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정우 Aug 11. 2020

1937년, 제트 엔진의 등장

한계에 다다른 레시프로 엔진

해당 글은 일부 보완 및 수정을 거쳐 1940년대 항공역사 매거진 글로 대체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Frank Whittle & Hans von Ohain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2차 세계대전은 더 높이 그리고 더 빠르게 날 수 있는 항공기를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레이더와 미사일로 싸우는 BVR(Beyond Visual Range) 공중전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단순하게 상대 비행기의 꼬리를 물고 기총을 난사하는 도그파이팅이 있었다. 때문에 속도가 빠르면 적을 따라 잡기도, 적으로부터 벗어나기도 쉬웠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항공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자동차 엔진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레시프로(reciprocating engine) 엔진의 성능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더 이상 하나의 엔진으로 속도를 높이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자 엔진을 하나가 아닌 두 개를 장착해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생겨났다. 하지만, 독일의 Do335나 미국의 P-38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기는 무게가 증가함에 따라 중량이 늘어나면서 둔중해질 뿐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엔진을 두 개 단다고 해서 속도가 두 배 빨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Lockheed P-38 Lightning @ThoughtCo
Dornier Do335 Pfiel @Large Scale Modeller


문제의 원인은 레시프로 엔진 자체에 있었다. 항공기가 더 멀리 그리고 더 빨리 날기 위해서는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공기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가 희박해지기 때문에 레시프로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심한 경우에는 엔진이 꺼질 수도 있다.


프로펠러를 사용한다는 점도 걸림돌이 된다. 프로펠러는 항공기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면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부분이다. 그런데 빠르게 움직이는 프로펠러의 회전면은 고속 비행에 불리하다. 그리고 속도를 높이고자 프로펠러의 회전 속도를 높이면 프로펠러의 끝부분, 깃이 먼저 음속에 도달한다. 이때 깃이 소리의 벽에 부딪히게 되면 프로펠러의 효율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프로펠러와 레시프로 엔진 조합으로는 이론적으로 대략 800km/h 이상의 속도를 내기 어렵다. 실제로 레시프로 엔진 기술이 정점을 찍었던 2차 세계대전 동안에도 왕복엔진만으로 수평비행에서 750km/h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Frank Whittle @Our Warwickshire /  Hans von Ohain @Wikipedia


실은 ‘제트엔진’이라는 개념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구상되었다. 다만, 제트 엔진의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공상과학으로 치부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그렇게 빨리 날 필요도 없었다. 이후 1930년대에 와서야 영국에서는 프랭크 휘틀(Frank Whittle)이, 독일에서는 한스 본 오하인(Hans von Ohain)이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제트 엔진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항공기 동력원을 연구하고 시작했다. 다만, 여전히 제트엔진은 기술적으로 왕복엔진에 비해 여러모로 불완전했고, 제트 엔진보다 빠른 속도를 낼 이유가 없어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던 독일만이 제트 엔진이라는 새로운 동력원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지속했다.


Gloster E.28/39 Pioneer


앞서 말했듯이 영국에서는 프랭크 휘틀이 제트 엔진을 연구하고 있었다. 1928년, 그는 22살에 ‘Future Development in Aircraft Design’이라는 글에서 60,000피트에서 약 965km/h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한 ‘제트 엔진’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당시 RAF(Royal Air Force : 영국 공군)에서 운용하던 항공기가 15,000피트에서 고작 240km/h로 비행이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속도였다. 하지만, 영국 정부와 공군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결국 1932년에 자신의 명의로 특허만 출원한다. 다행히 5년 뒤 투자자가 나타나서 엔진을 실제로 만들어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1937년 4월 12일,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제트 엔진이 최초로 작동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제트 엔진은 영국 정부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제야 휘틀은 영국 정부의 지원과 함께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는 Power Jet W.1을 개발하고 1940년 12월 4일에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 독일보다 늦은 1941년 5월 15일, Power Jet W.1을 장착한 Gloster E.28/39 Pioneer가 처녀비행에 성공한다.

