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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Jun 15. 2021

1946년, 최초와 최초 사이 :소련편

Lavochkin 설계국과 Sukhoi 설계국

1946년 9월 11일 Lavochkin La-150


1945년 2월 Lavochkin도 소련군이 독일에서 입수해온 Jumo 004B을 기반으로 제트 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다. 기체의 기본적인 외형은 중앙유체역학 연구소(ЦАГИ : TsAGI)에서 얻은 공기역학적 데이터를 사용하다 보니 MiG-9과 흡사한 형상으로 설계되었다. 다만, MiG-9의 주익이 동체를 가로지르게 위치했다면 La-150은 동체 위에 주익이 위치하는 고익 배치를 가졌다. 그리고 엔진은 당시 소련에서 Jumo 004B를 역설계 해 제작한 RD-10 엔진이 탑재되었다.


Lavochkin La-150 @Zona Militar

이후 1945년 6월에는 1대의 시제기가 제작되었는데 해당 공장이 다른 기체 생산으로 추가적인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후속 기체들은 다른 공장에서 제작되기로 했다. 하지만, 작업을 물려받은 해당 공장은 금속제 항공기를 제작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Lavochkin은 기체를 제작하고 평가하는데 큰 차질을 빚게 된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1945년 말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갈 수 있었고 이후 다양한 시험 및 설계 수정 등을 거쳐 La-150의 초도비행은 1946년 9월 11일에서야 실시될 수 있었다. 한편, 기존에 장착된 RD-10 엔진은 8.8kN의 추력을 낼 수 있었는데 수명은 고작 25시간밖에 되지 않아 기체가 제작되는 동안 엔진에도 약간의 개량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La-150은 시험 비행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시험 비행에서는 기수를 앞으로 들거나 내리는 것과 관련된 세로 안정성(lateral stability)과 기수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향하게 만드는 방향 안정성(directional stability)이 나쁘다는 것이 드러났으며 엔진 역시 한동안 La-150의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게다가 기존의 왕복 엔진 항공기들은 앞에 위치한 엔진이 공기를 데워줘 조종석 내부 온도가 어느 정도 유지되었지만 제트 엔진은 별도의 공조 시스템(duct system)이 없으면 고도가 상승함에 따라 조종석 내부 온도가 비행이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새롭게 발견되었다.


Lavochkin La-150 wing tip @War Thunder Forums

이러다 보니 La-150은 여러 차례 개량을 거치게 되었는데 그중 눈여겨볼만한 점은 방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익 끝을 아래로 35도 꺾은 점이다. 이는 예전 독일의 제트 전투기에 대해 다룬 글에서 He162이 고안한 방법과 동일하다. 그리고 세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승강타에 유압 장치를 추가했으며 조종석에도 방탄판과 사출장치가 갖춰지는 등 대대적인 개량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체의 중량은 350kg이나 더 무거워져 나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기체의 최고 속도는 873km/h에서 805km/h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도 La-152라는 새로운 기체가 제작 및 시험 단계에 들어간 터라 La-150는 더 이상의 개량이 이뤄지지 않은 채 1947년에 전면 중단되었다.


1946년 12월 05일 Lavochkin La-152/154/156


La-150에 이어 등장한 La-152는 성능 향상을 위해 엔진의 위치가 보다 앞으로 당겨지면서 기체는 전작보다 뭉툭해져 Yak-15와 비슷한 외형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La-152의 최고 속도는 전작 La-150에 비해 조금 빠른 840km/h에 달했다. 그렇게 1946년 12월 5일에 초도비행을 실시한 La-152는 1947년 6월이 되어서 양산 준비가 완료되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양산되지 못하였다. 다만 추측건대 양산에 실패한 이후 La-154가 등장한 것으로 보아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Yakovlev나 MiG 전투기들에 밀리지 않았을까 싶다.

