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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유 Sep 30. 2021

새벽배송과 배달음식 중독자의 변명

플라스틱! 줄일 수 있을까? 

"매일 똑같은 반찬 먹기가 힘들어. 우리도 반찬 사먹으면 어때?"

어느 날 불쑥 남편이 던진 한마디가 시작점이었다. 주중에는 일을 해야 하니 불가피하게 반찬은 주말에 몰아서 일주일치를 해놓는다. 그 반찬을 일주일 내내 냉장고에서 꺼내먹으니 지겹다며 반찬을 사서 먹자는 제안을  남편이 한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보통 밖에서 사먹는 음식보다 집에서 정성껏 준비한 집값을 선호하지 않던가. 내 음식솜씨가 그렇게 형편 없는 것도 아닌데 사서 먹자니,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고 부아가 치밀었다. 

"처음에는 맛있지. 그런데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오면 먹기가 싫어"

"데워 먹으면 되잖아."

"그래도 반찬들이 다 비슷비슷하니까....."

그 말에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반찬들은 정해져 있으니까. 물론 색다른 레시피를 찾아 따라하면 못 할 것은 없지만 그렇게까지 요리에 열정이 있지 않았고, 시간도 없었다. 주말엔 나도 좀 쉬어야지, 새로운 반찬과 요리를 하며 황금같은 주말을 다 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새벽배송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막상 이용해보니 괜찮았다. 앱에서 먹고 싶은 음식들을 골라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문앞에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맛도 훌륭했다. 특히 메인요리로 주문한 음식들은 먹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남편도, 나도, 아이도 새벽배송에 만족했다. 

새벽배송의 편리함에 취하면서 점점 더 주문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주중에 주문하고, 주말에는 직접 해먹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예 요리에서 손을 뗐다. 음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은 평화롭고 여유로 가득했다.


하지만 더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용기가 눈에 들어왔다. 새벽배송으로 주문한 음식들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가 재활용품 바구니에 가득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플라스틱을 보면서 뭔가 잘못 되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주범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다. 재활용을 한다지만 아무렇게나 버려진 플라스틱이 썩지도 않고 방치되는 동안 지구는 병들고, 그런 지구에 사는 생명체 모두가 위태롭다. 

머리로는 이미 플라스틱의 폐혜를 알고 있었다. 좀더 적극적으로 텀플러나 용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면서도 동참은커녕 플라스틱을 더 많이 소비하고 있었다.  부끄러움에 일단 새벽배송부터 줄여보자 마음 먹었다. 마침 1년여 이상 새벽배송을 이용하다 보니 더 이상 주문할 수 있는 새로운 음식이 없어 만족도가 떨어지던 참이었다. 


한두 달 정도는 성공적으로 새벽배송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없어 국내에 한두 명 발생한 정도인데도, 온 나라가 패닉 상태에 빠졌고, 가까운 마트에도 나가기가 겁나 새벽배송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새벽배송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코로나 확진자수가 점점 늘면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일이 잦아졌다. 배달음식을 시켜먹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한 번 시킬 때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따라오는지. 메인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양념, 반찬 등이 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서 오니 먹고나면 플라스틱이 산을 이루었다. 


플라스틱을 대체할만한 친환경 소재가 없을까?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이미 새벽배송과 배달음식의 편리성에 익숙해진 터라 플라스틱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줄이려는 노력을 하기 힘들다. 그러니 환경에 무해한 소재로 용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알아보니 이미 그런 친환경 소재는 개발되었다고 한다. 다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가성비 최고인 플라스틱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여전히 똑같이 플라스틱, 비닐 등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이미 많이 망가진 지구를 살리는 데는 전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개개인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당장 새벽배송과 배달음식을 끊을 자신이 없다. 대신 횟수를 줄여볼 생각이다. 플라스틱을 버릴 때 비닐이나 부착되어 있는 라벨을 떼고 깨끗한 상태의 플라스틱을 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라벨을 뜯다 보면 어떤 라벨은 깨끗하게 잘 떨어지는데, 어떤 라벨은 잘 안 떨어진다. 점점 더 잘 떨어지는 라벨이 많아지기는 하는 것 같은데, 아예 법으로 정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또 뭐가 있을까? 생활속에서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고민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보리라 다짐해 본다.



PS. 그린 뉴스 360(https://greennews360.com)

환경문제에 대해 좀더 심도 있게 알아보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하다 발견한 사이트이다. 환경에 대한 문제와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회사 소개가 없고, 콘텐츠를 작성한 사람이 같은 아이디인 것을 보면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 같다.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라면 참 대단하다. 누구인지 넘 궁금한데, 안타깝게도 연락을 할만한 어떤 방법도 사이트에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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