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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Nov 24. 2020

1949년, 프랑스의 첫 제트기

새롭게 등장하는 항공기 강국, 프랑스의 등장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를 생각하면 에펠탑과 베르사유 궁전, 빵을 생각한다. 하지만, 프랑스는 지금까지도 스스로 항공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부터 엔진 그리고 이를 모두 통합해 군용기를 제작하는 몇 안 되는 항공우주 선진국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프랑스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 해외 레지옹(Région d'outre-mer)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메리카에는 프랑스령 기아나가 있고, 태평양에는 많은 프랑스령 섬들이 있다. 과거에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아프리카에도 식민지까지 두고 있었다는 점도 잊지 말자.


Overseas France @Wikipedia


이러다 보니 프랑스는 미국 공군, 영국 공군과 더불어 전 세계를 무대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되었다. 게다가 UN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가짐으로써 공인된 핵무기 보유와 함께 지금은 아니지만, 한 때 이를 투하할 수 있는 폭격기까지 운용한 나라이기도 하다.


폭격기를 보유하는 것이 별 대수가 아니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을 정도의 덩치를 가진 폭격기를 운용하는 나라는 몇 안됨을 알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소련) 그리고 옆 나라 중국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테지만 영국과 프랑스도 폭격기를 운용한 사실은 잘 모를 것이다.


Biritish Royal Air Force (RAF)'s V-bombers @Pinterest

이처럼 프랑스는 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두 차례의 전쟁 때마다 유럽 한 목판에 위치하고 있단 이유 하나만으로 항상 전쟁의 무대가 되었다. 이런 과거를 가진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자주적인 힘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곤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그 시작에 오늘 살펴볼 SNCASO의 SO.6000 Triton이 있다. 


SNCASO SO.6000 Triton


SO.6000에 대한 구상과 연구는 프랑스가 독일의 지배 하에 있었던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이후 본격적인 연구는 연합군에 의해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되었을 때 시작되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라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결국 러시아처럼 독일이 남겨둔 풍부한 고속 풍동 실험 연구 자료들과 Junkers Jumo 004 엔진 그리고 영국의 Rolls-Royce Nene 엔진을 기반으로 항공산업을 일으켜 세운다. 물론 독자적인 제트 엔진 Rateau-Anxionnaz GTS-65*도 개발 중이었지만 계속되는 일정 지연과 낮은 추력에 결국 프로그램은 취소되고 말았다.


Rateau-Anxionnaz SRA-1 (GTS-65) @JN Passieux

이후 프랑스의 항공 산업을 부활시키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나라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1946년 11월 11일에 처녀비행을 실시할 수 있었다. 참고로, SO.6000이 처녀비행을 실시한 이 날은 비행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녔다고 한다.


그럼에도 위험을 안고 처녀비행을 실시한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릴 박람회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각 나라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자신들이 영국, 미국과 기술적으로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그러나 SO.6000의 통통한 동체는 멋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SO.6000가 이런 동체를 가진 이유는 다양한 엔진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덕분에 SO.6000은 원래는 프랑스가 독자 개발한 GTS-65 엔진을 장착할 예정이었지만 독일이 남겨둔 축류식 엔진부터 영국이 제공해준 원심식 엔진까지 자유롭게 장착하고 시험해 볼 수 있었다.


SNCASO SO.6000 Triton @avionslegendaires.net

여기서 독일제 Jumo 004 엔진은 이륙에 필요한 추력을 겨우 내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첫 번째 시제기에만 사용되었고 나머지 시제기에는 모두 영국제 Nene 엔진이 장착되었다.


이렇게 SO.6000 Triton은 전후 프랑스 최초의 제트 엔진 항공기가 되었고, 덕분에 프랑스를 독일, 영국, 미국, 소련에 이어 5번째로 제트기 실용화에 성공한 국가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오늘날 프랑스를 있게 해 준 두 가지 자세를 살펴보자.


첫 번째는 자신을 침략한 독일의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강한 군사력을 가지기 위해 어제까지만 해도 적이었던 독일 기술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며 기술 발전에 힘썼다. 앞서 살펴본 SO.6000의 처녀비행에서도 독일의 Jumo 004 엔진의 역할이 컸다.


