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써온 글을 검토하면서 1940년대 항공기들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950년대 이야기를 다루다 갑자기 1940년대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P-51의 특징에는 크게 층류익과 메러디스 효과(Meredith effect)가 있다. 층류익이란 날개의 최대 캠버를 뒤로 밀어 층류(laminar)를 최대한 오랫동안 머물게 하여 천이점을 지연시켜 난류 영역을 최소화하는 에어포일 형상이다. 난류 영역을 최소화하면 난류가 유도하는 항력이 줄어들고 항력을 줄이면 항공기는 더 빠른 속도로 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P-51 Mustang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층류익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Mustang은 층류익 때문에 기체의 선회나 실속 특성이 악화되었으며, 저속에서 양력이 부족해 받음각을 키워야했다. 한마디로 저속에서 기체가 불안정해지다보니 오히려 근접 기동에서 불리했다.
그렇다면 왜 P-51은 층류익의 이득을 보지 못했는가? 첫 번째, 층류익은 날개 표면이 매우 말끔하게 처리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P-51은 전시 중에 생산 되었으며 당시의 기술력으로 완벽하게 매끈한 층류익을 제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두 번째, 왕복 엔진 항공기의 고질적인 문제로서 엔진이 만들어내는 진동이 날개 위의 층류를 난류로 천이시켰다. 세 번째, 기수 앞에 위치한 프로펠러가 만들어내는 와류에 의해 날개 위의 층류가 난류로 천이되었다. 마지막으로, 항공기에 있어서 가장 넓은 부분이 주익인데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는 말은 피탄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층류익은 앞서 말했듯이 표면이 매끈해야 하기 때문에 층류익은 한 번이라도 피탄되면 더 이상 층류익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운용에 따른 한계도 있다. 항공기를 운용하면서 날개 위에 올라가거나, 높은 고도에서 날개에 발생하는 결빙 등의 문제로 찌그러지고 파인 부분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부분들은 층류를 난류로 만들었다. 그리고 비행을 하면서 발생하는 하중, 금속의 피로에 따라 주익의 표면에 발생하는 잔물결과 우그러짐도 완벽한 층류익 구현을 어렵게 만들었다.
한편, 오늘날에는 층류익이 항공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표면처리 기술이 좋아졌으며 동력원도 피스톤 엔진이 아닌 제트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항공기가 제트 엔진으로 아음속이 아닌 천음속 구간을 비행하기 때문에 천음속 영역에서 충격파를 지연시켜 주는 층류익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P-51 Mustang은 어떻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을까. Mustang의 빠른 속도는 층류익보다 라디에이터를 통해 얻은 메러디스 효과가 더 컸다. 메러디스 효과란 액랭식 항공기에만 적용할 수 있는 효과이다. 액랭식 항공기는 엔진의 열을 식히기 위해 냉매를 사용했고, 이 냉매는 항공기 외부에 달린 라디에이터를 통해 열을 배출했다. 이때 라디에이터 안으로 유입된 공기가 뜨거워진 냉매를 만나 부피가 팽창하면서 압력이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고온고압의 공기가 라디에이터 밖으로 나오면서 뉴턴의 제3법칙 ‘작용 반작용 법칙’에 따라 항공기에 추진력을 더해주었고 이러한 현상을 ‘메러디스 효과’라고 한다. Mustang은 이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Mustang이 유명해진 또다른 이유는 바로 항속거리이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만해도 연합국은 무모하게 느껴지지만 폭격기만으로 독일 폭격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폭격기를 운용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고 작전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지한 연합군은 영국에서 이륙하는 폭격기가 목표 지점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호위기를 운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P-51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P-47과 연합군이 운용하는 대부분의 전투기들은 항속거리가 짧아 독일 영공에 들어가면 얼마 싸우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독일 공군은 이 순간을 놓칠리 없었고 이 때문에 호위기는 폭격기를 완벽하게 호위해줄 수 없었다.
그러나 P-51은 압도적인 항속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머스탱의 외형을 보면 알수 있지만 전에 나온 항공기들에 비해 특별히 튀어나온 부분 없이 동체가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설계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공기역학적으로도 항력을 최소화해서 연비도 좋았지만 특히 연료 탑재량이 엄청났다. Mustang은 내부 연료탑재량 총 184갤론(700리터)으로 825마일을 비행할 수 있었는데, 당시 P-47C가 305갤런의 내부연료로 835마일을 날 수 있었다. 게다가 연료 탑재량도 엄청났는데 Mustang의 갤런 당 항속거리가 P-47에 비해 뛰어났기 때문에 235리터 보조연료탱크 2개까지 탑재하면 총 1170리터의 연료로 1700마일(2,700km)을 비행할 수 있었다.
배경사진 출처 : Pinterest
[역사] 미군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P-5 머스탱 1,2부
항공종사자를 꿈꾸는 모임, 시리즈 no7. 층류익(laminar flow 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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