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혼자 떠난 2주간의 치유와 감사

번아웃 후 휴식 - 50일 차

by Nana

해피 추석!


이번 추석은 혼자 한국에 다녀왔다. 보통 학교 다닐 때도 한국에는 긴 여름방학 동안 한국에 한번 갔었고 결혼하고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일 년에 한 번 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는데 이번엔 봄에 남편과 함께 한국에 갔었어도 번아웃에 의한 메디컬 리브를 하게 되며 혼자 2주 동안 한국에 다녀오게 되었다.


올 추석은 특히나 황금연휴로 가족들도 긴 연휴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그 덕에 가족 친구 친척들과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었다. 엄마 밥을 먹고 푹 쉬면서 가자마자 머리도 자르고 네일도 받고 올리브영에 다이소 까지 동네 쇼핑을 하고, 엄마와 어른이 되고 나선 처음으로 단둘이 백화점 데이트도 하며 (비록 휴직 중이지만) 이제 나도 돈을 버니 내가 엄마 코트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너무 행복한 2주였다.


가기 전에는 앱 디자인까지 마치고 이직자리도 조금씩 알아보다가 이번 2주는 아예 노트북도 안 열어 보고 완전한 휴식을 가졌더니 너무 좋았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 이번에 아쉽게 못 보고 온 언니와 두 시간이 넘는 통화를 하며 이제 정말 괜찮아진 거 같았는데 분명, 왜 또 돌아와서 이직 준비 시작을 하자마자 불안한 걸까?


일이 년 전쯤인가 어릴 적 친구가 번아웃으로 일을 관두게 된 일이 있었다. 친구는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연극을 하며 치유를 했고 친구의 블로그 글을 읽어보며 새삼 몰랐던 친구의 모습도 보게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친구는 블로그를 닫아 버렸고 이유를 묻자 글을 쓰다 보니 분명 처음엔 치유 방법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계속 부정적인 글만 쓰게 되고 오히려 글을 매일 써야 되는 압박감이 더 들면서 글도 안 써지고 해서 그냥 닫아 버렸다고 했었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나도 조금은 그렇게 느껴지는 거 같기도 하다.


글을 남기며 치유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던 건데 한편으론 내 생각보다 더디게 치유되는 이과정이 스스로가 답답한 걸까..? 적어도 우선은 남은 메디컬 리브 기간 동안은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려볼 생각이다.


12주(7일*12주=84일) 중에 이젠 반이 넘게 지났고 이젠 한 달 조금 넘게 시간이 남았는데 부디 그 안에 내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어떤 결정을 하던 내 마음이 편안한 길을 찾게 되길 바란다. 남편이 그랬듯이, 엄마 아빠가 그랬듯이 나를 아껴주는 친한 언니와 친구들이 그랬듯이 회사 커리어가 내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당장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활이 주저앉을 만한 상황도 아니고, 이 넓은 땅에 따뜻하게 쉴 수 있는 우리 집이 있으며, 어디든 갈 수 있는 차가 있고, 아픈 곳 없이 건강하고, 무엇보다 너무너무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 친구들이 있으니 조급해하지 않고 내 마음을 돌아보고 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번에 한국에 가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느낀 점은 우리가 그냥 딱 이런 시간을 겪을 때인 거 같다. 마치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언제가 됐던 모든 친구들이 사춘기를 지나가는 것처럼 30대 초반 취준을 넘기고 일을 몇 년 해보며 사회의 쓴맛을 느껴도 보며 회의감이 드는 시기인 거 같다 - 나를 포함 대부분의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이직 생각을 하는 거 보면..


마지막으로 이 기간을 나보다 일 년 앞서 느끼고 혼자 방법을 터득한 언니가 셰어 해준 링크를 공유하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8IrntWW5ziI

이건 내가 일기를 매일 쓴다고 하자 언니가 추천해 준 다이어리인데 언니는 이거+감사일기를 쓰면서 너무 좋은 효과를 봤다고 한다. 당장 내가 저 다이어리를 살 수는 없지만 나도 영상을 보고 집에 있는 노트를 활용해 감사일기를 써보려 한다.


우선 어제 리크루터와 미팅을 한번 하면서 일단 한 군데에 지원을 해놨고 또 괜히 지원하고 나서 생각이 많아지면서 불안감이 괜히 커지고 어젠 시차 때문이었는지 맘이 복잡해서였는지 자다가 새벽 4시에 깨서 두 시간정도 혼자 생각하다가 다시 잤는데, 여기 지원이 잘돼서 이직을 성공하던 아니면 이게 내 길이 아니라면 또 새로운 걸 찾게 되던 남은 한 달 동안 또 나는 열심히 뭐든 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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