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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Nov 09. 2022

Ep 41: 난 정말 행운아인 것 같아!

멍청했던 나만의 착각, 세상에 공짜 없다

 힘겨운 몸을 이끌고 도착한 홈스테이 하우스에는 나의 예상과 달리 한국인 아주머니가 계셨다. 다소 실망스러운 내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영어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일반 쉐어 하우스보다 값비싼 홈스테이 하우스를 선택하였는데, 한국인 아주머니가 계시니 한국인에게 영어를 사용하기 애매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웠던 점은 그 아주머니의 남편분은 레바논 사람으로 백인처럼 보였고, 그는 영어만 가능했기 때문에 집안에서는 영어만 사용해야 하는 법칙이 있었다. 어학연수 기간 1년 동안 지낼 생각으로 구한 집이었기 때문에, 홈스테이 주인에게 드릴 조그마한 선물을 여행가방에서 조심스럽게 꺼냈다.


"Hello! Danny. This is a small gift for you that I bought from Hong Kong. I wish you would like this. (저기 대니? 이건 내가 홍콩에서 사 온 조그마한 선물이야. 네가 좋아했으면 좋겠어.)"
"Whaaaat? Oh.. Let me see. Is this liquor? I don't drink alcohol! (에엥? 어디 보자.. 이거 술 아니야?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아!)"
"Oops, I am sorry. Then I will take it back. Let me find another gift for you. (이런, 미안해. 그러면 내가 도로 가져갈게. 다른 선물이 있는지 찾아봐야겠어.)"
"Hey! JJ! It is kidding! Don't be serious! I like drinks. Hahahaha! (여어, JJ! 장난이야! 장난! 나 술 좋아해. 하하하하!)"


 첫 대화부터 보기 좋게 한방 먹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선물을 순식간에 가로챘다.


"Looks small but seems nice! Thank you very much! (작아 보이는데 좋아 보이는 걸! 고마워!)"
"You're welcome. (그래!)


 준비한 선물을 집주인이 기분 좋게 받아주니 첫 단추는 잘 끼워진 듯보였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머리를 사무라이처럼 뒤로 묶어서 일본인처럼 보이는 한 청년이 차가운 표정으로 성큼성큼 집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나는 그를 회피하고 싶었지만 한 집안에 지내게 될 사람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Hi! I am JJ. (안녕하세요! 저는 JJ입니다.)"


 그는 족제비처럼 쭉 찢어진 눈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인사도 없이 곧장 냉장고로 다가가 벌컥벌컥 음료수를 꺼내 마셨다. 그의 냉랭함에 당황한 나는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는데, 홈스테이 마더가 껄껄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JJ! 여긴 내 친동생이야! 서로 인사해! 아마 JJ보다는 형일걸?"
"아.. 네.. 안녕하세요? 전 JJ입니다!"
"어.. 그래, 난 재키야!"
"...."


 차갑게 풍기는 외모만큼 말투에도 서리가 잔뜩 껴서 따뜻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집주인 동생이라고 행패 부리는 건가?'
'싸가지는 없어 보여도 타국에서 이렇게 기댈 곳이 있다니 부럽긴 하다.. 돈도 많이 절약될 테고..'


 재키형의 태도에 다소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여기고 나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열심히 짐 정리를 하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단어라도 외울 심산으로 Vocabulary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치기가 무섭게 누군가가 나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들겼다.


"똑똑똑.."


 문을 열어보니 재키형이 방문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잠깐 들어가도 돼?"
"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를 못 한 거 같아서.."
"아.. 네.."
"사실 내가 대니, 저 놈이랑 앙숙이거든.. 거의 견원지간이어서 사이가 안 좋아. 혹여라도 오해했을까 봐.."
"아.. 아니에요.. 그냥 조금 차가운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재수 없게 생겼지?"
"아이고.. 아니에요! 무슨 그런 말씀을!"
"말씀은 뭔 말씀이야!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사실대로 편하게 말해봐!"
"그냥.. 뭐.. 일본인처럼 생기셨고, 조금 매섭게 생기셨다고는 생각하긴 했어요.."
"쪽발이처럼 생겼다고 하는 거 맞네! 재수 없다고!"
"아.. 아니에요!!"
"장난이야.. 장난! 너 가정교육 잘 받았구나?! 괜찮은 아이 같네?"
"아휴.. 아닙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잘 지내자! 형이 잘 챙겨줄게!"
"네! 감사합니다!"
"그럼, 피곤할 텐데 좀 쉬고, 나중에 같이 놀러 나가자!"
"옙!!"


