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후 휴식 - 16일 차
전 글에서 나는 김수현 작가의 두 책을 우연히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끌려 사 읽었다고 했다.
의미 없이 자꾸 들어가서 스크롤만 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오늘 아침 인스타그램을 막 지우긴 했지만, 종종 알고리즘은 내가 원했던 혹은 그 시점에 필요해 보이는 포스팅을 보여주곤 한다.
회사일에 스트레스받으며 같은 직종이지만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하나 커리어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틀어야 하나 고민을 할 때 내 인스타그램은 온통 회사 관련 릴스들로 넘쳐났었는데, 신기하게도 딱 휴직을 결정하고 나서는 위로의 글이 눈에 더 보이기 시작했다.
직장인 본능을 어쩔 수 없는 건지 지난 2주 동안 완전히 일을 잊고 행복하게 놀아라는 상담사의 조언에도 불구 나는 가끔 링크드인에 들어가 열린 포지션을 보기도 하고 업무 이메일과 슬랙 메신저를 폰에서 지웠다가 다시 깔아서 들어가 보곤 했다.
남편과 놀고 시엄마와 놀고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 카톡을 하고 하며 꽤나 괜찮아진 거 같아서 3개월 뒤를 생각하며 포지션도 보고 했던 건데, 아직 괜찮지 않았던 건지 그저께 남편의 회사에서 열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업무와 비슷한 자리가 나서 남편에게 얘기를 했는데 남편이 평소와 같이 바로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했는데 그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보통의 나는 새로운 자리가 있거나 새로운 일이 있을 때 좋은 쪽으로만 보고 일단 설레하고 일단 좋은 쪽으로 두근거림을 느끼는데 (결과가 좋던 나쁘던 일단 시작할 때 잘 설렌다) 이번엔 안 좋은 쪽으로 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남편한테 바로 말하고 남편도 지금 당장 지원할 필요도 없고 급할 거 없다며 일단 이직/일 생각을 아예 당분간 덮어두자고 했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최근에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다가 요즘 들어 내 피드에 '꿈에 미친 괴짜 사업가' 사이먼 스큅의 영상이 종종 올라온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이미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었고 이제 그의 꿈은 다른 사람들의 꿈을 이루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를 위해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담은 책 『What's Your Dream?』을 출간하고, 꿈을 돕는 사업인 헬프뱅크(Helpbank)를 만들어 사람들의 삶의 목적을 찾고 기업가 정신을 깨우도록 돕고 있는데 꽤나 흥미로웠고, 꿈을 묻고 그 꿈을 정말로 현실화시켜 주는 그의 열정 가득한 영상을 보고 있으면 좋은 쪽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중학교 때 나는 작가 김수영의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를 감명 깊게 읽었었고 신기하게도 미국 고등학교 교환학생 때 만나서 지금까지 베프인 친구와 첫 슬립오버를 할 때 그 친구도 같은 책을 읽고 그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더 친해졌던 계기가 되었던 거 같다.
『What's Your Dream?』 책은 아직도 도서관에서 대기를 하고 있지만 기다리는 동안에 원래 가지고 있던 책인 작가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분명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도 새롭게 다가왔다.
부자가 되는 책, 꿈 관련 책이 모두 거기서 거기고 수박 겉핥기라 읽어봤자 인생이 바뀌진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4일에 걸쳐 오늘 끝낸 이 책을 나는 그냥 읽는 게 아니라 이번엔 핵심들을 노트 정리해 가며 읽었다. 그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흡수하고 적용하고 싶어서.
그 책의 핵심은 단순히 지식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실행하는 데에 있다고 했고 공감했다. 아무리 누가 옆에서 잔소리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고 자기의 행동을 바꾸지 않는 이상 잔소리는 그냥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하듯이 아무리 좋은 책에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글이 있어도 읽는 이가 그걸 받아들이고 자신의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무리 수많은 책을 읽는다 한들 그 사람의 인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성공은 아이디어가 아닌 실행에 있다. 매일매일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기회를 포착하지 못한다면 아직 당신의 추월차선 주파수를 기회에 맞추지 못한 것이다. 경쟁은 어디에나 있어. 그냥 시작해. 더 잘하면 돼. 기회는 불편을 해결하는 데 있다. 기회는 단순화에 있다. 기회는 감정이다. 기회는 편리함이다. 기회는 더 나은 서비스며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다. 기회란 형편없는 사업을 퇴출시키는 것이다."
책을 읽은 지난 4일 동안 끊임없이 생각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부의 추월차선은 직장인으로서는 갈 수 없는 길이고 내 사업을 해야 되는데, 사업 아이디어는 뭐가 있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저자는 아이디어란 결국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줘야 하고, 발명이란 그리 거창할 것 없이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정해진 방학기간(휴직기간)은 계속 하루하루 지나가고 그 안에 나는 정답을 찾아야 된다는 압박감과 불안감에 과부하가 온 나에게 사람들이 뭐가 필요한지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고 그걸 어떻게 사업화할지 생각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젯밤 집에서 남편과 시엄마와 운동을 하다 말고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운동을 마치자마자 일단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 후다닥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그러고 오늘 아침 시엄마와 수다를 떨다가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엠제이가 책에서 말한 주파수라는 걸 내가 조금씩 맞춰 가는 걸까?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그저 아이디어에 멈추겠지만 이번에 난 그걸 실행화 해보려 한다.
혹시 또 아나? 지금 이렇게 기록하는 나의 치유 과정이 결국은 한 회사가 설립된 백그라운드 스토리아 되어 줄지 :) 처음 번아웃이 왔을 땐 그저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지?" 였다면 2주가 지난 아직은 완전히 괜찮지 않은 나지만 점점 이번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주려고 이렇게 큰 이벤트가 생긴 건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