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두려움 사이, 새로운 시작

번아웃 후 휴식 - 22일 차

by Nana

유독 업 앤 다운이 심했던 지난 5일이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책들을 읽고 나는 내가 괜찮아진 거 같았다.

아니, 오히려 활기가 넘치고 의욕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3개월의 휴직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서 뭐를 할 수 있을까 하고 리스트를 만들고 바로바로 실행해 갔다.


책을 읽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고, 구글 AI 스터디잼에도 가입하고, 지금 회사에서 쓰고 있는 프로그램을 더 잘 쓰기 위해 코스를 신청해 놓고 업무에 치여 못하고 있던 코스도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


지지난주에 마지막으로 상담사가 분명 10에서 5로 가는데 까지 (번아웃 정도) 한 달을 걸릴 거라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회복하는 기간을 가지라 했는데 우리가 누군가, 빨리빨리의 민족!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고 나는 빨리 뭔가를 하고 싶었고 그게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나는 비즈니스 플랜을 짜고, 로고, 브랜드명, 웹사이트 와이어프레임, 도메인 가격 조사, 앱 플로우 블루프린트까지 완성하고 AI 도움을 받아 대략적인 앱 페이지별 디자인까지 완성했다 (참고로 나는 웹 디벨로퍼도 엔지니어도 아니다)


이쯤 되니 점점 더 회사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돌아서고 있었고 완벽히 몰두해 있었다.


남편에게 나 회사 영영 돌아가지 않고 싶으면 어떡하지?라고 하니 몇 년만 기다리면 다른 방법으로 수입원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때까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둘이 같이 버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당장 일을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서 이직을 하려면 이직 준비를 해야 되고 인터뷰를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그랬더니 남편은 내가 이직이던 복귀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1년이고 10년이고 바로 구직을 할 필요가 없다며 안아주며 내가 혹시 자기의 말을 오해했을까 봐 더 자세히 설명했다. 남편의 말은 지금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결정을 내렸을 때 (확실하게 지금 회사 복직이던 이직이던 완전히 접고 사업에 올인), 비즈니스가 생각보다 빨리 성장 안 했을 때에 더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우선은 최소 몇 주는 일에 대해선 아예 생각하지 말고 (사업도 일의 일종이니) 마음껏 놀라고 했다.


문득 깨달았다. 일주일 동안 사업 플랜에 몰두하던 내가 사실은 그 복귀도 이직준비도 너무 겁이 나서 간절하게 다른 길로 회피하고자 했다는 걸.


그렇다고 사업 생각을 정말 접은 건 아니고, 우선은 쉬면서 MVP (Minimum Viable Product) 앱을 출시해서 시장 반응을 보고, 아무리 재택이 좋다지만 그래도 지금 회사로 돌아가는 건 내 멘털에 대한 폭행이나 마찬가지일 거 같아서 하이브리드나 남편 회사 근처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서 (그럼 같이 출퇴근 가능하니까) 일을 하면서 퇴근하고랑 주말에 남편이랑 같이 앱 개발을 계속해보기로 했다.


나는 엔지니어링을 하진 않았지만 프로그래밍 언어에 관심이 많고 재무, 마케팅에 경험이 있어서 단순하게 내 전문 한 분야만 하는 것보다 전반적인 내 사업을 경영을 해본다는 게 너무 신나고 남편의 기술적 조언이 더 해진다면 분명 이 사업은 승산이 있을 거다. 또 길게 봤을 때, 분명 둘 다 회사에 다니는며 많은 시간을 뺏기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일 거라 믿는다.


스트레스 측정 앱에 따르면 여전히 나는 하루에도 몇 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그래도 이젠 다시 조금씩 터널 끝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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