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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Apr 06. 2021

1940년, 두 종류의 제트 엔진

축류식 제트 엔진과 원심식 제트 엔진

매거진 발행을 위해 기존에 작성한 글들을 검토해 새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읽기 불편하실 수 있으니 되도록 PC로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1930년대 말 영국과 독일에서는 제트 엔진이라는 새로운 동력원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로켓 엔진’이라는 조금 과격한 방법도 연구되었다. 한편, 제트 엔진의 등장 이후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공격적으로 전쟁을 몰아붙였던 독일, 그리고 그런 독일을 막아야 했던 영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트 엔진을 구현하려고 했다. 하지만, 제트 엔진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왕복 엔진과 제트 엔진은 어떻게 다른지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왕복 엔진(piston engine)은 레시프로 엔진(reciprocating engine)이라고도 하는데 자동차 엔진을 떠올리면 된다. 말 그대로 실린더 내부 피스톤의 직선 운동을 샤프트를 통해 회전 운동으로 바꿔 프로펠러를 돌리는 것이다. 이때 폭발(연소)이 실린더 내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왕복 엔진은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 engine)’이라고도 한다.

piston engine @Google sites

그러나 왕복 엔진은 직선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바꿔주는 과정에서 동력 손실이 불가피하고 부품 수가 많아 구조도 복잡하다. 그리고 제트 엔진이 탄생한 배경에서 보았듯이 왕복 엔진은 고도를 높일수록 공기가 희박해져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면서 엔진의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에 투입된 항공기들 중에서 폭격기나 호위기처럼 고고도에서 작전을 펼치는 항공기들에게는 과급기(super charger)가 필수적으로 장착되었다.


반면 제트 엔진은 압축기부터 연소실 그리고 터빈이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는 압축기를 거쳐 고온 고압의 공기가 되고 연소실로 보내져 연료와 함께 폭발(연소)한다. 이때 연소실에서 배기가스는 작용 반작용 법칙에 따라 항공기를 앞으로 밀어준다. 그리고 일부 배기가스는 압축기와 연결되어 있는 터빈을 돌려주면서 다시 압축기로 힘을 보내 하나의 사이클을 완성시킨다. 당연히 연소는 앞서 보았듯이 열린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제트 엔진은 ‘외연 기관(external combustion engine)’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제트 엔진은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모든 부품이 돌아가기 때문에 왕복 엔진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온 고압으로 들어오는 공기에 연료를 분사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으로 끊김 없이 연소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잘 와 닿지 않는다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꺼져버리는 양초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고온 고압의 공기와 배기가스를 견디기 위해서는 내열 합금과 이를 제련할 수 있는 고도의 금속 제련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독일과 영국의 제트 엔진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원심식 제트 엔진


영국은 하나의 원심식 압축기를 사용해 공기를 압축하는 원심식(centrifugal) 제트 엔진 개발에 집중했다. 원심식 제트 엔진은 엔진의 전면부에 있는 하나의 원심식 압축기가 정면으로 들어오는 공기를 압축해 연소실로 보내준다. 그다음 과정은 앞에서 말한 제트 엔진의 원리를 그대로 따른다. 즉, 연소실에서 연료를 분사하고 폭발을 일으켜 추력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원심식 제트 엔진은 단일 원심식 압축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의 길이가 짧다. 그래서 원심식 제트 엔진은 한정된 공간에도 장착할 수 있어 아직도 미사일이나 항공기의 APU(auxilary power unit)에는 원심식 제트 엔진가 사용된다. 그리고 단일 압축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가 간단해지므로 손쉽게 신뢰도 높은 엔진을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축류식에 비해 이물질의 유입에 강하다는 장점도 있다.

centrifugal engine @L'avionnaire

하지만, 구조 자체에서 볼 수 있듯이 엔진 축에 나란하게 들어오는 공기가 다시 엔진 축에 수직으로 압축되어 연소실로 보내지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커 효율이 낮다. 또한, 단일 원심식 압축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압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압축기의 직경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엔진 단면적의 증가로 이어지므로 원심식 제트 엔진은 압축률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물론, 영국에서도 1941년 Metropolitan–Vickers가 Metrovick F.2라는 축류식 제트 엔진을 개발했다. 그리고 Metrovick F.2 엔진은 1943년 6월, Lancaster 폭격기 그리고 5개월 뒤에는 Gloster Meteor에 탑재되어 다양한 테스트까지 거쳤다. 성능 역시 비슷한 시기 개발되어 최대 추력이 7,100 N(1,600 lbf)였던 Whittle의 W.2B 엔진에 비해 1,800N 강력한 8,900 N(2,000 lbf)의 추력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Metrovick F.2는 고온의 열을 견디지 못하고 엔진이 뒤틀리는 등 안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많아 양산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이후 여러 차례 과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빈번히 실패로 돌아갔고 그 사이 1946년에는 F.2 엔진을 만들고 있었던 가스 터빈 부서가 Armstrong-siddeley에 매각되고 말았다. 그러나 Metrovick F.2 엔진은 1948년 Sapphire 엔진 개발로 이어져 영국의 또 다른 명품 엔진이 되었다.

F.2 engine located at rear fuselage of Lancaster @ww2aircraft.net
Gloster Meteor with F.2 engine @ABPic 
Meteor with Derwent engine @BAE Systems

그러는 사이 영국 공군은 레이더와 함께 기존 레시프로 항공기만으로도 1940년 7월부터 시작된 독일 공군의 영국 본토 폭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영국 공군성은 효율은 조금 낮을지라도 보다 안전하고 신뢰도 높은 엔진을 원하게 되었고 그렇게 영국에서는 원심식 제트 엔진이 활발하게 개발되었다.