 말을 조금 섞어보니 생각보다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첫인상과는 다르게 다정다감한 느낌도 들었고, 친한 형을 한 명 얻은 것 같다는 든든한 느낌이랄까? 한국인 홈스테이로 배정돼서 아쉬웠던 감정은 어느새 희열로 뒤바뀌고 있었다.


'이런 행운이 있나? 나는 정말 행운아인가 봐!'
'호주에서 홀로 생활할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그날 저녁, 재키형은 나의 방문을 또다시 두드린 후 내일 함께 수영장을 가자고 제안했다. 그다지 유쾌한 제안은 아니었지만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의 제안을 고민 없이 수용했다. 그렇게 다음 날, 우리는 브리즈번 시티에 소재하고 있는 한 대학교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보는 이국적인 풍경과 신기한 나무 모양으로 인해 흡사 해리포터 영화 세트장을 거닐고 다니는 듯한 착각이 일기도 하였다. 날씨는 화창하였고, 넘치는 아드레날린으로 인해 기분은 최상이었다. 재키형의 도움으로 브리즈번 생활 경험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매우 감사한 일이었다.


 수영장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에게게.. 너 꽈추가 그게 뭐냐? 하하하하하하"
"형! 얘가 화나면 난리 나요! 그리고 지금은 쪼그라 들어서 그렇다고요! 하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하하하하"


 그렇게 호탕하게 대화를 나눈 후, 기분 좋게 수영장으로 입수했다. 재키형은 날렵한 근육질에 수영 실력도 꽤나 좋아 보였다. 반면 나는 제대로 수영을 배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유형으로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힘이 들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웃겼는지, 옆 트랙의 아리따운 여자가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게 느껴졌다. 순간, 짧은 영어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I am dying. How come you are so good at swimming? (아이고 죽겠네. 어떻게 수영을 그렇게 잘해요?"
"I used to swim since I was young. If you work harder, you will be better. Hoho. (난 어릴 때부터 수영을 했어요. 당신도 열심히 하면 더 나아질 거예요. 호호.)"
"I hope so. However, your English is great. I would like to steal your English skills. (나도 그러길 바래요. 근데, 영어 잘하네요? 당신의 영어 능력을 훔치고 싶네요.)"
"Hohoho. Please take it if you can. Buy the way, you are so fun and delightful. (호호호. 얼마든지 가져가셔요. 그건 그렇고, 당신 상당히 밝고 유쾌한 사람이네요.)"
"I know. You already got it. I cannot hide from others. Hahaha. (저도 알아요. 알고 있었네요? 제 재능을 숨길 수가 없군요. 하하하.)"
"Hohoho. You make me drown. (호호호. 날 익사시킬 참이에요?)"
"No, No, I will save you! Do not worry! (아이고, 아니에요! 제가 구해줄 테니 걱정 마세요!)


