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1등 소대의 애환
"아니, 대장님! 이거 너무 2 소대만 포상 휴가를 다 가져가는 것 아닙니까?"
"행정관, 정당하게 경쟁해서 계속 1등만 하는 걸 어쩌라는 건가?"
"그래도 제가 볼 때는 요즘 부대 분위기가 너무 안 좋습니다! 병사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주야장천 2 소대만 포상 휴가를 가니깐 부대 사기 진작을 위한 당초의 명분이 많이 퇴색되고 있습니다!"
"허허, 2 소대장이 소대원들 교육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잘 이끌어서 그런 것 아닌가? 안 그래? 2 소대장?"
"예, 대장님. 저희 소대원들이 열심히 경쟁해서 취득한 포상 휴가권인 만큼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기요, 2 소대장님! 너무 욕심쟁이 이시네! 좀 타 소대에 양보도 하시고 그래야지, 너무 혼자 독식하시다가 배탈 나요! 그러지 말고, 이게 벌써 몇 번째입니까? 이번 포상 휴가권은 타 소대에 양보도 좀 하고 그러세요!"
"소대원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포상 휴가권을 불만사항이 접수됐다고, 타 소대에 전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장님, 2 소대가 너무 특출 나니깐, 전체 소대 평준화를 위해서 부대원들을 섞어서 다시 배치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행정관! 이건 각 소대장들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듯싶은데?"
"소대장님들 어떠세요? 네?"
"반대합니다!"
"아니! 소대장님들! 왜 반대하십니까? 부대 전력을 상향 평준화할 수도 있는 방법이지 않나요?"
"왜 재배치가 상향 평준화인 겁니까? 다음번에는 다른 소대들도 1등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지금 이게 도대체 몇 번쨉니까?! 2 소대만 계속 '최우수 소대'로 지정되잖아요! 그럼 타 소대에서 좀 열심히 잘 훈련시켜서 1등을 하시던가요? 제가 한두 번 이랬다고, 재배치하자고 그럽니까? 아니면 아까 말한 대로 2 소대가 포상 휴가권을 이번에는 포기하시고, 2등을 한 1 소대가 대신 포상권을 타가는 건 어때요?!"
"정정당당한 결과인 포상권을 그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아 진짜! 말들 안 통하시네! 지금 부대 병력들이 불만이 많다고요! 그럼 다른 소대 소대장님들이 좀 더 열심히 해서 골고루 배분되게 하시던가요! 왜 제가 중간에서 이렇게 중재를 하고 있어야 합니까?! 대장님! 전 더 이상 말이 안 통해서 회의 그만하겠습니다! 말만 꺼내면 다 아니라고만 하는데 무슨 말을 합니까?!"
"하하! 행정관 저놈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먼!"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걱정마라! 내가 눈여겨보고 있다! 나중에 저 건방 떨던걸 후회하게 해 줘야지! "
"대장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대 재배치는 너무나도 터무니없습니다! 부대원들도 많이 힘들어할 겁니다!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처사일 것입니다."
"그래! 나도 알고 있다! 일단은 지켜보자! 그리고 2 소대장! 너는 이번에만 포상 휴가권 1 소대한테 양보하는 게 어때?!"
"네?! 소대원들의 반발이 많이 심할 겁니다."
"2 소대장! 너까지 내 머리 복잡하게 할래? 행정관이 저렇게 발광을 하니깐 모른척할 수가 없잖아! 이번 한 번만 1 소대를 최우수 소대로 지정하고 지켜보자! 부사관들 의견도 무시할 수 없잖아? 안 그래도 맨날 장교들 편만 든다고 투정 부리는데.."
"예.. 알겠습니다.."
"미안하게 됐다! 소대장이 힘이 없어서 이렇게 됐네.."
"소대장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가 정당하게 경쟁해서 취득한 휴가권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렇게 다른 소대로 주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건 너무 불합리합니다!"
"그래.. 소대장도 이해할 수 없다. 행정관이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써가며 소대를 재배치한다는 둥, 포상 휴가를 다른 소대에 양보하라는 둥, 어처구니없는 말만 늘어놓다가 결국 이렇게 된 거란다. 미안하다.."
"소대장님! 저희 이럴 거면 이제 열심히 안 하겠습니다! 소대장님이 열심히 한 만큼 잘 챙겨주시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이게 뭡니까?! 이건 진짜 아닙니다!"
"그래.. 그런데 이런 정치적인 수는 예상하지 못했다.. 대장님께서도 이번 한 번만이라고 약조하셨으니, 억울하더라도 이번 일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냥 잊자! 응?"
"모르겠습니다! 간부님들 진짜로 너무 합니다!!"
위기가 있으면 기회가 있고,
기회가 있으면 위기가 있는,
그것이 바로 우리네들 인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