Lavochkin La-152 @Wings Palette
Lavochkin La-152 @Prop & Jet

그래서 Lavochkin은 1946년대 말 La-152의 성능을 높이고자 소련의 첫 독자 개발 제트 엔진이자 RD-10보다 좀 더 강한 12.3kN의 추력을 낼 수 있는 Lyulka TR-1 엔진을 탑재하기로 한다. 이에 1947년 9월에 TR-1을 장착할 수 있도록 La-152의 재설계가 완료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TR-1을 탑재할 수 있는 시제기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지난 글에서도 보았듯 Lyulka TR-1 엔진의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걸핏하면 일정이 연기되었고 La-154 역시 TR-1 엔진의 개발이 난항을 겪자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만다.


한편, La-154가 개발 중일 때 소련에서는 RD-10을 기반으로 길이는 조금 길어지며 조금 더 무거워진 izdeliye YuF 엔진이 등장했다. 이 엔진에는 후기 연소 기능이 추가되어 30% 정도 더 강한 추력을 낼 수 있었으며 1946년 11월에는 La-152 시제기가 탑재되어 La-150D가 개발되었는데 한 달 뒤 La-156으로 제식 명칭이 바뀌었다. La-156은 La-152에서 파생된 기체이지만 음속을 지연시켜주는 새로운 에어포일이 적용되었고 미익에도 일부 개량이 이루어진 기체였다. 이후 첫 번째 시제기가 1947년 2월에 완성되어 3월 1일에 첫 비행에 성공하지만, Lavochkin은 La-156에 탑재된 엔진이 양산에 들어가기엔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프로그램은 중단되었다.

Lavochkin La-152 @Reddit


1946년 11월 13일 Sukhoi Su-9


마지막으로 소개할 전투기는 Sukhoi에서 개발한 Su-9이다. 오늘날 Sukhoi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전투기이자 아름다운 외형을 가진 Su-27 Flanker를 개발한 회사이지만, 1940년대 Sukhoi의 위상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Yakovlev와 MiG 그리고 Ilyushin 설계국에 밀렸고, 종전 후에도 회사를 대표할만한 항공기가 없어 존재감이 없는 회사였다. 그러나 그런 Sukhoi도 제트 전투기 개발 흐름에 따라 독자적인 제트 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Sukhoi 설계국 최초의 제트 전투기 Su-9는 앞서 세 회사가 내놓은 제트 전투기들과 차원이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엔진은 동체 안에 위치하지 않고 주익에 위치해 있었으며 소련이 독일로부터 노획해 온 Me262와 굉장히 흡사했다. 물론,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의 Kikka처럼 Me262와 다른 점이 일부 존재하지만 큰 틀에서는 동일한 항공기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러다 보니 Su-9가 스탈린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 개발이 중단됨은 물론 Sukhoi 설계국이 폐쇄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려올 정도이다.

Sukhoi Su-9 @Reddit

물론 실제로 Sukhoi가 Me262를 역설계했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소련이 참고할 수 있었던 제트 전투기는 독일의 Me262가 유일했고 독일에서 입수한 Jumo 004 엔진과 BMW 003 엔진은 실제로 역설계 해 운용한 점을 고려해보면 Me262를 역설계한 것은 아니더라도 Me262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항공기가 아닐지 의심이 든다. 그리고 소련은 기체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난 1946년 9월까지 4기의 Me262로 다양한 비행 테스트를 실시했으며 심지어 Me262를 그대로 베껴 양산하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계획은 일련의 비행 테스트에서 Me262의 결점들이 드러나면서 중단되었지만 양산까지 고려할 정도였다면 Su-9이 Me262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

