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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유 Aug 17. 2021

머리가 나긴 날 거예요

(원형탈모 No1)  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었는데 원형탈모가 생겼을까

늘어나는 흰머리 때문에 매달 한 번꼴로 염색을 한다. 보통 2주가 지나면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너무 자주 염색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아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틴다. 그래도 어떤 때는 3주만에 염색을 하고, 최대한 버텨도 4주를 넘지 못한다. 

그 날은 4주만에 미용실을 찾았다. 머리가 너무 길어 살짝 다듬고 뿌리 염색을 했다. 샴푸를 하고 말리는데 원장님이 말했다. 

"머리가 나긴 날 거예요."

무슨 소리지? 나는 머리숱이 많은 편이다. 나이가 들어서 많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머리숱이 많은데, 머리가 날 거라니 의아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본 원장이 모르셨나며 머리를 들춰 문제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거울에 비친 뒷통수는 참혹했다.  거짓말처럼 정수리에서 조금 떨어진 부위가 휑했다. 그런데도 실감이 안 나서인지 많이 속상하거나 우울하지는 않았다. 그런 나에게 원장은 한마디 더 보탰다. 

"머리숱도 많이 헐렁해졌어요. 처음 오셨을 때는 머리숱이 많아 촘촘해졌는데. 탈모 샴푸 쓰시고, 아몬드 많이 드세요."

설상가상이다. 원형탈모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나의 자부심이었던 머리숱까지 적어지고 있다니. 충격의 파장이 사정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정신 없이 사무실에 돌아와서 호들갑을 떨며 원형탈모가 생겼다고 하니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자기도 원형탈모가 있었다며 위로한다. 

"저도 10여 년 전에 원형탈모가 크게 생겼었어요. 그런데 사는 게 바빠 그냥 두었더니 낫더라고요. 처음에는 솜털처럼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나더니 점점 채워졌어요. 시간은 오래 걸렸어요. 한 1년?"

그냥 두어도 완치가 된다니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다음날 사무실에 방문한 지인이 원형탈모가 생겼다고 하니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며 겁을 주었다. 

"그냥 놔둬도 완치 된다던데?"

"그럼 한 번 그냥 둬보시오. 어떻게 되나 직접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우리 누나는 방치했다 거의 손바닥만한 크기로 커져 무척 고생했어요."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져 얼른 피부과에 전화해 예약을 잡고 부랴부랴 병원에 갔다. 

"한 달 전에 미용실에 갔을 때는 괜찮았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머리가 다 빠질 수가 있는 건가요?"

의사는 머리를 살펴보더니 "진행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했다. 길어야 한 달 이내라고. 보통 머리가 완전히 다 빠진 다음에 병원을 찾는데, 나의 경우 원형 탈모 구간에 아직 머리가 남아 있다고. 그렇다고 치료 효과가 더 좋다고는 장담할 수 없단다. 원형탈모 치료는 스테로이드 주사가 유일한데, 조기에 왔으니 치료 효과가 좋기를 기대해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원형탈모 부위가 커서 어찌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그 어떤 보장도 해주지 않았다. 

의사도 그랬지만 원형탈모를 경험한 지인들 모두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봐도 요즘 특별히 더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었다. 작년에는 지독한 불면증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었지만 지금은 비교적 모든 일상이 평온하다. 혹시 작년에 누적되었던 스트레스가 이제야 원형탈모로 나타난 것인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혹시 스트레스가 나도 모르게 쌓일 수도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더 막막하다. 

그래도 일부러 들춰서 보려고 해도 뒷통수라 잘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부디 너무 오래 비어 있지 않기를.....


* 원형탈모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과정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별 것 아닌 소소한 이야기겠지만 원형탈모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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