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결과를 기다리며 알게된 배신 그리고 돌아온 불안

번아웃 후 휴식 - 72일 차

by Nana

리크루터가 휴가로부터 돌아왔다.

고맙게도 돌아온 아침에 바로 캐치업 후 연락 준다더니 곧이어 온 이메일엔 다른 사람들 인터뷰가 이번 주에 끝날 거라 이르면 금요일 끝나기 전이나 월요일 아침에는 결정이 날 테니 나오는 대로 알려준다고 한다.

하이어링 매니저와 한 인터뷰가 그나마 걱정이었는데 그건 통과하고 다른 사람들과 한 마지막 2 라운드 인터뷰들이 너무 분위기가 좋아서 아직 결과는 안 나왔지만 리크루터가 돌아오는 데로 결정이 나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는데, 갑자기 다른 인터뷰 보는 사람들의 존재를 상기시켜주자 조금 긴장이 된다. 지금 지원한 자리가 누군가의 공석 때문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자리이고 한 달도 전부터 구인 공고를 냈는데도 사람을 못 구했다고 했지만 재택근무 가능으로 돌리고 나서 나한테 연락을 했듯이 재택근무로 하니 분명 지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거라는 게 당연한데도 긴장이 된다.

학교에서 같은 환경에서 같은 진도를 나가고 같은 날 같은 시험지로 시험을 본 것과 달리 사회에서의 구직 면접에서 경쟁해야 되는 상대들은 경력도 경험도 다 제각각인 사람들이니 아무리 내 생각에 내가 이 직무에 적임자인 거 같고 지금까지의 내 경험들이 충분했던 거 같고 인터뷰가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이 들어도 또 나보다 더 나은 지원자가 있었을 수도 있는 거니까.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보았듯이 내 컨트롤 밖에 있는 것들은 어차피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지만, 그래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긴장되고 혹시 안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분명 지난 글에서 만 해도 이제 마음이 편해지고 드디어 제대로 쉴 수 있을 거라 했는데 지금 이렇게 또 멘털이 무너지나 싶은 감정이 드는 것은 인터뷰가 끝난 그날 확인 할 게 있어 잠시 열어본 회사 컴퓨터에서 우리 팀에 난 내 직무와 같은 공고가 올라온 것을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글은 지난주 기준 2주 전쯤에 올라왔었는데 그렇게 공고가 올라왔다는 건 그 훨씬 이전부터 구인 공고 글이 준비되고 있었고 예산이 책정되고 승인 나기까지 훨씬 전부터 준비된 자리였다는 거다. 원칙상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메디컬 리브는 법적으로 내 자리가 보장이 되어야 한다. 몇 달 전부터 과도한 업무량으로 내가 매니저에게 인턴만이라도 못 뽑냐, 그냥 진짜 쉬운 일이라도 도와줄 애기라도 상관없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매니저는 예산이 없다며 우리 팀이 증원이 될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내가 매디컬 리브를 하고 얼마 안 있어서 회사 구조 조정이 있었는데 (누가 잘린 건 아니고 정말 구조가 바뀌는?) 그 결과 내가 서포트해야 되는 부서가 3개에서 하나로 줄어들었다. 그 말은 즉슨 내 업무량이 줄어들었는데 갑자기 증원을 승인받았단 거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게다가 서포트해줄 사람이면 회사 입장에선 어떻게든 더 싼 인력으로 충원하고 싶어 하는데 올라온 공고는 나와 같은 직급인 시니어였다. 누가 봐도 이건 내가 돌아오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올라온 공고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더 냉정하게 보면 내가 돌아오고 싶다 하더라도 나를 자를 계획이거나 운이 좋다면 내가 그토록 바라던 다른 팀으로의 이적인데 다른 팀으로 바꾸는 것도 내가 그렇게나 열심히 노력하고 매니저도 아는 사람들 통해 물었을 때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내가 휴직을 낸 거였기에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어도 실제 가능성은 희박하다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인사과에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대충 뭐 "내가 우연히 이 공고를 보게 되었는데 우리 팀에 내 직무 직책으로 자리가 올라왔다. 나는 지금까지 필요한 서류를 다 제출했고 회사를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적이 없는데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내 자리를 대체하려는 듯한 공고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혹시 이 공고가 어떻게 하다가 올라온 건지 그리고 그 의도를 알려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보냈고 돌아온 답변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게 "니 자리는 당연히 보존되고 이건 서포트해주는 롤일 뿐이다"라고 왔는데 웬만하면 세상 좋게 좋게 보고 다른 사람의 말을 표면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라도 이젠 이게 정말 개소리라는 걸 온몸으로 느껴졌다. 요즘 드라마 보라 데보라를 보고 있었는데 딱 이게 지금 연인과 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분명 수많은 신호들이 있었는데 나는 애써 그걸 무시하고 좋게 보려고 했고, 결국 아니라는 생각 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마음의 준비를 하는 와중에 연인이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져 버렸다. 떠나려고 마음을 먹은 건 난데 왜 여전히 마음이 아픈 걸까? 그리고 지금 옮기려고 한 회사에서 오퍼를 못 받는 다면 또 나는 마음이 어떻게 될까.. 적어도 확실한 건 지금 이 회사는 아니라는 것과 혼자(백수)가 되는 한이 있어도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주말 동안 이것저것 하며 실컷 마음 잡았는데 결과는 금요일이나 월요일에나 나올 거라는 리크루터의 이메일과 새 포지션을 뽑는다고 링크드인에 올린 매니저의 글을 본 오늘 마음이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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