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후 휴식 - 149일 차; 퇴사 44일 차
휴가 후 돌아오자마자 한 인터뷰는 생각보다 너무 잘했다.
아니 잘했다고 생각했다.
저번주에 인터뷰를 보고 이번 주 초에 결과가 나올 거라고 했을 때
채용 담당자가 내가 인터뷰를 본 그 전주에도 인터뷰를 본사람이 있고 그다음 주에도 인터뷰를 보는 사람이 있어서 다음 주 초에 (이번 주) 결과가 나온다고 했는데도 이상하리만큼 자신이 있었다.
어쩌면 내가 인터뷰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였을까..
지금까지는 파이널 인터뷰를 하면 웬만하면 오퍼를 받았고,
나는 대체로 오퍼를 여러 개 받은 상태에서 고르기보단 너무너무너무 맘에 드는 곳과 인터뷰를 하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그 오퍼만으로 네고를 해서 취직이 되어왔다.
물론 전회사 (이제는 퇴사를 했으니) 전전회사 모두 컨트렉터로 시작해서 풀타임으로 전환이 된 과정을 거쳐서 인지 인터뷰는 일단 기회만 받으면 통과했고 일은 시작만 하면 정규직 전환이 되는 데까지 언제나 순탄했다.
그래서일까 전회사를 퇴사하기 전 파이널 인터뷰를 했던 회사는 하이어링 프리즈가 생기는 바람에 올해 1분기까지는 결과가 안 나올 거라고 했고, 저번주에 인터뷰 본 곳도 파이널 인터뷰였는데 오퍼를 못 받고 나니 괜히 자신감이 떨어진다.
남편도 내가 파이널 인터뷰를 본 이 두 곳 다 뭔가 예감이 좋다고 했고 나도 정말 예감이 좋아서 어떻게 네고를 할까 설레며 며칠을 생각해 왔는데 이렇게 끝날 줄이야..
리크루터가 연락 와서 이니셜 인터뷰는 했는데 내 휴가 일정 때문에 돌아와서 다시 얘기하자고 했던 회사도 있었는데 거긴 사실 내가 이니셜 인터뷰 후 그렇게 끌리지 않았던 곳인데 이렇게 되고 나니 거기라도 우선 팔로업 이메일을 보내고 다른 새로운 곳들도 4군데 이력서를 보내놨다.
휴직을 하고 퇴직하고 휴가까지 다녀오면서 내 멘털 컨디션은 최상이었고 정말 이젠 멘털이 튼튼해졌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흔들린다.
2026년 새해 레졸루션은 거한 거 없이 작지만 좋은 습관들을 만들고 나쁜 습관들을 버리는 거였는데 여기에 취직 준비도 추가를 해야 되나 싶다.
올해 새해 레졸루션 습관 만들기는
1. 일어나자마자 침대 정리하고 세수하기: 부끄럽지만 재택근무를 오래 하다 보니 일어나면 일단 컴퓨터부터 보다가 점심 먹기 직전이나 점심 먹고 나서야 느지막이 세수를 해왔다. 그리고 침대정리는 그냥 항상 좋다고 생각은 하면서 안 하게 돼서 이참에 세수랑 다 합쳐서 일어나자마자 침대 정리 하는 게 목표.
2. 주중 매일 스트레칭 10분 하기 + 일주일에 2-3번 유산소 30분씩 하기: 근력 운동은 일주일에 5-6번을 하면서 스트레칭과 유산소는 안 하게 돼서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유연성만큼은 자부했는데 몸이 슬슬 굳는 게 느껴지고 건강하게 먹고 운동을 하는데도 체지방이 잘 안 빠져서 뭔가 안 하던걸 하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 고이 모셔뒀던 요가매트와 실내 자전거를 좀 더 쓰려고 노력 중이다.
