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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Oct 27. 2022

Ep 40: Hello! Australia!

우당탕탕 입국기!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학생 비자는 예상과 다르게 별 탈 없이 승인되었고, 드디어 어학연수의 길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무난한 여행을 원했지만 나의 바보스러움 덕분에 돌발적인 상황은 쉼 없이 발생했다. 첫 번째 사건은 여행자 수표를 무더기로 환전하여 호주로 입국하면서 AUD 10,000 달러 이상을 소지한 채로 입국한 데서 비롯됐다. 무뚝뚝해 보이는 백인 여성과 건장한 체구의 남성들이 나를 입국 심사대가 아닌 의미심장해 보이는 구석으로 끌고 갔다. 어안이 벙벙했던 나는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그들의 질문에 두 귀를 쫑긋 세운채 집중했다.


"Why are you carrying more than $10,000 Australian dollars? (당신은 왜 호주 달러 만 달러 이상을 소지하고 있나요?)"
"I came here for studying English and those traveller checks will be my living costs for around a year in Australia. (저는 영어 공부를 하러 호주에 왔으며 이 여행자 수표들은 향후 1년간 제 생활비입니다.)"
"Are you involved in any crimes or carrying illegal items? (당신은 범죄에 연루되거나 불법 소지품 등을 소지하고 있나요?)"
"No. I don't. I am identified person in Korea who used to be an officer in Korea. (아니요. 저는 한 때 장교였던 사람으로 한국에서 신원이 증명된 사람입니다.)


 통통해 보이는 백인 여성은 웃음기 뺀 표정으로 나를 심각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괜히 군인이었다고 말해서 졸지에 무기 밀수꾼으로 의심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녀는 나에게 여행자 수표를 건네 달라며 두둑한 봉투를 꺼내보았다.


"드르르르륵..."


 혹여라도 내가 소지하고 있는 전재산을 이렇게 빼앗기게 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You know? (너 그거 알아?)"
"....."
"Actually, we are able to impound those checks in this suspicious situation. (사실 말이야, 우리는 이런 의심스러운 상황 속에서 이 수표들을 압수할 수 있어.)"
"Parden? I coundn't get the meaning of impound. Could I look for the meaning of impound?(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제가 impound라는 단어를 이해 못 했습니다. 그 단어의 의미를 검색해봐도 되겠습니까?)"
"Yes, sure. Go ahead. I, M, P, O, U, N, D, impound! (그럼요. 찾아보세요. I, M, P, O, U, N, D, impound!)"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떨리는 마음으로 열심히 단어를 전자 사전으로 검색했다. 단어의 뜻을 확인한 나는 아연실색하여 성급히 짧은 영어로 어필하기 시작했다.


"Please, don't impound please. That is all I have and without it I could not study in Australia.(제발, 압류하지 마세요. 제발. 그건 제 전 재산이고 그 돈을 잃으면 저는 공부도 못합니다.)"
"This is such a big money to carry. Why did you bring the check like this way? (이렇게 큰돈을 왜 이런 방식으로 갖고 왔나요?)"
"That's because I wanted to keep lower exchange rate. (그 이유는 더 낮은 환율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I see. Would you mind if I search your belongings in case? (알겠어요. 만약에 대비해 제가 당신 소지품들을 검색해도 괜찮나요?"
"Yes! um.. No! I don't mind. Sorry, my English is short. (아니요! 어.. 예! 상관없습니다. 영어가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No, no, no! Your English is great! (아니에요! 영어 잘하는데요 뭘!)"


 처음으로 심사관이 옅은 미소를 띠어 보였다. 그녀의 미소가 땀을 뻘뻘 흘리며 취조당하고 있는 나에게는 한 줄기 희망의 빛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금세 그녀의 얼굴 표정이 다시금 차갑게 굳어졌다. 호주에서 거주하고 있던 친구의 부탁으로 구매한 담배 2보루가 발각된 것이다. 그 당시 입국 규정상 담배는 1보루 하고 2갑 정도까지만 허용됐었지만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며 확언하는 친구의 간곡한 부탁으로 2보루를 몰래 들고 입국하려다가 여행자 수표 검문 때문에 적발된 것이다. 나는 성급히 해명을 했다.


"Frankly, I am not a smoker. That is my friend's favour. I could give up those cartons but please return my checks please. (사실은 전 비흡연자입니다. 친구의 부탁으로 가져왔습니다. 그 담배들은 포기할 수 있지만 여행자 수표는 제발 돌려주세요.)"
"I am trying to believe you but you didn't tick on the card. That's not good. It is illegal. (너를 믿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사실대로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네요. 이런 행위는 불법이에요!)"
"I did not want to buy 2 cartons for sure but I lied that I should admit. I could not say anything. (저는 담배 2보루를 정말 사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거짓 신고서를 작성했음은 사실입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Let me see. Give us a moment! At least you tick the money things.(어디 보자.. 잠깐만요! 그래도 돈 관련 항목은 체크했네요.)"


