저 흰 종이 위에 무작정 마음을 쏟아냈다. 어떻게 서든 삶을 붙잡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은 쓰면 쓸수록 스스로를 학대했지만 동시에 치유하기도 했다. 이 모순적인 순환이 결국 나를 또 쓰게 했다.


비오던 날의 코를 찌르는 도시의 비 내음.

세차게 쏟아지던 빗줄기 사이로 흘러들려 오던 노래.

지난날의 눅눅해진 마음들이 가득 담긴 습한 공기.


크게 숨을 들이켰다.

온몸으로 감각의 파편들을 받아들이듯이 크게, 아주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펜을 들었다. 지금 이 고통을 바람에 흩날려 보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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