3. 스크린 타임 하루 4시간 (독서 앱 사용 시간 제외): 이게 제일 어려운데, 특히 휴직+퇴사까지 하고 나니 집에서 혼자 시도 때도 없이 폰을 의미 없이 보게 돼서 하루 평균 6시간 훌쩍 넘는 시간을 폰을 본다는 걸 깨닫고 줄여보려고 한다. 사실 휴가 다녀와서 이 루틴을 한 첫 주에는 야심 차게 2시간을 목표로 했는데 단 한 번도 지키지 못하는 걸 보고 또 6시간에서 2시간은 너무 급격한 변화 같아서 이번 주엔 4시간으로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최종 목표는 2시간! 그리고 우선은 폰에 앱 별로 시간제한을 걸 수 있길래 제일 시간을 많이 낭비하는 거 같은 인스타그램과 종종 인스타그램에서 타고 들어가게 되는 스레드 앱을 합쳐서 30분만 제한하게 해 뒀다. 물론 아이폰 설정이 강압적이진 않아서 여전히 15분 더 무시하기 버튼 누르면 앱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래도 누르자마자 설정 사용시간 넘었다는 경고 창만으로도 내가 또 의미 없이 앱에 들어왔구나 하는 걸 일깨워 줘서 좋은 거 같다. 오늘 또 인터뷰 떨어지면서 괜히 기분이 다운돼서 폰을 많이 보긴 했지만 그래도 일이 주 안에 이 목표를 조금씩 지켜나갈 수 있길 바란다.
4. 하루 독서 15분: 목표를 15분으로 한건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어서였는데, 요즘은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 금방 15분은 채울 수 있는 거 같다. 그래도 굳이 목표 시간은 늘리지 않을 예정.
5. 일기 쓰기 (몰아 쓰지 않기): 일기는 사실 남편을 만나고부터 매일 한 줄이라도 쓰는 습관이 잘 잡혀있고, 기록에 조금 집착하는 편이라 몰아서라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쓰기는 하는데 가끔 며칠씩 몰았으면 하루 이틀 만에도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게 너무 싫어서 매일 쓰도록 습관 체크 리스트에 추가했다.
6. 마스크팩 일주일에 한 번은 하기: 작년 말 팬트리에 있는 음식들, 선반에 쌓아둔 스킨케어 제품들을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내가 쌓아 놓는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쓰려고 사놓고 막상 안 쓰다가 유통기한이 다 되면 부랴부랴 몰아서 다 쓰게 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서 이것도 꾸준하게 습관화하고 싶어서 추가한 항목.
소소한 습관들이지만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도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도 어렵다는 걸 알기에 이번 한 해는 거창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금방 까먹는 목표가 아닌 소소한 습관 들이는 걸 목표로 했다. 번아웃이 오면서 일상의 소소한 것들과 소소한 성취감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고 또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 분명 1년 혹은 더 긴 기간 후에는 좋은 효과로 돌아올 거라 믿는다.
그래도 이 소소한 습관 만들기 목표 외에도 올해의 목표가 없는 건 아니다. 아기 만들기 그리고 재취업하기!
그리고 이 브런치도 잊지 않고 종종 들어와 업데이트하면서 또 하나의 기록이 되어 일 년 뒤에 이 글들을 보며 와 그땐 진짜 힘들었지, 내가 이랬었구나, 이런 목표가 있었는데 다 이루었네 하고 싶다.
사실 고등학교 때도 교환학생, 유학할 때 네이버 블로그를 했었는데 그때의 나는 엄청나게 긴 인생 버킷리스트를 거기 적어 놓았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론 딱히 안 들어가다가 어쩌다 보니 약 5년을 주기로 거기 있는 버킷 리스트를 보게 되었는데, 그 수많은 리스트를 내가 다 기억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뜨문뜨문 몇 년에 한 번 볼 때마다 어느새 많은 리스트를 이미 이루어 낸 걸 보면 참 뿌듯하다. 지금 보면 내가 이런 걸 하고 싶었다고? 싶은 항목들도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리스트를 길게 작성하고 싶어서 어디서 보고 들은 다른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항목 몇 가지를 끼워 넣은 거 같다) 그래도 그때 그렇게 적어 놓고 그때 하고 싶었던 걸 꽤 이룬 걸 보면 너무 신기하다. 어디서 봤는데 지금의 내가 너무 힘들어도 어쩌면 지금의 내가 누군가에겐 간절히 바라던 모습일 수도 있고 또 과거의 내가 꿈꾸던 모습일 수도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지금 힘들어도 이 또한 지나가고 나는 또 내가 원하는 다른 바들을 이룬 모습을 꿈꾼다. 2026년은 2025년 보다 더 편안하고 따뜻한 한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