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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Apr 27. 2021

1943년, 영국의 첫 제트 전투기

최초에 가려진 두 번째 제트 전투기

매거진 발행을 위해 기존에 작성한 글들을 검토해 새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읽기 불편하실 수 있으니 되도록 PC로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Gloster E.28/39에서 볼 수 있었듯이 영국도 비슷한 시기에 제트 엔진을 개발했다. 하지만, 독일과 달리 제트 엔진은 영국 항공성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고 옆 나라 독일에서 제트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영국도 제트 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다. 다만, 영국은 독일에 비해 혁신적인 항공기를 선보였는데, 이는 바꿔 말하면 보다 검증되고 신뢰도 높은 항공기를 개발했다고 볼 수 도 있다.


1943년 03월 05일 Gloster Meteor


1930년대 말 프랭크 휘틀이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제트 엔진을 선보이고 이후 1941년에는 영국에서 Gloster E.28/39가 처녀비행에 성공하면서 영국에서도 1940년대 초부터 ‘Rampage(광란)’라는 코드명 아래 제트 전투기 개발이 비밀리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전투기에는 Power Jet W.1의 후속작인 Power Jet W.2 엔진이 장착될 예정이었다.

Gloster Meteor @Reddit

하지만, 독일과 마찬가지로 영국도 제트 엔진 제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영국 항공성은 Gloster에게 Meteor의 시제기 수를 줄이고, Meteor 대신 제트 엔진을 하나만 탑재하는 단발 제트기 개발을 제안했다. 아무래도 엔진 생산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 같지 않으니 엔진이 하나만 있어도 되는 단발 제트기가 양산에 더 유리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1942년 4월에 de Havilland에서 Power Jet W.2 엔진보다 더 간단한 구조를 가진 Halford H.1 엔진을 개발해내면서 1943년 3월 5일, Halford H.1 엔진을 장착한 Meteor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이후 Power Jet W.2 엔진도 Rolls-Royce가 양산을 맡으면서 문제가 해결되어 같은 해 7월 24일에 Power Jet W.2 엔진을 탑재한 Meteor가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치게 된다.


이처럼 Meteor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단발 제트기 E.1/44 프로그램은 자연스레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제트 엔진의 기술적인 한계 또한 단발 제트기 개발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우선, 초기 제트 엔진은 추력이 약해 하나만으로는 충분한 가속력을 만들기 어려웠다. 게다가 연비도 나빠 항속거리가 짧았는데 단발로 설계할 경우 기체의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기체에 연료를 넉넉하게 탑재하기 어려웠다. 결국, 가속력과 함께 상승 능력이 부족한 항공기는 전투기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Gloster E.1/44 프로그램은 전쟁이 끝나고 1948년 3월 9일이 되어서야 첫 비행에 나설 수 있었다. 이후에도 E.1/44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Ace’라는 항공기는 공식적인 이름조차 받지 못한 채 실험기로 전락했지만, ‘Ace’를 통해 얻은 비행 데이터는 1948년 말에 등장하는 Gloster Meteor F.8가 겪은 T자형 미익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Gloster E.1/44 @warfiles.ru

한편, 1943년에 첫 비행을 마친 Meteor는 1944년 7월부터 영국 공군(RAF)에 배치되었고 처음에는 V-1 폭탄을 요격하는 다소 소극적인 작전에만 투입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V-1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고 V-2 로켓이 등장하면서 V-1을 요격하는 임무에서 해제되었다. 그럼에도 Meteor와 Me 262가 조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쟁 막바지인 1945년 3월부터 네덜란드에 배치된 적이 있지만 이미 독일 공군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황이었고 영국은 혹시라도 Metoer가 독일군에게 넘어가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에 Meteor는 독일 본토 깊숙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Meteor는 성능으로만 본다면 Me 262에 비해 부족했으며 제트 엔진을 제외하면 혁신적인 기술이 접목된 항공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외형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왕복 엔진 항공기의 외형을 그대로 가져왔으며 엔진은 축류식이 아닌 원심식이라 굉장히 두꺼웠다. 그래서 정점에 다다른 왕복 엔진 항공기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점이 더 많아 독일 공군을 상대하기엔 벅찼을 것이라 평가된다. 물론, 전쟁이 끝나고 여러 차례 개량을 거듭하며 또 원심식 제트 엔진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Rolls-Royce Nene 엔진을 장착하면서 Meteor도 Me 262에 맞먹는 성능을 낼 수 있게 된다.


