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유 Mar 08. 2022

결국 오미크론 확진

피하고 싶었던 코로나, 하지만 지나친 두려움은 떨쳐도

지금까지 참 운이 좋았다. 물론 마스크도 열심히 쓰고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은 의도적으로 피했지만 2년 넘게 나는 물론 가족, 친척, 가까운 주변 지인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건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하루에 수십만 명씩 감염되는 걸 보면서 과연 끝까지 피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3차까지 백신 맞은 사람은 괜찮다고 하지만 막상 걸린 사람들이 전하는 말은 흉흉했다. 누가 오미크론이 감기 같다고 했느냐며 고생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걸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굳히곤 했다.

시작은 금요일 밤? 토요일?

금요일 저녁 식사를 한 후 코 부근에서 아주 아주 미세한 통증(?)이 있었다. 그때까지는 목보다는 코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너무 경미한 통증이어서 그냥 요즘 코로나에 너무 예민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는데 역시 미세한 통증이 느껴져 불안한 마음에 자가진단을 했다. 결과는 음성. 코로나는 아니지만 감기 기운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종합감기약을 한 알 복용했다. 가족들과 어울리느라 낮에는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저녁 준비를 하는데 왠지 피곤했고, 역시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고, 침을 삼킬 때 아주 미세한 통증이 있는 정도였다. 통증이 거슬려 저녁에 인후염 약 2알과 종합감기약 한 알 복용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일요일 아침. 통증이 없어지지 않았다. 보통 약을 먹고 자면 다음날은 개운해야 하는데, 통증이 여전하니 왠지 찜찜했다. 하루 종일 기분이 별로인 상태에서 아침, 점심, 저녁 인후염 약과 종합감기약을 먹었다. 빨리 통증이 없어지기를 바라면서.

월요일(3월 7일) 아침.

통증이 조금 더 세졌다. 코인지, 목인지 어디가 아픈지 모호했는데 확실히 목이 아팠다. 침 삼킬 때마다 분명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건 이상한 일이다. 전날 하루 종일 약을 먹었는데도 통증이 더 심해졌다는 게 싸했다. 불안한 마음에 자가진단을 또 했다. 결과는 음성. 눈물이 쏙 빠질 때까지 면봉을 찔렀다. 그래야 결과가 정확하다고 해서.

음성이 나왔어도 왠지 찜찜해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집 근처에 있는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부터 받았다. 자가진단을 두 번이나 했는데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물으니 목을 보며 목이 부었다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결과는 양성.

요즘엔 병원에서도 pcr 검사를 한다는 걸 확인했다. 그냥 확인차 하면 10만 원 비용이 발생하는데, 나처럼 증상이 있어 신속항원검사 받아 양성이면 공짜라고. 병원마다 다르긴 한 것 같은데 신속항원검사도 증상이 없으면 4만 원이라고. 어쨌든 병원에서 받는 게 편할 것 같아 pcr 검사까지 받고 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으니 목 통증은 금방 호전이 되어 침을 삼킬 때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화요일(3월 8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약간 목이 잠긴 느낌. 통증은 많이 완화된 듯.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하니 목소리는 많이 풀렸다. 오늘 컨디션은 어제보다 좋다. 항생제 때문에 설사를 한다는 것 빼고는 다 괜찮다. 약간 목이 간질간질하며 살짝 기침을 하는 것 외에 더 추가된 증상은 없다.

아침 9시가 되니 확진 통보 문자가 오고, 곧바로 자가기입역학조사 문자가 왔다. 다 기입해서 보내니 또 득달같이 전화가 온다. 역학조사관인 듯. 이것저것 묻더니 일요일 자정에 격리 해제란다. 일주일이라 들었는데 왜 일요일이지 싶었는데, 검사를 받은 날부터 계산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얼마 있다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원래 50대에 기저질환이 있으면 고위험군으로 관리대상인데, 증상이 경미하고 3차 백신까지 맞았으니 일반관리군으로 분류하겠다고. 증상 경미한 분들께 확인 전화 자주 하면 귀찮아하신다고.. 그리고 오미크론은 증상 발현 후 2~3일 정도 심해졌다가 호전된다고. 그렇다면 일요일부터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면 오늘이 3일째인데, 이 정도가 최고치인걸 보면 수월하게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특별할 것도 없는 코로나 확진 이야기를 길게 쓴 이유는 코로나로 걱정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나는 코로나를 병적으로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조심을 했는데, 어디서 걸렸는지도 모르게 걸린 게 어이없을 정도로 극도로 조심하며 살았다.

정부를 원망하기도 했다. 이젠 완전히 방치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확진 후 여러 전화를 받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엉망은 아님을 확인했다. 물론 나 같이 별 문제가 없어 격리만 잘하면 되는 사람들에 한한 이야기일 수 있다. 증상이 악화돼 급하게 도움을 청해야 할 사람들은 소문대로 전화가 안 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특히 오미크론은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