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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유 Nov 29. 2021

원형탈모, 또 만나지 말자

(원형탈모 No2) 4개월만에 원형탈모에서 벗어나다

원형탈모로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여러 가능성을 다 이야기했다. 원형탈모는 크기가 클수록 그리고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 머리가 빠진 다발성 원형탈모일수록 예후가 나쁘다고 한다. 나는 다행히 다발성은 아닌데 크기가 크다며 예후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보통 엄지손톱만한 크기가 많단다. 지금도 충분히 끔찍한데, 아직 진행중이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찔했다. 

그 날 바로 첫 치료를 받았다. 치료는 원형탈모가 생긴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것이 전부다. 효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치료를 받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의사는 머리털이 빠지는 것에서 머리털이 나는 상황으로 흐름을 바꾸려면 적어도 1~2주에 한 번은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워낙 병원 다니는 걸 싫어하는 나이지만 머리가 더 빠질 수도 있다는 말에 바짝 긴장하고 1주일에 한 번 간격으로 병원을 찾았다. 

두번째 방문.

"예후가 나쁘지 않아요. 보통은 처음에는 머리가 더 빠지는데, 탈모 구간 안에 헤어가 있어요."

더 빠지지 않았다니 그마저도 고마웠다. 

다시 일주일 조금 너머 병원을 찾았다.

"지난번보다 헤어가 빽빽해졌어요. 예후가 괜찮아요. 하지만 이러다 상한 모근이 빠지고 다시 날 수 있어요."

의사는 좋아졌다면서도 만에 하나 나빠질 가능성을 또 언급한다. 

주사 두 번 맞고 좋아졌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경험자들은 최소한 한두 달은 치료를 받아야 솜털처럼 머리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만 뒷통수라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남편이 찍은 사진을 확대해보니 확실히 처음보다는 텅 비어 있는 느낌이 줄어든 듯 했다. 두피 밑으로 모근도 보였다. 곧 두피를 뚫고 나올 것 같은 모근도 있었고, 아직은 숫자가 적지만 이미 두피를 뚫고 나온 머리카락도 보였다. 

이쯤되면 흐름이 바뀐 것이 확실한가? 워낙 의사가 갈 때마다 여러 가능성을 이야기해 마음 놓고 좋아해도 되나 싶지만 그냥 머리카락이 나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 

한 달이 지나 다시 미장원에 갔을 때 처음 원형탈모를 발견해준 원장님이 놀라며 말했다. 머리가 많이 생겼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단다. 다행이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 머리카락이 팍팍 자라지 않는 느낌이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정작 내가 어렵게 거울로 보면 상태가 별반 나아보이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편하게 마음 먹어야 빨리 낫는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스트레스가 쌓였다. 할 수 없이 아예 보지 말자 다짐하고 한달쯤 그냥 지내다 오랜만에 보니 확실히 머리가 많이 차 있었다. 처음 발견한 날로부터 3개월 보름 정도만에 드뎌 빈 머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원형탈모를 아는 분들은 하나같이 부위도 큰데, 빨리 나았다며 놀라워했다. 그렇다면 머뭇거리지 않고 발견 즉시 치료를 시작한 덕분일 것이다. 

백신과 원형탈모 혹은 탈모의 인과성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병원에서는 백신 이후 탈모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조금 늘었다고 한다. 무엇이 원인이든 원형탈모는 발견하는 즉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그냥 내버려두어도 결국 머리카락이 나기는 나겠지만 스트레스 받으며 자연치유되기를 바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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