게다가 Meteor는 다양한 형태로 개조되어 영국의 항공기술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1943년 11월에는 영국의 첫 축류식 제트엔진 Metropolitan-Vickers의 Metrovick F.2 엔진의 테스트베드(testbed)가 되어주었으며 1945년 9월에는 Rolls-Royce Trent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하고 비행해 성공하면서 세계 최초의 터보프롭 항공기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

Gloster Meteor with Trent @WW2aircraft.net Forums

뿐만 아니라 최초는 아니지만 Vampire 다음으로 착함에 성공하면서 역사상 두 번째로 항공모함에 착함한 제트 전투기가 된다. 영국 공군에서 Meteor의 성능이 어느 정도 검증되자 영국 해군에서도 Meteor를 함재기로 운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시작했고, 이에 1948년 4월에 항공모함에 착함할 수 있도록 이착륙 장치를 강화하고 착함 장치(후크)를 장착한 Meteor F.3가 착함에 성공한다. 하지만, Meteor는 이착륙 거리가 제한된 항공모함 갑판에서 운용하기엔 기체가 너무 크고 무거웠다. 그리고 당시 제트 엔진은 가속력도 약했기 때문에 육중한 Meteor는 결국 항공모함이 아닌 지상에서 Sea Vampire를 위한 제트 훈련기로 운용되었으며 한편으로는 제트 전투기를 위한 새로운 착함 방식을 고안하는데 기여했다. 그리고 기존 왕복엔진 항공기와 다르지 않아 왕복 엔진 항공기에서 제트엔진 항공기로 넘어가는 기종 전환 훈련기로 안성맞춤이어서 훈련기로도 1960년대까지 사용되었으며 세계 곳곳으로도 수출되는 등 오랫동안 운용되었다.

Gloster Meteor F.3 @mwedits.naval histor


1943년 9월 20일 de Havilland Vampire


한편, 제트 엔진이라는 새로운 동력원이 등장하고 이륙에 성공한 Gloster E.28/39, 그리고 그 뒤를 이어 Meteor가 개발되고 있을 때 de Havilland도 Tizard의 제안으로 1941년부터 제트 엔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Tizard는 이후 미국의 제트 전투기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니 기억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de Havilland는 ‘Spider crab’이라는 프로그램 하에 동년 7월부터 다양한 형태의 항공기를 구상했고 최종적으로 계란 모양의 동체에 트윈 붐 구조를 가진 제트 전투기가 탄생했다. 하지만 Meteor와 달리 Vampire는 영국 항공성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는 영국 항공성이 앞서 언급한 E.1/44 개발과정을 보며 단발 제트 전투기에 대해 회의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결국, de Havilland는 별다른 지원 없이 1941년 7월에 개발 승인만 받을 수 있었다.

de Havilland Sea Vampire @BAE Systems

그럼에도 de Havilland가 단발 제트 전투기를 구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Halford H.1이라는 강력한 제트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Halford H.1 엔진은 1941년 4월에 설계가 완료되었고 1년 뒤에는 시운전에 성공하면서 Vampire보다 먼저 개발 중이었던 Meteor에 탑재되어 비행까지 마치게 된다. 덕분에 de Havilland는 자신들의 제트 전투기를 위한 엔진까지 갖추면서 제트 전투기 개발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Vampire는 기체의 상당 부분이 목재로 제작되어 가벼웠으며 동체가 짧아 추력 손실이 적었다. 비슷한 시기 개발된 제트 전투기들을 보면 모두 제트 엔진의 배기가스가 별다른 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외부로 배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단발 제트 전투기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트 엔진의 배기가스를 바로 배출시키면 좋겠지만 그럴 경우 가뜩이나 무거운 엔진이 기체의 끝부분에 위치하게 되면서 무게 중심이 무너진다. 따라서 엔진이 기체의 한가운데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럴 경우 배기가스는 동체 중심에서 동체 끝으로 길게 이어진 관을 따라 나와야 해서 추력 손실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de Havilland Vampire MK.II with Nene engine @Clasp Garage