 재키형이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그 여자와 한참을 영어로 수다를 떨었다. 영어 실력 상승을 목적으로 어학연수를 왔으니, 큰돈을 투자한 나의 환경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었다. 결국 그 아리따운 아가씨의 전화번호를 받은 후, 우리들의 유쾌한 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혹여라도 그 여자가 탈의실로 돌아갈까 봐, 부리나케 남자 탈의실로 들어가서 번개처럼 옷을 갈아입고, 핸드폰을 챙기고 나와서야 그녀의 번호를 받아낼 수 있었으니 나의 정성 또한 대단했다. 절약하며 생활해야 하는 나의 금전적 상황 때문에 그 여자에게 연락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뒤늦게 수영을 끝마치고 나온 재키형은 호주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가 생각보다 영어를 잘한다면서 칭찬 일색이었다. 나는 나의 영어는 엉터리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 형은 호주 산지 벌써 2년이 넘어가는데도 영어를 잘 못하겠다며 계속 나를 치켜세워주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리 위 벤치에 앉아서 형이 몰래 챙겨 왔던 떡볶이를 맛있게 흡입하며 호주라는 나라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있었다.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지고 나서야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홈스테이 집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형은 나에게 자기 방에 가서 같이 더 놀다가 자자고 말을 걸었지만, 온몸이 천근만근이었던 나는 너무 피곤하니 내 방에서 편히 자겠다며 정중히 형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정도 재키형의 권유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강행군 탓에 피곤한 몸 탓을 하며 그 형의 제안을 거절했다. 솔직히 같이 자도 불편할 것은 없었다. 한국에서도 친한 형이나 친구, 동생들과 편안하게 같이 잠자리에 든 적이 셀 수 없이 많았으니 말이다. 단지 남들과 함께 자면 숙면을 못 취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혼자 자고 싶다는 것을 형이 이해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클럽에 가자며 나를 데리고 나갔다. 포티튜드 밸리에 위치한 클럽들이었는데 분위기가 내가 알던 클럽들과는 사뭇 달랐다. 얼굴 문신은 기본이고, 치아에 쇠를 코팅한 사람부터 목에는 하드코어 쇠 가시 못줄을 찬 무시무시한 악당 소굴 같은 곳으로 나를 이끌고 들어갔다. 물론 겁은 났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온 무대를 휩쓸며 신명 나게 놀았다. 아시안이 우리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방에서 우리를 응시하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은 받았지만 별 탈 없이 놀다가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호주 도착한 지 2주일도 안 되는 시점에 재키형과 술도 마시고 놀러도 다니면서 호주 생활을 만끽하고 있을 때쯤, 어학원에서 친했던 일본인 친구들이 나의 안위를 걱정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자랑한답시고 나열했던 그 클럽 경험들은 호주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매우 위험한 곳이라고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서 어학원 선생님들에게 재차 확인해 보니, 절대 그 클럽들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친구들의 조언이 허풍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를 위험한 곳으로 안내했다는 찝찝한 기분을 뒤로한 채 재키형과 시티에서 만나서 술을 한잔 하기로 했다. 없는 살림 형편이었지만 나를 배려하면서 형이 매번 돈을 더 많이 썼기 때문에 내가 한 턱 쏘기로 약속하고 술 약속을 잡았던 것이다. 즐거운 분위기에 술을 마시고, 저번처럼 위험한 클럽이 아니라 시티 주변에 위치한 다소 안락한 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테이지를 접수할 정도로 과격한 춤을 추다가 저녁 시간이 많이 늦어서 서둘러 집으로 귀가하였다. 형은 또다시 한번 나에게 같이 자자고 제안하였고, 매번 거절하는 것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에 흔쾌히 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형의 방으로 올라가서 침대에 같이 누웠는데, 뭔지 모르게 나의 침대보다 더 푹신하고 좋아 보였다. 잘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오늘 놀았던 얘기들을 잠시 나누다가 곯아떨어졌는데, 순간 기분 나쁜 음산함이 엄습해왔다. 이 형이 나의 몸을 더듬거리며 잠을 자는 것이었다. 나를 여자로 착각했겠거니 생각하며 그 형의 손과 발을 정중하게 뿌리치고 다시 잠에 들기 위해 자세를 고쳐 누웠다. 시간이 흐르자 그 형은 또다시 나를 더듬으며 나에게 입맞춤까지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더러운 느낌에 잠이 화들짝 깨서 형에게 말을 걸었다.


"형! 가만히 좀 자요! 장난 그만하고! 나 내일 어학원 가야 해요! ㅋㅋㅋ"
"응? 가만히 자는데? 뭔 일 있어?"
"아.. 진짜? 저 그러면 내려가서 잘게요!"
"아.. 알겠어.. 가지 마. 근데 나 할 말이 있어. 대니한테는 말하면 안 돼! 말하면 나 쫓겨나!"
"뭔데요? 심각한 거면 말하지 않아도 돼요."
"아니야. 사실 나 안 그랬었는데...."


 구구절절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본인이 해군 부사관 출신이고, 해군 훈련을 몇 달간 나가 있다 보면 비좁은 군함 안에서 성욕을 주체 못 한 남자들끼리 서로 그 짓거리를 한다는 얘기였다. 본인도 원래는 게이가 아니었는데 그때 후장을 뚫린 이후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는 그 긴 이야기의 끝은 나의 후장을 한번 맛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형! 장난이죠?!"
"미안해.. 진심이야.. 한 번만 박게 해 주면 안 돼? 응?"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저한테는  한국에 여자 친구도 있고, 여자 친구 차 푸조라고 보여주기도 하고 그랬잖아요! 다 거짓말이었어요?!"
"아니야. 사실이야. 근데 네가 너무 좋아! 한 번만 박게 해 주라! 응?!"