두 번째는 정권이 바뀌어도 SO.6000 개발 사업이 취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쟁이 끝난 직전에는 프랑스를 강하게 만들고 싶었던 샤를 드골 대통령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공산당이 정권을 잡고 제4 공화국 시대가 열렸다.


SNCASO SO.6000 Triton @aviation civile - canalblog

이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프랑스도 영국과 비슷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쟁으로 나라가 황폐해지다 보니 복지가 중요해졌고, 정부가 개인과 가정에 더 깊이 간섭하는 성향이 강해졌을 거라 본다. 국민들은 강한 프랑스도 좋지만 일단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를 정비하는 게 우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산당은 이전 정권이 진행하던 SO.6000 개발 사업을 취소하지 않았고, 덕분에 프랑스는 오늘날 항공업계에서 미국 다음을 다투는 강국이 되었다.


SNCASO SO.6000 Triton @ENPA-Cap matifou

이처럼, 프랑스 항공 역사에서 의미 있는 업적을 세운 SO.6000은 아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그램이 중단된다. 이유는 너무나도 빠르게 발전하는 제트 엔진 때문이었다. 앞서 다룬 글에서 보았듯이 1년 뒤 미국에서는 음속을 돌파하는 항공기가 등장하고, 후퇴익을 적용한 전투기들이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SNCASO도 이에 맞춰 유럽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를 등장시킨다. 신기하게도 프랑스에 제트 엔진을 제공해준 나라는 영국인데 정작 유럽에서 초음속을 먼저 돌파한 것은 영국이 아닌 프랑스가 된다.


번외 : SNCASO는 뭐지?


미국에는 Boeing과 Lockheed Martin이 있다. 옆 나라 일본에는 Mitsubishi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KAI(Korea Aersopace Industries.LTD)가 있다. 그런데 프랑스는 SNCASO(?) 등 뭐가 좀 복잡하다. 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프랑스는 1936년 중소기업이 난립한 프랑스의 항공산업을 정리하고 동시에 규모를 확충해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업체의 2/3를 국영화해서 지역에 따라 묶어 6개의 공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각 공사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앞부분은 모두 "Société nationale des constrictions aéronautiques" 항공기제조공사로 동일하고 뒷부분만 지역명칭이다. 따라서, 오늘 살펴본 SO.6000 Triton을 만든 SNCASO (Société nationale des constrictions aéronautiques du sud-ouest)는 남서항공기제조공사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지역 이름에 따라 SNCAN는 북부(du Nord), SNCASE는 남동(Sud-Est), SNCAC는 중부(du Centre), SNCAO는 서부(de I'Ouest), SNCAM는 남부(de Midi)항공기제조공사를 의미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이 이름들을 볼 수 없는데 이유는 1940년에 SNCAO가 SNCASO에 통합되었고, 1941년에는 SNCAM이 SNCASE에 통합되어 4개만 남게 되었다. 이후에도 SNCAC를 SNCAN에 통합시켜 3개로 정리되었고, 최종적으로 SNCAN이 1954년 Arsenal 국영항공공장과 통합되어 Nord-Aviation, 즉 북부항공산업이 되고 SNCASE와 SNCASO는 Sud-Aviation, 즉 남부항공산업이 된 것이다.

EADS @New europe

그러나 점차 항공기 개발에 많은 기술력과 자본이 들어가게 되고 더 나아가 미국이라는 새로운 경쟁 상대가 등장하면서 이 회사들 역시 모두 Aérospatiale로 묶이더니 나중에는 EADS, 현재 에어버스가 속해있는 회사가 되고 만다.




참고문헌 및 출처


배경사진 출처 : Airbus

Wikipedia, Sud-Ouest Triton

Aerospace Engines (Aircraft Engines and Rockets - Motores de Aviación y cohetes

jn.passieux.free.fr - Rake SRA-1

쿵디담, 유럽 최초의 초음속기이자 프랑스의 첫 제트전투기 SNCASO SO.6020 에스파동

쿵디담, 프랑스인 손에 의해 태어난 첫 제트 항공기 SO.6000 트뤼토


* de Societé Rateau-Anxionnaz의 앞글자를 따서 SRA-1 또는 Gas Turbine S-65의 앞글자를 딴 GTS-65, 또는 A-65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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