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의미에서 죽음이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낀다.
자주 죽음을 생각하고, 자주 죽음을 접한다.
우리 삶에서 '죽음'이라고 하면 대부분 육체적 죽음을 떠올리기 쉽다. 몸이 기능을 멈추고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으며 이 세상에서 물리적으로 사라지는 것. 이러한 육체적 죽음은 누구나 겪게 되는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사후 세계와 같이 현실 너머의 것을 상상하고 창조하고 욕망한다. 그런데 이 육체적 죽음만이 진정한 죽음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죽음이 우리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지는 않을까? 그러한 죽음도 있지 않을까?
첫 번째로 영혼의 죽음은 어떠한가. 몸은 살아있지만 내면의 열정이 사라지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반복하고 있을 때 우리는 이런 상태를 보고 '내 영혼이 죽어가고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지만 그 안에 담긴 무기력함과 공허함은 영혼이 이미 죽어버린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육체는 멀쩡히 살아 있지만,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이 상태가 과연 덜 고통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이 살아있는 것일까? 죽어있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두 번째로 사회적 죽음은 또 어떠한가. 사회 속에서 나의 존재가 더 이상 인정되지 않을 때, 혹은 내가 그 사회로부터 철저히 배제되었을 때 우리는 사회적 죽음을 경험한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나, 외부 세계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겼을 때. 이 사회적 고립은 인간에게 큰 상처와 절망감을 경험하게 한다. 외부에서 바라볼 때 육체는 살아있고, 영혼도 무너지지 않은 듯 보일지 모르지만, 사회적 죽음이 주는 고독과 외로움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과연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것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세계를 살아가는 하나의 객체로서 그것을 구석에 처박아놓고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던져볼 차례다.
어떤 죽음이 더 무겁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죽음이 더 고통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육체의 죽음? 영혼의 죽음? 아니면 사회적 죽음?
어쩌면 죽음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기에 인간이 가진 언어의 한계로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무엇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하나의 중요도나 무게를 측정해 줄 세우기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죽음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나는 진정 살아있는가?'를 묻게 된다. 단순히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죽은 것은 아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간절한 외침을 동시에 느끼기 때문이다. 삶이 살고자 하는 자신의 생명력에 대한 강력한 호소를 말이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나의 삶 속에 죽음의 그림자가, 삶에 대한 열망이 어떤 형태로 드리워져있는지 그리고 이 둘의 무게가 현재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잠시나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