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주, 사람들과의 만남이 남긴 작은 용기

번아웃 후 휴식 - 28일 차

by Nana

지난 글에서부터 또 6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학교를 다닐 때도 그렇더니 언제나 수업시간과 업무시간은 그렇게도 안 가면서

방학과 휴직 기간은 너무 빨리 흘러간다.


그리고 이제 딱 4주가 흘렀다.

내 첫 상담일이자 내생에 가장 큰 멘붕이 온날로부터.


지난 2주 동안은 시엄마가 와계셔서 같이 한국 예능도 보고,

맛있는 것도 해 먹고, 코로나 직전에 이사 오는 바람에 정말 드문드문 근교로 나간 지난 몇 해 동안 알게 된 데이트 코스, 여행하기 좋은 곳들을 2주 동안 한 번씩 다 가본 듯하다.


내가 있는 곳은 사실 일 년 중 날씨가 안 좋은 날이 좋은 날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금리가 딱 다시 오를 때쯤 서둘러 산 우리의 첫 집은 모던하고 다 좋은데,

햇빛이 잘 안 든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아파트에서 렌트할 때와 달리 날이 안 좋을 때면 나와 남편의 불만이 많아졌는데 지금은 그래도 한참 날씨가 좋을 때라 나갈 때마다 새삼 우리 참 좋은 곳에 사는구나 싶었다.


탁 트인 맑은 하늘에 그리 덮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

평소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건강을 생각해서도 우리 지갑 건강을 생각해서도, (또 정말 맘에 드는 식당 찾기가 정말 어렵다) 외식을 잘하지 않는 편인데 지난 2주 동안 시엄마와 함께 다니면서 이곳저곳 외식도 하고 예쁜 카페도 가고 정말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가끔은 남편이 일하는 동안 시엄마와 같이 옆에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도 했는데,

참 좋았다.


업무 데드라인 없이 정말 흘러가는 데로 책을 읽는 게, 새로운 걸 배우고 빌드해가는 게 얼마나 재밌는 건지 새삼 느꼈다.


요 며칠은 스트레스 앱이 계속 수치가 안 좋게 나와 걱정했는데 며칠 전 드디어 베네핏 회사에서도 드디어 메디컬 리브 최종 승인이 나고 휴직기간 중 첫 월급이 드디어 통장에 들어왔는데 거짓말처럼 수치가 좋아졌다.


역시 금융 치료가 최고인가 싶었다.

아님 시간이 약이었던 걸까 정말.


시엄마는 어제 시동생 집으로 모셔다 드리고, 이젠 다시 우리 둘뿐인데 오늘도 남편의 직장이 있는 동네에 같이 아침에 왔다. 바로 근처에 한국인이 하는 카페도 찾아서 아침엔 말차라테 한잔 시켜놓고 있는데 사장님이 플로리스트 친구가 웨딩 끝나고 남은 꽃이라며 하얀 장미를 주셨다. 저번에 시엄마랑 한번 와서 한국어를 하시는 걸 보고 한국 분이구나 하고 있었는데 이때다 싶어 한국어로 감사하다 전하니 한국분이셨냐며 반가워하시며 수다를 함께 떨었다.


나보다 몇 살 안 많은 언니였는데 신기하게 남편분은 우리 남편의 전 회사에 계시고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하셨다. 내 주변엔 사업하는 또래는 없었는데 얘기하다 보니 언니는 나와 반대로 주변에 대부분 사업하는 친구들이라고 했다. 그런 걸 보면서 새삼 진짜 꼭 회사원만이 답은 아니구나 싶었다.


원래는 몇 주 전부터 시작한 사업 계획을 계속하려 했는데 의외의 만남의 수다에서 오히려 힐링이 된 거 같았다. 내일도 작년에 처음 알게 된 동네 한국인 언니랑 몇 달 만에 (사실 올해 처음으로) 만나서 수다 떨기로 했는데 이럴 때 보면 아무리 남편이랑 단둘이 노는 게 좋은 집순이이지만 나는 힐링은 사람들을 만나서 되는 걸 보면 E가 맞긴 한가보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한국도 가서 가족들이랑 시간도 보내고 올 예정인데 정말 남편과 상담사 말대로 이대로라면 한국 다녀올 때쯤이면 다시 이직 준비를 해볼 용기가 알꺼같다.


결론은 우선은 이직 준비와 사업 준비를 한국 다녀오면 계속하면서 가능하다면 1-2년, 길면 3년 안에 사업으로 지금 연봉 수준의 수입이 나온다면 그만둬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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