 그 형은 순식간에 나에게 혀를 내밀며 키스를 시도했다. 뿌리치려고 했지만 나의 입술에 그 형의 혀와 입술이 닿는 참사가 벌어졌다.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퍼즐처럼 차곡차곡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유 없는 호의 없다고, 그동안의 호의와 형의 여자 친구랍시고 나에게 사진들을 보여줬던 일, 수영장을 데리고 다니며 나의 몸매를 훔쳐봤던 일, 영어를 잘한다며 칭찬했던 일, 게이 클럽들을 데리고 다녔던 일, 수차례 같이 자자고 제안했던 일들이 그 형을 게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그냥 나는 행운아라며 기쁨에 심취해 있느라,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못 하고, 안 겪어도 될 더러운 경우를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그 시간부로 나는 그 형과 거리를 뒀다. 역정을 낸 후 내 방으로 내려가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분노에 치를 떨며 패 죽여버릴까도 생각해봤지만 호주 학생 비자 상태였기 때문에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예외 상황 없이 추방을 당할 수도 있는 엿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샤워장으로 이동하여 '에이스 벤츄라'라는 영화에서 '짐 캐리'가 했던 것처럼 온몸을 닦으며 30분 이상 이를 닦았다. 불결한 느낌에 닦고 또 닦으며, 그 형이 내 눈앞에 안 보이길 기원했다. 혹여라도 내가 이성을 잃고 사고라도 칠까 싶어서였다. 그날 이후로 그 형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새벽 5시에 집을 나가서 새벽이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강행군을 지속했다. 잠이 부족해서 힘들긴 했지만 치밀어 오르는 분노 덕에 그다지 피곤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나의 의도적인 피하기가 계속되자, 하루는 그 형이 내가 다니는 어학원 앞에 크로스 신발을 사들고는 양팔을 벌리며 서있는 것이 보였다. 포옹이라도 바라는 듯한 그 형의 행태를 보자마자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왜 여기 계시죠?"
"화 풀어! 선물이야! 우리 예전처럼 잘 지내자. 앞으로는 안 그럴게!"
"뒤로 그러려고 그러시나?"
"푸훗.. 뒤로도 안 해. 자.. 화해의 포옹하자. 이 선물도 받고!"
"죄송한데 싫어요. 선물은 갖다 버리시든 말든 상관없고요. 앞으론 제 학교에 찾아오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지 말고, 잘 지내자! 우리 좋았잖아?"
"전 형이랑 지금 말도 섞기 싫네요! 제발 제 인생에서 꺼져주세요!"
"그게 형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그러지 말고.."
"아.. 제가 진짜 지금 많이 참고 있는데, 더 험한 말 나가기 전에 사라져 주세요! 앞으로 제 앞에 나타나면, 형 누나랑 대니한테 다 말할 생각이니까 서로 얼굴 붉힐 일 만들지 마시죠!"
"그.. 그건 아니잖아.."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나의 완강한 거부의사에 그 형이 돌아갔다. 그때는 어떠한 폭력도 행사할 수 없는 나의 처지가 개탄스러울 따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그 형을 마주치지 않아도 됐다. 그 형 역시 나의 완강한 저항에 나를 피했으며, 나 또한 개인적인 사유가 있다며 그 홈스테이 집에서 이사를 나갔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 없다고, 그 사건 이후로 누군가가 나에게 이유 없이 호의를 베풀면 의심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게이 인가?'


 한국에 있던 친한 형처럼, 호주에도 좋은 형이 생겼다고 신나 했던 나의 어리석음과 타인에게 너무나도 쉽게 믿음을 줘버렸던 나의 순진함에 화가 났다. 그 더러운 상황은 겪어 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다.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상황이다 보니 많은 이들이 겪어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행운이라고 여겼던 그 형과의 만남이 다시는 기억하기 싫은 최악의 만남이 될 것이라고는 초장에 알 턱이 없었다. 그냥 단지 더 큰 화를 안 치르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만 하며 유쾌하지 않지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동성 연애자들을 싸잡아 질타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성 정체성은 존중하려고 노력하지만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본인들의 욕구를 채우는 행위는 잘못된 행위이지 아니한가? 그냥 내가 만났던 그 형이 못된 놈이었다고 믿고 싶다. 샤라포바 신발끈, 수박씨 발라 먹을 자식!


세상에 공짜 없다.
공짜는 이 세상 것이 아니다.
 
아무런 조건도 없어 보이는 호의 또한
베푸는 자의 의협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위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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