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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Oct 20. 2020

번외 3 : 테이퍼익과 후퇴익

더 빠르게 날기 위한 날개의 진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여객기는 군용기와 다르게 승객의 안전과 효율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독특한 디자인을 취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는 다 여객기처럼 커다란 주익 하나와 작은 미익을 가졌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정 임무에 특화된 군용기의 경우 디자인에 대한 제약이 여객기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다. 더 나아가 오늘날에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더욱 다양한 형상을 가진 항공기들이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이고 흔한 테이퍼익과 후퇴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Northrop B-2 Spirit @Aviation Trivia / Grumman X-29 @CNN

타원익과 테이퍼익


영화 '덩케르크'와 같은 제2차 세계대전 영화를 보면 시끄러운 기관포와 프로펠러 소리가 뒤섞인 채 공중전을 벌이는 전투기들을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다들 하나같이 전방에는 프로펠러가 달려있고 날개는 매끄러운 곡선으로 이뤄졌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날개를 바로 '타원익'이라고 한다.

Movie 'Dunkirk' @에디캐스트 티스토리

원래 항공기의 날개는 굉장히 복잡하다. 따라서, 날개의 형태(익형)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학적 개념들이 필요하지만 이 글에서는 전체적인 흐름을 다룰 것이며 나중에 등장할 다양한 항공기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 주목적이므로 간단하게 설명하려 한다.


우선, 비행기는 양력 덕분에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 그리고 양력은 날개에서 발생한다. 이때 양력이 날개를 균일하게 밀어준다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 여러 요소들 때문에 양력(파란색 화살표)은 주로 날개 뿌리에서 발달해서 날개 끝으로 갈수록 줄어든다는 양상을 띤다.

Lift distribution and Vortex @Wikimedia Commons

따라서 공학자들은 양력이 주로 날개 뿌리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날개 뿌리는 넓게 만들고 날개 끝으로 갈수록 날개 폭이 좁아지게끔 날개를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타원익과 테이퍼익이 등장하는데 타원익은 양력 분포를 정확하게 따르면서 곡선이 된 것이다.

Elliptical wing and Tapered wing @Air&Space Magazine


반면 테이퍼익은 양력 분포를 고려해 직선으로 날개를 제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청바지와 함께 자주 들어보았을 '테이퍼비'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테이퍼비'란 동체에서 시작되는 날개 뿌리 부분의 앞뒤길이(시위길이)와 날개 끝 부분의 앞뒤길이 비를 의미한다. (이해가 안된다면 청바지를 생각하자.)


이렇게 만든 테이퍼익은 여러 모로 장점이 많다. 우드락을 잘라본 경험이 있다면 이해하겠지만 제작에 있어서 곡선보다는 직선이 훨씬 제작에 있어 편리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테이퍼익은 어렵게 곡선을 따라 제작한 타원익과 비교했을 때 성능 또한 비슷했기에 설계 입장에서는 굳이 제작이 어려운 타원익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Convair F-102 Delta Dagger @Pinterest

그리고 날개 끝은 양력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와류까지 발생시키면서 항력을 증가시킨다. 이 때문에 공학자들은 날개 끝을 조금이라도 작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며 극단적인 경우 날개 끝은 삼각익처럼 뾰족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날개 뿌리 부분을 늘리면 날개의 강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더 많은 연료를 탑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후퇴익


테이퍼익이 비해 후퇴익은 여러모로 설명할 점이 많다. 후퇴익 하나만을 가지고도 다양한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다룰 내용도 많다. 이에 반해 공학적인 측면에서 후퇴익을 제대로 다루기엔 시간과 플랫폼의 제약이 있고 무엇보다 내 지식이 부족하다. 따라서 후퇴익 역시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다룰 것이다.


1935년 9월 30일, 세계 각지의 선도적인 공기역학 전문가들이 이탈리아 로마에 모였다. 이들 중 몇 명은 시속 130마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이들의 논의 주제는 500마일 혹은 그 이상의, 당시로는 믿기 힘든 속도의 영역에 대한 것이었다.


Adolf Busemann and Busemann plane @Google art & Culture

이들 중에서 독일의 Adolf Busemann은 "초음속에서의 공기역학적 힘"이라는 논문을 통해 고속 비행을 위한 후퇴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날개에 적절한 후퇴각을 준다면 수직 속도 성분은 감소하고 그 결과 조파 항력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퇴익에 대한 Busemann의 개념은 시대를 너무 앞선 나머지 당시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한 채 메뉴판 뒤에 후퇴익과 후퇴 프로펠러가 달린 항공기를 그리고 Busemann 항공기라고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러나 독일 공군은 후퇴익의 군사적 중요성을 알아차리고 회담 1년 뒤인 1936년부터 후퇴익에 대한 개념을 모두 기밀 사항으로 분류하였다.


이후 독일은 다양한 풍동 실험을 진행해 후퇴익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쌓았으며 그 결과 Me 262와 같이 약간의 후퇴각을 가진 항공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 독일의 후퇴익 자료들은 미국과 소련으로 건너가 제트 엔진과 함께 항공우주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그렇다면 날개에 후퇴각을 주는 것 하나만으로 무엇이 그렇게 달라지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항공기가 아음속을 지나 음속에 가까워지면 날개 앞에서 공기가 압축된다. 이때 날개 윗면은 항공기보다 먼저 음속을 돌파하는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이는 과거 왕복엔진으로 돌리던 프로펠러에서도 발견되는 문제였다. 문제는 날개 윗면의 공기 흐름이 음속에 다다르면 충격파가 발생하며 이때 엄청난 항력이 발생한다. 이게 지난 글에서 다룬 '소리의 장벽'이다. 때문에 많은 항공기들이 제트 엔진이 등장했음에도 소리의 장벽은 넘을 수 없었다.


Swept wing @ResearchGate / Spanwise FLow @Boldmethod

그런데 날개를 살짝 뒤로 젖혀 후퇴각을 주면 상황이 달라진다. 왼쪽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후퇴각이 커지면 커질수록 날개를 향해 수직으로 들어오는 빨간 선이 짧아진다. 이 말은 원래대로라면 음속에 먼저 도달해 충격파를 일으킬 날개 윗면에서 충격파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충격파의 발생을 지연시켜 준다.


그렇다고 후퇴익이 완벽한 날개는 아니다. 후퇴익은 테이퍼익에 비해 날개 강도가 약해지며 Me 262에서 언급했듯이 저속에서 불안정한 비행 특성을 보이며 나중에 등장하는 F-100의 '세이버 댄스'와 같은 익단 실속과 기수 들림 현상 등 단점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후퇴익이 계속 쓰이는 이유는 그만큼 후퇴익의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후퇴익은 경사진 날개 위를 흐르는 공기 흐름 때문에 테이퍼익과 타원익에서는 보지 못한 다양한 현상들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아음속 영역을 넘어 천음속, 음속 등 속도 영역도 다양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은 다음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미국의 F-86과 소련의 Mig-15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자.




참고문헌 및 출처


배경사진 출처 : Wikipedia

한국RC연합회, 항공이론 항공지식 후퇴익-올해 마지막 항공지식

쿵디담, 후퇴날개의 등장(상)

쿵디담, 후퇴날개의 등장(하)

곰바우, 항공기 날개모양(테이퍼 비)

Wikiwand, Swept 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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