 심사관들이 속닥속닥 거리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수표를 빼앗기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최악의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Okay. Thank you for waiting! I reckon you seem alright but please make sure don't lie on the card next time. Today is your lucky day! Welcome to Australia!(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제가 볼 땐 당신은 문제가 없어 보이네요. 그렇지만 다음번에는 입국 심사 카드에 거짓으로 작성하면 안 됩니다. 오늘 당신 운이 좋네요! 호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Does that mean I am okay to go? (문제없다는 의미인가요?)"
"Yes! Absolutely! You're free to go! However,  for the safety issues, you should make your money deposit into a bank account asap in case of robbery. (그럼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 그런데 안전상의 문제로 강도에 대비해서 돈을 은행에 가능한 한 빨리 입금하세요!)"
"Yes, I will. Thank you for the advices and I will return one of the carton to you as I was unlawful. (알겠습니다. 충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담배 한 보루는 제 불찰로 인해 반납하도록 하겠습니다.)"
"Nope! We don't  need it. It is okay this time but next time is not ok. Do you understand? (아니요! 필요 없어요. 이번에는 봐드리지만 다음번에는 이러면 안 돼요! 이해하셨나요?)"


 모든 사태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감사한 마음에 일부러 한국에서 들고 왔던 100원짜리 동전을 심사관들에게 하나씩 전달했다.


"What is this?(이게 뭔가요?)"
"This is a small gift for you. Korean coin. Please accept it! (작은 선물이에요. 한국 동전이고,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Oh, I see. Thank you. You may go! Enjoy your study in Australia! (오, 알겠어요. 고맙습니다. 이젠 가도 좋아요! 호주에서 즐겁게 공부하세요!)
"Thank you so much! Thank you!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허리를 숙여가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무서운 심사관의 얼굴은 어느덧 온화하게 바뀌어 있었고, 나의 호주 입국은 큰 난리통을 한번 치르고서야 원상 복귀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어떤 험난한 일들이 내 앞에 펼쳐질까?




 꼼꼼한 것 같으면서도 숨길 수 없는 허당 끼 때문에 항상 다양한 일들이 순서를 기다려가며 나에게 손짓한다. 결국 나의 무지함과 경험 부족으로 인한 상황이 대부분이지만 쉽게 갈 수 있는 어려운 길로 가게 되는 나의 인생은 이러한 숙명을 타고난 듯하다.


 특수 검색 심사대를 빠져나온 후 한 숨 돌리며 쉴틈도 없이 수화물을 찾으러 갔다. 이것저것 야무지게도 챙겨버린 중국산 저렴한 3단 이민 가방 덕분에 넉넉한 수납공간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그 품질이 형편없었기에 먼 길을 옮겨오는 동안 바퀴도 부서지고 가방도 찢어지는 등, 차마 홀로 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냥 주저앉아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지만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 없는 혈혈단신의 이방인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다시는 저렴한 중국산을 사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면서 다 망가진 이민 가방을 질질 끌고 항공사에 짧은 영어로 보상 요청을 실시하였지만, 긴 시간을 기다린 보람도 없이 수화물 보험을 안 들었다는 이유로 인하여 거절당하게 됐다. 그 무거운 이민 가방을 옮길 엄두가 안 나서 큰 사이즈의 캐리어를 면세점에서 동분서주 찾아다녔지만 좀처럼 내가 원하는 만큼 커다란 캐리어는 쉽사리 시야에 포착되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길바닥에 주저 않으려는 찰나, 오클리 매장 앞에 제법 커다란 사이즈의 캐리어가 눈에 띄었다. 비싸건 싸건 상관없이 매장 직원에게 가장 큰 것임을 확인한 후 누가 먼저 구매해서 설상가상이 되기 전에 서둘러 구매했다. 꾸역꾸역 짐들을 정리하여 넣어보니, 다행히도 이민 가방에 들어있던 모든 짐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비지땀을 흘리며 낑낑거리는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호주 여직원들이 부채질도 해주고, 물도 주는 등, 참으로 따뜻하고 정겨운 호주인들의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에 그들에게도 100원짜리 동전을 하나씩 건네어 주자, 그녀들이 흔쾌히 다 망가져버린 이민 가방을 대신 버려주겠다며 선심을 써주었다. 많은 짐들로 힘겨워하고 있던 나에게는 그보다 더 감사한 단비 같은 도움은 없었다.


 잠깐 사이의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사건들로 인해 혼이 다 빠지고,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은 채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입국장을 나올 수 있었다. 현지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어학원 직원은 엄청 늦게 나오셨다면서 불평이 섞인 안부를 건넸지만 그에게 나의 영웅담을 들려줄 정도의 체력은 이미 방전되고 없었다. 그렇게 그는 나에게 호주 2G 핸드폰을 건네주고, 예정되어있던 Macgregor의 한 가정집 홈스테이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수고비로 $100불을 건네어 드린 후, 나는 그렇게 한 동안 넋 나간 사람처럼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었다. 힘겨웠던 하루였던 만큼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몸이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오묘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사히 잘 도착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 절반은 했다!


쉬우면 그게 인생인가?
쉽지 않으니 인생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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