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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by 나린

한참 멀미를 했지 뭐야. 배에서 내려 육지에 안정감을 아주 잠시 맛봐. 눈을 감고 살며시 웃어.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섬이지. 그래서 닿을 수 없어. 오히려 파도가 칠수록 멀어지고 깎이지. 바다는 알고 있던 거야. 어느 하나 같은 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섬의 크기도 모양도 다 다르잖아. 그러니 치는 파도도 다를 수밖에. 그게 참 신비롭지 않아?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셈인 거잖아.


섬. 섬이야 이곳은. 지독히도 고요한 섬.

모든 시간이 홀로 아득히, 영원처럼 느껴질 때도 있겠지. 섬이 가진 속성은 외로움일 테니까. 닿을 수 없지만 괜찮아. 파도는 잠잠해질 테고 다시 배는 뜰 거니까.


“우린 서로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하고 물었어.

“나는 그냥 바다가 될래.” 하고 답했지.

바다여야 해. 그래야 사랑할 수 있어.

여기저기 떠 있는 섬보다 그게 낫겠어.


‘어디에 존재할래? 어떻게 존재할래?’ 심연으로 깊이 내려가 보는 거야. 우린 아직 뿌리내리지 않은 섬이니까. 둥둥 떠다니는 삶은 너무 고독하고 외로울 거야. 표류하는 자의 상실이지.


형태가 없어도 나는 더 큰 바다이고 싶어. 결국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되더라. 아니, 그래야만 해.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유일 테니. 그래서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거야. 질문하는 사람만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잖아. 자신의 몸을 깎고 또 깎으며 바다가 되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거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어떻게 사랑할 건지. 긴 질문 끝에는 서로가 서로를 치유할 거야.


치유. 치-유. 모두가 바다를 꿈꿔. 물론 그 과정이 꽤나 고통스러울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환희로 가득 찬 순간일 거라 믿어볼게.


삶은 그 자체가 여정이라 질문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잖아. 그러니 무서워하지 마. 결국엔 질문이 많을수록 우릴 더 멋진 섬에 데려다 줄 거야. 도착한 그 섬은 더 이상 외딴섬이 아닐지도 몰라.


파라다이스.

온전한 기쁨, 온전한 행복.

마음에 물결이 쳐.

바다가 된 거야,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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