Su-9 and Me262 @War Thunder Forums

하지만 한편으로는 1940년대 제트 엔진 기술의 제약에 따른 수렴 설계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당시 제트 엔진은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등 신뢰도가 낮았으며 추력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영국과 독일의 초기 제트 전투기들은 모두 2기의 제트 엔진을 탑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초기 제트 엔진은 공기 흡입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동체 내부에 넣기보다는 공기를 직접적으로 흡입할 수 있도록 날개에 장착했다는 점은 앞에서도 다루었다. 이는 Su-9 역시 마찬가지인데 앞서 다른 전투기들이 독일제 엔진을 역설계한 엔진을 탑재할 예정이었던 것과 달리 Su-9는 소련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제트 엔진을 탑재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엔진을 동체가 아닌 날개에 위치시킨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소련은 독일이 제트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입수한 뒤 1944년 5월부터 독자적인 제트 엔진 개발에 착수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Lyulka TR-1 엔진이었다. 그러나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운전은 1946년 8월에서야 가능했는데 시운전 결과 예상보다 부족한 추력 때문에 TR-1는 양산되지 못했다. 물론, 이후에도 추가적인 개선이 이뤄지지만 비슷한 시기 영국의 Derwent V 엔진과 Nene 엔진이 소련에 들어오고 이 역시 역설계에 성공해 각각 Klimov RD-500과 Klimov RD-45라는 이름으로 양산해내면서 TR-1이 설자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Su-11's TR-1 engine @WordPress.com

그래서 Su-9 역시 계획대로라면 Lyulka TR-1 엔진을 탑재해야 했지만 엔진이 제때 완성되지 못해 Jumo 004 엔진이 대신 장착되었고 1946년 11월 13일 처녀비행에 성공한다. 그리고 Me 262과 닮았다는 점 말고도 He 162의 사출 좌석을 탑재해 소련 최초의 사출 좌석이 구비된 항공기이기도 하다.


한편, Su-9는 1947년 8월 3일 대중에게 공개되었고 1948년 5월 25일까지 다양한 평가를 거쳐 양산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MiG-9나 Yak-15에 비해 속도가 느려 결국 양산되지는 못했다. 속도가 느리다는 점 하나로 양산이 취소되는 것이 허무해 보일 수 있지만 당시 제트 전투기의 유일한 장점이 속도였기 때문에 속도가 느린 제트 전투기는 짠맛을 잃은 소금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앞서 말했듯이 Me262를 닮은 외형 때문에 스탈린의 분노를 샀다는 소문도 있다.


1947년 5월 28일 : Sukhoi Su-11 and Su-13


Sukhoi Su-11 @Weapons and Warfare

하지만, Sukhoi가 개발 중이던 항공기가 Su-9 하나만은 아니었다. 1946년 Sukhoi는 Su-9의 첫 비행 준비가 한창이었을 때 시운전을 마친 TR-1 엔진을 탑재한 Su-11도 동시에 개발하고 있었다. 외형은 Su-9와 굉장히 흡사하지만 추가적인 풍동 실험 결과 엔진을 날개 아래가 아닌 날개 가운데에 장착하는 것이 항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얻으면서 엔진 위치가 마치 Gloster Meteor처럼 변경되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TR-1 엔진 자체가 결함을 일으키면서 Su-11 역시 개발이 중단되었다. 엔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영국의 Derwent V 엔진을 불법 복제한 RD-500 엔진을 탑재하고 후퇴각이 주어진 수평미익을 장착한 Su-13도 구상되었지만 시기적으로 1947년 말, 후퇴익을 지닌 MiG-15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록을 세우며 시험 비행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Su-13은 구상에서 그쳤다.




참고자료 및 출처


Wikipedia, Lavochkin La-150

Wikipedia, Lavochkin La-152

Wikipedia, Sukhoi Su-9 (1946)

Wikipedia, Lyulka TR-1

쿵디담, Sukhoi Su-9 / Сухой Су-9 (1946)

쿵디담, 라보츠킨 설계국의 첫 제트전투기 : 라보츠킨 La-150(Лавочкин Ла-150)

IT조선 [유승식의 밀리터리 프라모델 세계] ㉓러시아 공군과 수호이 전투기

무수천, 소련의 노획 Me262 시험비행에 대해 간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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