축류식 제트 엔진


반면, 독일에서는 축류식 제트 엔진 위주로 제트 엔진 기술이 발전했다. 물론, 독일도 처음에는 원심식 제트 엔진을 개발했고, 세계 최초의 제트 항공기 He 178 역시 원심식 제트 엔진을 탑재했다. 그러나, 1940년대 초부터 프랑스를 함락시키면서 서유럽을 장악한 독일은 원심식 제트 엔진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축류식 제트 엔진 개발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독일은 유럽 본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영국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독일은 영국과의 항공전에서 패배했고 이후 영국보다 더 우수한 항공 전력을 갖추고자 했다. 그래서 독일 공군성은 Ohain에게는 원심식 제트 엔진 개발을, BMW와 Junkers에는 축류식 제트 엔진 개발을 요청했고, 이를 통해 독일은 영국보다 우수한 항공기를 보유하고자 했다. 이후에도 유럽 본토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연합군에 대응해 싸워야 했던 독일군에게는 안전보다 성능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독일이 집중한 축류식 제트 엔진(axial-flow jet engine)은 앞서 살펴본 원심식 제트 엔진과 다르게 압축기가 여러 개의 압축 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연소실과 노즐은 원심식 제트 엔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공기의 흐름이 엔진 축을 따라 나란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원심식 엔진에 비해 효율이 높다. 그리고 팬의 직경을 키우지 않고도 단순히 압축 팬의 개수를 늘림으로써 압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엔진을 고속 비행에 적합하게끔 날렵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축류식 제트 엔진은 잘만 만든다면 분명 단점보다 장점이 많으며 오늘날 대부분의 제트 엔진 역시 축류식 제트 엔진이다. 그럼에도, 독일의 축류식 제트 엔진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Axial-flow Jet engine @L'avionnaire

우선, 축류식 제트 엔진은 여러 개의 압축 팬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면서 동시에 고온 고압의 공기를 견딜 수 있어야 했다. 이는 압축 팬뿐만 아니라 연소실과 노즐 그리고 터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당시 야금학 기술은 이러한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엔진을 만들기 부족했고 결정적으로 전쟁 말기 독일은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엔진에 필수적인 내열 합금이 부족해진 독일은 연소실부터 노즐까지 엔진 대부분을 전부 강철로 만들 수밖에 없었고 그 위에 알루미늄을 도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당연히 제트 엔진의 성능과 내구성 그리고 신뢰도는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엔진의 성능을 떠나서 독일은 세계 최초로 두 종류의 제트 엔진 BMW 003 엔진과 Junkers Jumo 004 엔진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제트 전투기 양산으로까지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는 독일이 전시 상황 속에서도 균일한 품질로 엔진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업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전쟁에서는 패배했지만 독일의 제트 엔진은 영국은 물론 소련과 미국으로 넘어가 다양한 테스트를 거치며 그들의 제트 엔진 개발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Junkers Jumo 004 @Wikimedia commons

그리고 전후 전쟁에서 패배한 독일의 제트 엔진이 전리품 마냥 승전국에게 돌아갈 때 영국에서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원심식 제트 엔진이 한동안은 제트 엔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영국 Rolls-Royce Nene 엔진은 뛰어난 성능을 선보이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데 이 중에는 소련과 중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소련과 중국은 마땅한 제트 엔진이 없었기 때문에 영국이 건네 준 제트 엔진은 그들의 항공기술력을 단번에 발전시켜 주었고 그 결과 탄생한 전투기가 바로 MiG-15이다.


그러나 더 높고 빠르게 날기 위해서는 압축률을 높이면서 직경은 늘어나지 않는 축류식 제트 엔진이 필요했다. 그리고 단일 원심식 압축 팬을 가진 원심식 제트 엔진으로는 절대 직경을 키우지 않은 채 추력을 높일 수 없었다. 이는 위에 첨부된 축류식 엔진(F.2)을 탑재한 Meteor와 원심식 엔진(Derwent)을 탑재한 Meteor만 봐도 확연하게 느껴진다. 결국, 어렵더라도 더 강력한 추력을 내면서 엔진을 얇게 만들기 위해선 축류식 엔진을 손대야만 했고 이후 축류식 제트 엔진이 항공 엔진의 주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이 축류식 제트 엔진을 처음 장착한 양산형 제트 전투기는 독일에서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하늘로 날아오른 것은 제트 엔진보다 간단한 구조를 가진 로켓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였다.

Rolls-Royce Nene @Aircraft Engine Historical Society


참고자료 및 출처

* Cover image by NewYork Heritage

1. Wikipedia, Metropolitan-Vickers F.2

2. Wikipedia, BMW 003

3. Wikipedia, Jumo004

4. Wikipedia, Centrifugal compressor

5. Wikipedia, Axial-flow compressor

6. Wikipedia, Alan Arnold Griffith

7. 네이버 포스트 폴라리스 - 원심식, 축류식 터보제트엔진의 구별

8. 네이버 포스트 폴라리스 - 터보제트의 작동원리

9. 세계대전 떡밥 수용소, 독일 제트엔진의 우울

10. 세계대전 떡밥 수용소, 제트기가 대전 말에 얼굴 내민 잡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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