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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Sep 28. 2022

Ep 36: 위기는 다시 기회로 그리고..

만년 1등 소대의 애환

 부사관들과의 치열한 기싸움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졌다. 그들과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은 인간관계로 인하여 그들이 손에 쥐고 있던 무기들을 하나둘 씩 무장해제시켜나갔다. 그들에게 요청을 최소화하면서 오히려 그들이 나에게 요청하도록 절차를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이러한 사소한 움직임에도 행정관은 짜증을 섞어가며 쉼 없는 비난을 하였지만 끌려다닐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인하여 나의 개인적 비용 지출이 늘어나서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 했지만, 그들과의 사소한 실랑이로 인한 감정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으니, 기존에 비하여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이 감소하였다.


 흠잡을 곳 없는 효과적인 전투 준비 태세 유지와, 전투 장비 관리 및 유지 보수 그리고 완벽을 기하는 업무 처리 능력으로 나의 입지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었다. 소대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되니, 소대원들 또한 자신들의 주특기를 제대로 숙지하며 각개 전문가로서 그들 나름의 역량을 높여 나가고 있었다. 타 소대원들이 우리 소대원들에게 툭하면 이것저것 물어보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 소대의 전문성은 그 광채를 자력으로 찬란히 뿜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던 이 상황을 구현하기까지 꼬박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사이의 시간에는 소대원들의 불평불만으로 인한 심리적 갈등과 수많은 장애물들을 헤쳐나가야 했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산적해 있었다. 굳은 심지와 오기 하나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나의 계급장은 중위로 바뀌어 있었고, 사단장 표창장을 2회나 수상하며 어느덧 대장님의 최애 소대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부내 내 크고 작은 행사와 훈련에서 모든 포상 휴가를 싹쓸이하며, 최우수 소대의 영광은 항상 우리 소대의 차지였다. 부동의 최우수 소대로서의 독무대가 연속해서 이어지다 보니, 타 소대원들의 불만 사항이 폭주하기 시작했고 간부 회의에서 조차 우리 소대의 포상 휴가 독점이 부대 사기 진작에 도움이 안 된다며 여기저기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아니, 대장님! 이거 너무 2 소대만 포상 휴가를 다 가져가는 것 아닙니까?"
"행정관, 정당하게 경쟁해서 계속 1등만 하는 걸 어쩌라는 건가?"
"그래도 제가 볼 때는 요즘 부대 분위기가 너무 안 좋습니다! 병사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주야장천 2 소대만 포상 휴가를 가니깐 부대 사기 진작을 위한 당초의 명분이 많이 퇴색되고 있습니다!"
"허허, 2 소대장이 소대원들 교육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잘 이끌어서 그런 것 아닌가? 안 그래? 2 소대장?"
"예, 대장님. 저희 소대원들이 열심히 경쟁해서 취득한 포상 휴가권인 만큼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기요, 2 소대장님! 너무 욕심쟁이 이시네! 좀 타 소대에 양보도 하시고 그래야지, 너무 혼자 독식하시다가 배탈 나요! 그러지 말고, 이게 벌써 몇 번째입니까? 이번 포상 휴가권은 타 소대에 양보도 좀 하고 그러세요!"
"소대원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포상 휴가권을 불만사항이 접수됐다고, 타 소대에 전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행정관의 말도 안 되는 논리와 견제에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지며 겨우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못하면 못한다고 꼬투리를 잡아가며 욕지거리를 하면서, 잘하니깐 또 너무 잘해서 문제라고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교활한 행정관은 이때다 싶어서 2 소대가 모든 면에서 너무 잘하기 때문에 일부 소대원들을 다른 소대 소대원들과 교환 배치하자는 개똥 같은 의견까지 냈다. 소대원들과 힘겹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보기 좋게 해체시키겠다는 의견이었다.


"대장님, 2 소대가 너무 특출 나니깐, 전체 소대 평준화를 위해서 부대원들을 섞어서 다시 배치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행정관! 이건 각 소대장들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듯싶은데?"
"소대장님들 어떠세요? 네?"


 어느 소대장들이건 자신의 소대 병력들을 재배치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비꼬는 말투로 우리들을 떠보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목소리는 동일했다.


