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짐을 겨룬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대해 확실히 결정 지음
"왜 소대장님 업무를 저에게 시키십니까?"
"내 업무를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찰 분대장도 소대 내 부소대장 역할을 하는 간부이다 보니 병영 생활 기록부를 저의 지시에 따라 작성 및 보고할 책무가 있습니다."
"네? 그런 규정이 어디에 있는 겁니까?"
"자, 여기 이 규정을 읽어 보세요. 부소대장이 소대장의 관리 감독하에 작성 가능하다고 적혀있죠?"
"저는 부소대장 아니지 않습니까?"
"네에?! 뭐라고요?"
"저의 직책은 '정찰 분대장'이란 말입니다."
"지금 제게 그걸 말이라고 하나요?"
"맞지 않습니까? 아무튼 전 행정관님이 시키신 일이 있어서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정찰 분대장, 부대 작업 병력이 필요하시면, 소대장인 저에게 먼저 승인을 받으십시오."
"보급관님이 부대 예초기 작업에 2명, 장비 창고 정리에 3명, 수송관님은 차량 정비 작업에 5명 요청하셔서 이 병력들은 반드시 열외 해야 합니다."
"반드시라니요?"
"매일 같이 진행하는 부대 작업 병력 열외 시키는 것에 왜 갑자기 딴지를 거십니까?"
"딴지라.. 정찰 분대장! 상관에게 말을 할 때는 말을 가려가면서 하세요. 지금 이래저래 병력들을 모두 열외 시키고 나면, 몇 명 남지도 않는데, 이 병력으로 무슨 교육 훈련을 진행합니까?"
"원래 그렇게 하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이 병력들이 부대에서 작업이나 하려고 입대했습니까? 항상 전투 준비 태세에 완비를 해야 하지요!"
"지금 전쟁이 났습니까? 그러면 부대 작업은 어떻게 합니까?"
"앞으로는 제 소대 병력을 작업 병력으로 열외 시키려면, 제 허락을 반드시 득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소대원들의 건강과 안위는 제 책임 소관이기 때문입니다."
"저보고 어쩌시라고.. 그럼 소대장님이 병력 지원 안 해주셨다고, 보급관님과 수송관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십시오!"
"소대장님, 보급관과 수송관이 잠시 오라고 하십니다!"
"응, 지금은 교육 훈련으로 바쁘니, 이따가 시간 나면 방문드린다고 전해드려라."
"죄송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 오시라고 닦달이십니다...."
"내가 직접 통화할게, 알았다!"
"똑똑똑!"
"아니! 소대장님 이게 뭐예요? 장난하자는 겁니까?!!!"
"왜 이리 역정을 내십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지금 소리를 안 지르게 생겼습니까?!!!"
"흥분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말씀해 보십시오."
"흥분을 지금 안 하게 생겼어요?! 네?!!!"
"왜 흥분을 하시고 그러십니까? 그러지 말고 대화로 해결하십시오."
"아니, 왜 갑자기 병력들을 못 보낸다고 난리를 치시는 겁니까?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저는 단지, 제 소대원들에게 교육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갑자기 왜 병력 지원을 안 해주시냐고요!"
"당연히 진행해야 할 교육 훈련을 진행한 것입니다. 그리고 소대원들과 관련된 모든 책임은 소대장인 제게 있기 때문에 제 소대원들을 제 허락 없이 마음대로 데리고 가시는 것은 안된다는 말을 정찰 분대장에게 전달한 겁니다."
"전 하사가 2 소대장이 앞으로 병력 안 보내줄 거라고 그랬다는데요?"
"병력을 안 보내드린 다는 것이 아니라, 제 승인을 득하고 병력들을 작업 병력으로 데리고 갈 수 있도록 말한 것입니다. 솔직히 제 병력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책임자인 제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그건 그렇지요.... 아무튼 오늘은 소대장님이 이런 식으로 나와서 싸우자는 건 줄 알고, 꼭지가 돌 뻔했어요!"
"하하하, 뭘 또 그렇게 말씀하시고 그러십니까? 당연히 처리되었어야 할 업무 절차가 생략됐길래, 병력 관리에 용이하도록 그 절차를 다시 만든 것뿐입니다. 제 병력이 작업 간 줄 알았는데, 혹여라도 탈영이라도 해버리면 그 책임은 누가 집니까?"
"그렇기는 하죠.. 뭐 그 부분은 저도 앞으로 유념토록 할게요!"
"아 참,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는 건데...."
"뭔데요?!"
"수송부 배차 문제 말입니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하시는 겁니까? 일부러 괴롭히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하하하, 소대장님! 똑같습니다. 저도 모든 차량 정비, 관리, 유지에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차량은 배차를 안 해드리는 것이고, 갑작스러운 배차 신청도 차가 없으면 못 해 드리는 거고요!"
"솔직히, 그 배차권을 가지고 저희들을 좀 괴롭히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배차를 요청드리는 사유들은 대부분 저희들도 갑자기 지시를 받거나 들은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억울한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모르겠습니까? 제가 군 생활을 몇 년째 하고 있는데요?! 자꾸만 생각 없이 배차 신청하시는 보좌관님이나 통제장교님들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그랬습니다!"
"아무튼 서로 상황을 다 이해하시니까 앞으로는 잘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정된 안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일주일 전 배차 요청을 드리겠지만, 예정에 없던 스케줄은 저도 통제가 불가능하니 이해해주시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소대장님, 오늘 이런 얘기하려고 일부러 이런 거죠?"
"뭐, 고의성이 아예 없었다고 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하하하!"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합니다! 제가 가만 안 둡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시고, 고생하십시오!"
"아무튼 빨리 요청한 병력 좀 수송부로 내려보내 주세요!"
"전부는 못 보내드리고요, 3명만 추려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소대장님, 여기 할 일이 넘치는 것 보세요! 그럼 소대장님이 와서 직접 도와주시던가요!"
"전 할 일이 많아서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하하하!"
"내가 내일 또 두고 볼 거예요!!!!"
나쁜 짓을 저지르는 자만 악인이 아니라,
남의 마음에 악을 싹트게 하는 자도 악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