덕분에 Vampire는 1943년 9월 20일에 초도비행에 나설 수 있었는데 이는 미국의 XP-80에 탑재된 Halford H.1 엔진이 F.O.D로 망가지면서 Vampire에 장착될 엔진이 미국으로 보내지는 바람에 지연된 것이었으며 동시에 영국 최초의 제트 전투기 Meteor가 이륙한 지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초도 비행을 마친 Vampire는 1944년 5월에 Vampire MK.1이라는 이름으로 생산과 배치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왕복 엔진 항공기의 생산이 우선시되었기 때문에 Vampire MK.1은 1945년 4월이 되어서야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고, 영국 공군은 전쟁이 끝난 1946년에 Vampire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Vampire는 이후 엄청난 성공을 이루게 된다. 우선, 기체 자체가 나무로 만들어 가볍기도 했고 Meteor나 Me 262와 다르게 주익 양쪽에 무거운 제트 엔진을 달지 않아 기동성이 뛰어났다. 게다가 엔진도 하나밖에 없어서 구조도 간단하고 가격 역시 저렴했다. 당연히 엔진이 하나였기 때문에 정비 소요 또한 적어 일선에서 사용하기 편리했다. 덕분에 Vampire는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은 물론 중동, 아프리카, 캐나다, 호주 심지어 동남아에서도 운용되었다. 특히, 오늘까지도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고 운용하는 프랑스와 스웨덴도 전쟁 직후에는 각각 Mistral(프랑스)과 J28(스웨덴)이라는 이름으로 Vampire를 운용했다.

de Havilland Vampire @BAE Systems

한편, 영국 해군은 Vampire가 Meteor보다 작고 가볍다는 점에 주목해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0대의 Vampire를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수 있게끔 착함 장치를 장착한 Sea Vampire MK.20으로 개조했고 1945년 12월 3일, Sea Vampire는 항공모함에서 이착함하는 데 성공한 세계 최초의 제트 전투기가 되었다. 이후 1947년 Vampire FB.5를 기반으로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Sea Vampire의 양산이 시작되었고 1948년 10월부터는 양산형 Sea Vampire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Sea Vampire는 군사 작전(실전)에는 투입되지 않았고 대신 왕복 엔진 함재기에서 제트 엔진 함재기로 넘어가는 전환 훈련기로 사용되었다. Sea vampire가 훌륭한 전투기였음에도 실전에 투입되지 않은 이유는 의외로 제트 엔진 때문이었다. 우선 함재기는 착함에 실패할 경우 빠르게 추력을 올려 다시 이륙해야 한다. 하지만 초기 제트 엔진은 가속력이 낮고 추력 조절이 힘들어 급격하게 추력을 올리는 것이 위험했다. 그리고 연비가 좋지 않아 항속거리가 짧았기 때문에 실전에 투입되어 작전을 수행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그럼에도 Sea Vampire를 기점으로 탄생한 트윈 붐 동체는 오랫동안 영국 해군에게 사랑받았다. 영국 해군은 F-4 Phantom II가 등장하기 전까지 Vampire를 기반으로 후퇴익을 적용한 Sea Venom(1951)과 다시 Sea Venom을 기반으로 개발된 쌍발 전천후 전투기 Sea Vixen(1959)를 1970년대까지 운용했다.

de Havilland Sea Venom @Happyscale-Modellbau
de Havilland Sea Vixen @BAE Systems

이처럼 제트 엔진 기술을 주도한 독일과 영국에서 제트 전투기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을 때, 영국으로부터 제트 엔진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던 미국에서도 제트 전투기 개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최강의 공군을 자랑하는 미 공군은 1940년대에만 해도 육군에 속한 미 육군 항공대였으며 그 명성 또한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참고자료 및 출처

* Cover image by Pinterest

1. Wikipedia, Gloster Meteor

2. Wikipedia, Gloster E.1/44

3. Wikipedia, Power Jet W.2

4. Wikipedia, de Havilland Vampire

5. BAE systems, de Havilland DH.100 Vampire

6. Naval air history, prototypes and trials, HMS Illustrious

7. 쿵디담 다람쥐우리, Gloster Meteor

8. 쿵디담 다람쥐우리, Gloster E.1/44

9. 쿵디담 다람쥐우리, de Havilland Vam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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