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정감을 찾아주는 생명의 소리
잠자리에 들기 전, 와이프와 와인을 한 잔 했다. 노곤한 몸을 침대에 맡긴 채 스르르 눈이 감겼다. 나는 항상 아내에게 팔 베개를 해준다. 혈액 순환적 이슈 때문에 밤새도록 해주지는 못 하지만, 10~20분 정도 서로의 체온을 교류하며 하루의 피로를 녹이는 시간이 지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편안한 자세로 고쳐 눕는다. 그 이후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아내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진다.
"쌔근쌔근.."
"스읍~ 푸우 우우~"
"드르렁드르렁"
다른 사람이 비슷한 소리라도 낸다고 치면, 예민한 성격을 소유한 나의 심기를 심하게 건드릴 것이 뻔하지만, 재미있게도 와이프의 잠자는 소리들은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가끔은 크고, 가끔은 작지만, 그녀의 입과 코에서 만들어내는 그 소리들이 그녀가 건재하다는 생명의 소리처럼 느껴져 심리적 평온함을 준다. 중간중간, 너무 조용할 때는 오히려 나의 신경이 곤두선다.
'숨을 안 쉬나? 무슨 문제 있는 건 아니겠지?'
다시 숨소리가 거칠어지면 이내 안심을 하고 홀로 미소를 지으며 잠을 청한다. 그러다가 새벽 3시가 되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난다. 새벽 1시부터 참아왔던 뇨기 때문에 참다 참다 화장실로 향하는 것이다. 내가 화장실을 향하면 그녀의 숨소리는 잦아든다. 잠귀가 밝아 깨어버린 것이다. 간 밤에 마신 와인을 잘 해독하고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녀의 집안은 간 병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어두컴컴한 방문을 열고, 부엌 정수기 앞으로 향한다. 정수기 앞에 선 후, 먼저 나의 물컵에 찬물을 가득 채운다.
"쪼르르르륵..."
"벌컥벌컥벌컥~"
물을 마시던 중 아내가 나에게 잠이 덜 깬 듯한 목소리로 무어라 중얼중얼거린다.
"놔눈 괜추나요오옹~ 놔눈 괜추나요오옹~ 놔눈 괜추나요오옹~"
목소리가 다소 다급해 보인다. 그녀의 물 잔이 채워지고 있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찬물 반, 뜨거운 물 반~ 사랑하는 와이프의 건강을 위하여~'
새벽에 와이프 물 먹일 준비가 완료되었다. 물 잔을 들고 방으로 돌아와 보니, 정적만 흐른다. 아내는 자는 척을 하지만, 숨소리가 나지 않으니 잠을 안 자는 것이 확실하다. 어둠을 뚫고, 미지근한 물 한 컵을 무사히 그녀의 안전까지 대령했다. 조심스레 속삭이듯 와이프를 부른다.
"여~보~❤︎"
그녀가 못 들은 체한다. 분명 깨어있을 텐데. 나의 눈치는 피할 재간이 없다. 그녀의 볼에 손을 얹은 후 조심스레 쓸어내린다. 쓸어내리고 또 쓸어내려도 쥐 죽은 듯 숨소리도, 움직임도 없다. 쓸어내리는 속도를 조금 더 올려 자극을 강하게 주기로 마음먹는다.
"쓱쓱쓱쓱쓱~~"
내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그녀는 체념한 채 외마디를 내뱉는다.
"아잉..괜춘하다고 했잖아요~"
"술을 마셔서, 물을 많이 마셔야 해요. 당신 가족 내력 때문에 걱정돼서 그래요."
"알겠어요. 꿀꺽꿀꺽, 흐으으으으음, 꿀꺽꿀꺽, 흐으으으으음.."
물을 많이 떠 왔다고 시위라도 하듯 물 마시는 중간중간 한숨 소리 비슷한 신음 소리를 섞어낸다. 힘겨웠겠지만 감사하게도 물을 다 마셨다. 소화가 잘되도록 등을 두들겨 준 후, 편안히 자리에 눕힌다.
"여보, 사랑해요. 그리고 미안해요. 새벽에 물 먹여서.. ㅋㅋㅋ"
"저도 사랑해요. 그리고 저를 물 먹여줘서 고마워요.. ㅋㅋㅋ"
이제부터 술을 마시면 새벽 시간 와이프 물 먹이기(마시기)는 계속될 것이다. 언젠가는 스스로 술 안 마시겠다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와이프는 오늘도 자신을 물 먹였다며 엄살 부리는 웃음을 자아냈다. 건강한 모습으로 항상 변함없이 나의 곁을 지켜주는 당신이 있어서 감사하다.
당신의 숨소리는 나의 불면증 치료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