"반대합니다!"
"아니! 소대장님들! 왜 반대하십니까? 부대 전력을 상향 평준화할 수도 있는 방법이지 않나요?"
"왜 재배치가 상향 평준화인 겁니까? 다음번에는 다른 소대들도 1등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지금 이게 도대체 몇 번쨉니까?! 2 소대만 계속 '최우수 소대'로 지정되잖아요! 그럼 타 소대에서 좀 열심히 잘 훈련시켜서 1등을 하시던가요? 제가 한두 번 이랬다고, 재배치하자고 그럽니까? 아니면 아까 말한 대로 2 소대가 포상 휴가권을 이번에는 포기하시고, 2등을 한 1 소대가 대신 포상권을 타가는 건 어때요?!"
"정정당당한 결과인 포상권을 그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아 진짜! 말들 안 통하시네! 지금 부대 병력들이 불만이 많다고요! 그럼 다른 소대 소대장님들이 좀 더 열심히 해서 골고루 배분되게 하시던가요! 왜 제가 중간에서 이렇게 중재를 하고 있어야 합니까?! 대장님! 전 더 이상 말이 안 통해서 회의 그만하겠습니다! 말만 꺼내면 다 아니라고만 하는데 무슨 말을 합니까?!"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자, 얼굴이 성난 황소처럼 변한 행정관은 회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에 어이없어하시던 대장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회의가 끝났다며 다른 부사관들에게 어서 일들 보라며 먼저 보내신 후 소대장들은 잠시 대기하라고 지시하셨다.


"하하! 행정관 저놈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먼!"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걱정마라! 내가 눈여겨보고 있다! 나중에 저 건방 떨던걸 후회하게 해 줘야지! "
"대장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대 재배치는 너무나도 터무니없습니다! 부대원들도 많이 힘들어할 겁니다!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처사일 것입니다."
"그래! 나도 알고 있다! 일단은 지켜보자! 그리고 2 소대장! 너는 이번에만 포상 휴가권 1 소대한테 양보하는 게 어때?!"
"네?! 소대원들의 반발이 많이 심할 겁니다."
"2 소대장! 너까지 내 머리 복잡하게 할래? 행정관이 저렇게 발광을 하니깐 모른척할 수가 없잖아! 이번 한 번만 1 소대를 최우수 소대로 지정하고 지켜보자! 부사관들 의견도 무시할 수 없잖아? 안 그래도 맨날 장교들 편만 든다고 투정 부리는데.."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 많았던 회의는 우리 소대의 포상 휴가권을 나의 선임 소대장님이셨던 1 소대장님께 전해드리게 되며 일단락되었다. 1 소대장님은 미안하다며 운을 뜨셨지만 이미 행정관의 횡포로 대장님의 명령이 하달된 상태였다 보니, 달리 다른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소대 내무반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희비가 교차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1 소대원들은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였지만, 2 소대인 나의 소대원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린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하게 됐다! 소대장이 힘이 없어서 이렇게 됐네.."
"소대장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가 정당하게 경쟁해서 취득한 휴가권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렇게 다른 소대로 주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건 너무 불합리합니다!"
"그래.. 소대장도 이해할 수 없다. 행정관이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써가며 소대를 재배치한다는 둥, 포상 휴가를 다른 소대에 양보하라는 둥, 어처구니없는 말만 늘어놓다가 결국 이렇게 된 거란다. 미안하다.."
"소대장님! 저희 이럴 거면 이제 열심히 안 하겠습니다! 소대장님이 열심히 한 만큼  잘 챙겨주시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이게 뭡니까?! 이건 진짜 아닙니다!"
"그래.. 그런데 이런 정치적인 수는 예상하지 못했다.. 대장님께서도 이번 한 번만이라고 약조하셨으니, 억울하더라도 이번 일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냥 잊자! 응?"
"모르겠습니다! 간부님들 진짜로 너무 합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억지성 발언으로 인하여, 부대 사기 진작은커녕 도리어 우리 소대 사기가 저하된 꼴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하고, 간단한 문제도 어렵게 만들어 버리는 행정관의 사고방식이 영 못마땅했다. 하지만 상명하복의 부대 내 더러운 정치판 속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크게 없었다. 그저 그들의 협작스러운 정치 공세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수밖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부대 생활이었다. 상식선에서 편안히 지나가면 될 일들도 행정관의 모략질이 가미되기 시작하면 쉽사리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가 되기 일쑤였다. 얼토당토않은 그의 언행들은 부대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그 꼬투리를 구실로 삼아 사람들의 약점을 잡고, 쥐고 흔들으려는 수작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그의 행태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


 항상 일보다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나를 힘들게 함을 깨우치며 효과적인 대인관계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자기 계발서를 탐독하였다. 하지만 스스로 권좌에 앉아있다고 생각하는 그와의 관계 개선은 쉽지가 않았다. 잘 대해 줄수록 그것을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그의 심산과, 아무 의미 없는 행동도 비비 꼬아가며 잘못된 방향으로 확대 해석하는 그의 천부적인 재능은 그를 참아가며 내 사람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대신에 적정 거리를 두며 서로 부딪힐 기회를 줄여나가는 편이 현명하다는 방향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나는 그저 그렇게 간부수첩에 그의 만행을 하나하나 날짜별로 기록해가며 허허실실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사냥할 기회를 기다리며 수풀 속에 숨어있는 맹수처럼 말이다.


위기가 있으면 기회가 있고,
기회가 있으면 위기가 있는,
그것이 바로 우리네들 인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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