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의 건국
항공기의 발전에 있어 전쟁 역사 역시 중요하다. 전쟁은 잔혹하지만 무기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전쟁만큼 확실한 피드백을 보여주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어난 전쟁 중에 하나를 다루기로 하였다. 게다가 1950년대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이집트, 인도의 항공기 개발사에 있어 중동전쟁은 중요하다.
* 실은 갑작스럽게 일정이 많아지면서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여름방학 때 써두었던 중동 역사 관련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학기가 끝나면 다시 프랑스 제트 전투기부터 연재할 계획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 1948년 5월 14일, 팔레스타인 아랍인이 거주하던 땅에 이스라엘이 건국된다. 하지만, 나라가 세워지자마자 아랍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된다. 당시 이스라엘 공군은 체코슬로바키아로부터 도입한 Avia S199 항공기 25대, 영국의 Supermarine Spitfire 60대가 고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이스라엘이 체코슬로바키아로부터 가져온 Avia S199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유대인들을 잔혹하게 핍박했던 독일 공군에 납품할 예정이었던 Messerschmitt Bf109의 면허생산형이다. 항공기뿐만이 아니다. 총과 탱크를 포함한 많은 독일제 군수품들이 소련의 지원 아래 체코슬로바키아를 통해 이스라엘로 흘러 들어가 그들을 지켜주었다.
이렇듯 나라가 세워지자 마자 중동 연합군과 전쟁을 치러야 했던 이스라엘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건국일 기준으로 65만 명의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1억 4,000만 명에 달하는 5개국 아랍 연합군을 상대해야 했다. 게다가 아직 정규군이 공식으로 창설되지 않았던 이스라엘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군대를 가지고 영국식 훈련을 받은 아랍 정규군들과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은 전쟁이 끝난 1949년 6월 10일, 유대인 지구를 지켜냄은 물론이고 되려 팔레스타인 땅의 70% 이상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얼핏 보면 1차 중동전쟁의 원인은 레반트 지역에서 평화롭게 잘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을 몰아낸 유대인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중동의 갈등은 제국주의 시절 자신들의 이익만을 고려했던 무책임한 영국의 탓이 크다.
시작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아랍인과 영국인 사이 오간 서한이다. 1915년 후세인은 영국 고등판무관 헨리 맥마흔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오스만 제국과 전쟁 중에 있는 영국에 협력할 테니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면 그 땅에 아랍인들의 국가를 세워달라고 서신을 보낸 것이다.
당시 해군이 주력이었던 영국군은 오스만 제국과 전쟁 중이었는데 사막과 광야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후세인의 제안을 받아들인 영국은 1915년 7월부터 1916년 3월까지 10차례의 서신을 주고받으며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고 난 자리에 아랍 민족의 건국을 지지하기로 약속(후세인-맥마흔 선언)한다.
그러나 1900년대 초반 유럽 열강들은 제국주의를 내세우며 식민지 만들기에 혈안이었다. 그래서 오스만 제국의 패망이 가까워지자 1915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진 비밀 협상 끝에 영국, 프랑스는 제정 러시아의 동의 하에 1916년 5월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모여 비밀 협정을 맺는다.
이들은 프랑스가 레반트(Levant)라고도 불리는 지금의 터키 남동부, 이라크 북부, 시리아, 레바논 지역을, 영국이 요르단, 이스라엘 그리고 이라크 대부분의 지역을, 마지막으로 러시아가 흑해 남동 지역을 차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터키 분할 밀약 '사이크스 피코 협정'을 체결한다. 그러나 시기를 보면 알겠지만, 영국은 후세인과도 편지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그러나 1917년 말 제정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고, 11월 혁명을 통해 소비에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단독으로 독일과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을 맺음에 따라 종전 선언과 함께 제1차 세계대전에서 이탈한다. 이때 1917년 10월 러시아 혁명 이후 등장한 볼셰비키 정권이 영국과 프랑스의 사이크스 피코 협정을 폭로하자 영국은 당황하고, 아랍 국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여기에 전쟁 중반에 삼국 동맹을 탈퇴한 이탈리아도 승전국으로서 자기 몫을 달라고 요구하자 상황이 복잡해졌다. 한편, 중동에서 발견된 석유는 영국과 프랑스에게 자신들의 공장과 군대를 돌리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었다. 더 나아가 프랑스는 오스만 제국을 발판으로 베트남을, 영국은 인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했다.
그렇게 전쟁이 끝난 뒤인 1920년 4월 25일, 이탈리아 휴양 도시 산레모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주도로 이탈리아, 그리스 등 승전국들이 참여해 동년 1월 파리 강화 회의에서 그들이 오스만 튀르크와 맺은 강화조약 내용을 바탕으로 중동 지역을 어떻게 나눠가질지 논의한다. 이쯤에서부터 느껴지지만 이미 중동 국가들에 대한 배려나 이해는 그들의 안중에서 사라졌다.
여기서 석유를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고 싶었던 영국과 프랑스는 교묘하게 미국을 산레모 회의에서 배제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은 '전승 연합국 간 평등한 권리를 부여한다'는 베르사유 조약을 위반했다며 끊임없이 지분 조정을 요구하 1927년 23.5%의 지분을 확보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차지하고 남은 지역인 사우디 아라비아 왕국에 접근한다.
물론 이렇게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자신의 몫을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전승국이었고 또 미국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후버의 지원 아래 1933년 미국은 사우디와 합작해 "캘리포니아-아라비안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석유회사를 설립한다. 후에 이 회사는 1988년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 지분 100%를 획득하면서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사우디 아람코'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기업이 된다.
한편, 얼마 지나지 않아 동년 8월 10일, 프랑스 세브르에서 연합국과 패전국 오스만 튀르크 제국 사이에 산레모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세브르 조약(Treaty of Sèvres)이 조인되자 시리아와 레바논 지역은 프랑스가, 이라크, 요르단 지역은 영국의 위임통치형에 들어가게 되었다.
결국 1920년 전쟁이 끝난 뒤 패전국으로 전락한 오스만 제국은 투쟁 끝에 오늘날의 터키만 한 영토를 남긴 채 승전국들의 위임 통치 아래 잘게 나눠졌다. 그리고 1919년 1월 승전국이었던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주장한 '민족 자결주의'에 따라 중동에서 많은 아랍인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세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독립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1920년 '시리아 아랍 왕국'을 선포한 시리아였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중동은 이미 승전국들이 서로의 동의 하에 나눠진 상태였기에 프랑스는 시리아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시리아는 결국 프랑스의 위임 통치 아래 들어간다. 결국 아랍인들은 제대로 된 나라를 세워보기도 전에 세브르 조약으로 영국과 프랑스의 위임 통치를 받게 되면서 독립 아닌 독립을 한 꼴이 돼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슬픔은 칼로 자른 듯 반듯하게 나눠진 중동 국가들의 국경선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국과 프랑스는 위임 통치 아래 아랍인들의 민족과 종교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고려해 나눈 국경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얼핏 보면 사이크스 피코 협정 때 나온 그림과 국경선이 매우 흡사하다.
이렇게 산레모 회의에서 배제된 미국보다 더 큰 불만을 가졌을 후세인과 하심 가문 그리고 아랍인들은 영국과 프랑스에 저항하고자 했지만, 국제 사회는 비정했다. 이미 대세는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에 기울었고 그들에겐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힘은 물론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
Wikipedia McMahon-Hussein Correspondence
Wikipedia, 1947-1949 Palestine War
Wikipedia, Treaty of Sèv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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