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린 Dec 06. 2022

외딴섬

한참 멀미를 했지 뭐야. 배에서 내려 육지에 안정감을 아주 잠시 맛봐. 눈을 감고 살며시 웃어.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섬이지. 그래서 닿을 수 없어. 오히려 파도가 칠수록 멀어지고 깎이지. 바다는 알고 있던 거야. 어느 하나 같은 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섬의 크기도 모양도 다 다르잖아. 그러니 치는 파도도 다를 수밖에. 그게 참 신비롭지 않아?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셈인 거잖아.


섬. 섬이야 이곳은. 지독히도 고요한 섬.

모든 시간이 홀로 아득히, 영원처럼 느껴질 때도 있겠지. 섬이 가진 속성은 외로움일 테니까. 닿을 수 없지만 괜찮아. 파도는 잠잠해질 테고 다시 배는 뜰 거니까.


“우린 서로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하고 물었어.

“나는 그냥 바다가 될래.” 하고 답했지.

바다여야 해. 그래야 사랑할 수 있어.

여기저기 떠 있는 섬보다 그게 낫겠어.


‘어디에 존재할래? 어떻게 존재할래?’ 심연으로 깊이 내려가 보는 거야. 우린 아직 뿌리내리지 않은 섬이니까. 둥둥 떠다니는 삶은 너무 고독하고 외로울 거야. 표류하는 자의 상실이지.


형태가 없어도 나는 더 큰 바다이고 싶어. 결국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되더라. 아니, 그래야만 해.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유일 테니. 그래서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거야. 질문하는 사람만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잖아. 자신의 몸을 깎고 또 깎으며 바다가 되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거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어떻게 사랑할 건지. 긴 질문 끝에는 서로가 서로를 치유할 거야.


치유. 치-유. 모두가 바다를 꿈꿔. 물론 그 과정이 꽤나 고통스러울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환희로 가득 찬 순간일 거라 믿어볼게.


삶은 그 자체가 여정이라 질문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잖아. 그러니 무서워하지 마. 결국엔 질문이 많을수록 우릴 더 멋진 섬에 데려다 줄 거야. 도착한 그 섬은 더 이상 외딴섬이 아닐지도 몰라.


파라다이스.

온전한 기쁨, 온전한 행복.

마음에 물결이 쳐.

바다가 된 거야, 우린.



매거진의 이전글 무제, New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