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후 휴식 - 52일 차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상담가와 미팅 약속을 바로 이번 주에 잡으려 했는데
요즘은 나처럼 힘들어서 상담가를 찾는 사람이 많은 건지 이번 주에는 약속이 풀이라 다음 주에야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이제는 유급휴직 기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그게 불안함을 가속화시킨 건지 따뜻했던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너무 추워진 이곳의 온도 차에 감기가 들어서였는지 분명 한국에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온 직후였는데 또 불안감이 너무 높아졌다.
머릿속에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 들은 넘쳐나는데 그게 정리가 안되고 괜히 머릿속만 복잡해지니 그저께 밤이었는지 그땐 남편에게 얘기를 하다 울음이 터져 버리고 말았다.
가족, 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상담가와 말을 할 때도 분명 머리로는 다 이해가 되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몸이 답답한 거 같다. 오늘도 남편이 출근하고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어서인지 배웅하고 다시 자라던 남편의 말에도 잠이 다시 들꺼같지않아 실내 자전거를 타고 아침을 먹고 나니 또 그저 티브이를 틀어놓고 티브이도 제대로 안 보면서 의미 없이 폰을 보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밀리의 서재를 다운로드하였다.
밀리의 서재를 다운로드하기 전 웹툰도 봤는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친구가 추천해 준 웹툰을 한편 봤다. 주인공은 50대쯤 되는 거 같은 20대 아들을 둔 명퇴한 대기업 부장 아저씨 얘기인데 물론 모든 상황이 나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척척 잘해가던 사람이 힘듦에 빠지자 그걸 극복하기 어려워하는 부분과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러 가고 뭔가 자기를 찾아 나가는 모습에서 공감이 갔다.
이번에 친구들과 얘기를 하면서도 느낀 건데 사람이 살다 보면 번아웃이 오고 회사일이 힘든 경우를 겪는 게 종종 있다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게 막상 내 상황이 되고 나니 아무리 그걸 극복하는 방법이 많이 나와있어도 실천하고 적용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러다 보니 또 사람들이 에세이식 책에서 위로를 얻고, 요즘은 아날로그 책보단 도파민 뿜뿜 하는 소셜미디어나 쇼츠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도 이렇게 힘들 땐 느린 책에서 위안을 받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요즘은 어딜 봐도 투머치 정보가 넘쳐나고 그걸 위로하는 책들은 결국 조각조각 모든 곳에 있는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 둔 게 아닌가 싶어 굳이 꼭 책 한 권으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아는 내용, 소셜미디어에서도 충분히 나와있는 글과 정보가 아닌가 싶었는데, 사람이 힘들면 기본으로 돌아가게 되나 보다.
일을 시작하고 나선 개인 노트북도 거의 볼일이 없었고 집에 아마존 킨들은 있지만 나는 한국책이 보고 싶고 태블릿이 없다는 핑계로 밀리의 서재 구독을 생각만 해보고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그저께 어제 뭔가 머리가 복잡하니 폰으로라도 읽어야 되겠다 싶어서 결국 다운로드하였다.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 많았는데 첫 책은 내가 한국 갔을 때 사 올까 말까 하던 책이 아닌 언니가 읽었다고 보여준 리스트에 있던 책 중에 하나 골랐다. 제목은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이보다 더 지금의 나를 표현해 주는 제목이 또 있을까 싶어 고르게 되었다. 킨들로는 책을 봤어도 이렇게 전자책을 폰으로 보는 건 거의 처음인 거 같은데 부디 이 책이 나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