Gloster E.28/39 Pioneer @Wikipedia


Heinkel He178 & He280


한편, 독일에서는 본 오하인이 Heinkel과 함께 제트엔진을 제작하고 있었다. 그가 처음 만든 제트 엔진은 금속이 열을 견디지 못하는 등 문제가 많았지만, Heinkel은 제트 엔진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연구를 지원하였다. 그리고 영국보단 조금 늦은 1937년 9월 HeS.1 엔진을 작동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39년 항공기에 장착해 충분한 추력을 낼 수 있는 HeS.3 엔진을 개발한다. 마침내 1939년 8월 27일, HeS.3을 탑재한 세계 최초의 제트 엔진 항공기 He178가 성공적으로 날아올랐다. 최초의 제트 엔진은 영국이 만들었다면, 최초의 제트 엔진 항공기는 독일이 만든 셈이다.


Heinkel He178 @facebook


그러나 He178은 10분밖에 안 되는 짧은 비행시간과 598km/h라는 느린 속도는 당시 왕복엔진 항공기와 비교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독일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물론 독일 정부는 He178과는 별개로 제트 엔진이 전쟁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존 왕복엔진 항공기만으로도 충분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제트 엔진 연구는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려났다.


정부와 공군의 무관심에도 Heinkel은 독자적으로 제트 엔진 연구를 진행했고 He178 후속기까지 구상한다. 그렇게 1941년 3월 30일, 세계 최초의 제트 엔진 전투기 He280이 첫 비행에 성공한다. 하지만 여전히 제트 엔진의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1943년 3월 27일 프로그램은 취소된다. 여기에는 독일 정부가 Heinkel이 폭격기 제작에 집중하길 원했고 제트엔진 전투기 개발은 Messerschmitt가 맡으면서 Heinkel이 제트 엔진 항공기 개발 프로젝트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정치적인 이유도 없지 않아 있다.


Heinkel He280 @pinterest

초기 제트 항공기들의 특징


제트 엔진 기술이 성숙하지 않았던 초기 제트 항공기들은 공기 흡입구가 기체의 전면부에 위치해 있다. 이는 당시 제트 엔진의 성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초기 제트 엔진은 스스로 공기를 흡입해 압축하는 힘이 부족했다. 그래서 공기를 원활하게 공급해주기 위해 엔진과 공기 흡입구를 일직선 상에 배치하고 항공기가 앞으로 나갈 때 반강제적으로 공기가 압축되는 점까지 고려해 공기 흡입구를 기수에 설치한 것이다. 또한, 초기 항공기들은 레이더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형상은 엔진의 힘이 강해지고 레이더가 공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전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그리고 제트 엔진의 힘도 부족했지만 초음속 영역에 대한 연구도 부족했기 때문에 기존 레시프로 항공기의 형상(직선익이나 타원익)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1940년대 초에 등장한 제트 엔진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트 항공기들은 레시프로 항공기에 비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제트 엔진으로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들은 많은 엔지니어들을 고무시켰고 이후 제트 엔진 기술은 미국과 소련으로 흘러들어 더욱 활발히 연구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었던 영국과 독일에서는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세계 최초의 제트 엔진 전투기가 등장한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제트 엔진 말고도 프로펠러의 한계를 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이 연구되고 있었다.




참고문헌 및 출처


: Wikipedia, Heinkel He178

: Wikipedia, Heinkel He280

: Wikipedia, Gloster E.28/39

: Wikipedia, Power Jet W.1

: Wikipedia, HeS.1, HeS.3 and HeS.8

: Wikipedia, Fastest propeller-driven aircraft

: KARI, 다양한 항공기의 엔진들(2008)

: Aersopace engineering, The Birth of the Jet : The Engine that Shrunk the World (20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