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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Jun 29. 2021

1947년, 후퇴익 1편

aerodynamics : swept wing

* 공학적인 내용을 수식을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사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사진이 꽤 많습니다. (실은 이래서 수식이 좋은겁니다.)


후퇴익이 등장하기 전까지 모든 전투기에는 타원익 또는 테이퍼익이 사용되었다. 타원익은 날개에서 발생하는 이상적인 양력 분포에 맞춰 설계된 날개인데 곡선이 많아 구조적으로 제작하기 어렵다 보니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테이퍼익으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타원익 다음으로 등장한 테이퍼익은 직선익과 타원익의 장점을 결합한 절충안이었는데 반드시 타원익처럼 양력 분포를 정확하게 맞추지 않아도 비슷한 양력 효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빠르게 타원익을 대체했다. 발목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청바지처럼 사다리꼴 모양을 가진 테이퍼익은 제작도 용이하고 양력 효율도 나쁘지 않아 타원익과 달리 후퇴익이 등장한 이후에도 오늘날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Supermarine Spitfire with elliptical wing @Wikipedia
Supermarine Spitfire with Clipped wing @Reddit

참고로, 위 사진은 동일한 Supermarine Spitfire가 하나는 완벽한 타원익을, 다른 하나는 양끝이 잘린 테이퍼익과 타원익 사이의 단계 Clipped wing을 한 모습이다. 날개 끝을 잘라 clipped wing을 가지게 된  Spitfire Mk.V는 그렇지 않은 Spitfire보다 더 우수한 롤 기동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과 미국을 대표한 Supermarine Spitfire와 North American P-51 Mustang이다. 테이퍼익과 타원익의 차이점을 잘 볼 수 있다.

Supermarine and Mustang @Air&Space Magazine

그리고 테이퍼익 다음으로 등장한 날개가 바로 오늘 다룰 후퇴익이다. 그런데 후퇴익이라는 개념 자체는 예전부터 존재했고 제한적으로나마 적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무미익 항공기는 양력 중심을 맞추기 위해 후퇴익을 사용했으며 적절한 후퇴각은 측풍에도 항공기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래서 고속으로 비행하지 않는 행글라이더도 후퇴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아무런 보조익이 없는 전익기 역시 후퇴각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후퇴익은 DC-3처럼 조종사의 좌우 시야 확보를 위해서나 Me262처럼 엔진의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이때까지 후퇴익은 항력 감소에 기여하는 바가 없어 별 주목받지 못하였고 사용하더라도 음속 돌파를 위해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1924년, 막스 뭉크(Max Munk)의 층류익(Laminar flow wing) 이론과 함께 후퇴익이란 개념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하더니 1935년에는 독일의 Adolf Busemann 박사가 로마에서 열린 볼타 회의에서 초음속 공기 흐름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며 진정한 후퇴익 개념을 선보이게 된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아무도 항공기가 그렇게 빨리 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 그의 발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공상과학의 영역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발표가 끝난 후 볼타 회의의 호스트 아르투로 크로코(Gaetano Arturo Crocco)는 모두가 식사를 하는 동안에 농담조로 메뉴판의 뒷면에 주익부터 미익까지 후퇴익을 잔뜩 적용한 ‘미래의 부즈만 박사의 비행기’를 그려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그가 그린 비행기는 비록 재래식 프로펠러가 달려 있었지만 뒤로 젖혀진 주익과 미익들은 1950년대에 와서 등장하는 미래의 전투기들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었다. 참고로, Adolf Busemann 박사는 Me262를 다룬 글에서도 잠깐 다룬 바 있다.

Adolf Busemann @Google art and Culture
Busemann's airplane @Secret projects Forum

그리고 볼타 회의 후 4년이 지나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전쟁 기간 동안 독일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다양한 로켓 항공기와 제트 항공기를 개발하면서 드디어 높은 속도에서 압축 효과에 시달리는 항공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독일 엔지니어들은 일찍이 고속 비행에 적합한 후퇴익을 연구했으며 그 결과 전쟁 말 Messerschmitt P.1101이나 Focke-wulf Ta183 Huckebein 같은 실험적이지만 선구적인 항공기들이 개발될 수 있었다. 그러나 1945년 중순 나치 독일은 패망했고 그들이 연구한 후퇴익에 대한 자료들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흩어졌다. 그렇게 미국은 독일의 P.1101을 가져와 다양한 후퇴각을 실험해볼 수 있는 Bell X-5 실험기를 제작했고, Ta183 Huckebein은 그 외형에서 알 수 있듯이 소련의 MiG-15와 아르헨티나에서 개발된 Pulqui Ⅱ의 개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 밖에도 독일이 연구한 후퇴익 관련 데이터들은 미국과 소련의 후퇴익 전투기 개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들에 대해서도 여기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고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Ta183 Huckebein @AviaDejaVu

물론, 미국과 소련 모두 독일로부터 후퇴익에 대한 자료가 입수되기 전부터 후퇴익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실제로 미국은 1945년 2월, NACA 엔지니어 로버트 T 존슨이 매우 큰 후퇴각을 주어 마치 삼각형과 같은 날개를 만든다면 후퇴익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음을 발견하고 불과 두 달여만인 4월에 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그의 논문은  NACA 랭글리 본부의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헛소리 취급을 받았으며 심지어 시어도어 데오도슨으로부터는 수학적인 증명을 요구받는 모욕을 받고 만다. 그리고 소련에서도 Mikoyan-Gurevich에서는 MiG-8을 개발해 선미익 후퇴익 구조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후퇴익에 대한 관심과 관련 항공기가 1945년 이후에 폭발적으로 등장한 것을 보면 독일로부터 건너 온 자료가 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거라 본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왜 후퇴익이 고속 비행에 적합한지 의문이 들 것이다.


우선, 후퇴익의 이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항공기가 음속에 다다른다는 말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마하수(Mach number)가 등장한다. 마하수는 항공기의 속도(v)를 소리의 속도(c)로 나눈 값인데 만약 항공기가 ‘마하1’로 비행하고 있다면 그건 현재 항공기가 소리와 동일한 속도로 비행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때 소리의 속도는 상수가 아닌 온도, 즉 고도에 따라 변하는 값이다.) 그런데 항공기의 모든 영역이 동시에 음속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항공기는 단순한 구(sphere)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부분은 매끄럽고 어떤 부분은 투박하게 튀어나와 있는 굉장히 균일하지 않은 형상을 가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보통 동체로부터 멀리 떨어져 가장 매끄럽게 만들어진 항공기의 날개 부분이 항공기의 몸통(동체)보다 먼저 음속에 도달한다. 참고로, 아래 그림을 보면 아직 M=1(음속)이 되지 않았음에도 날개 윗부분에서 충격파(Normal shock wave)가 발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critical Mach number @Wikipedia

그래서 우리는 항공기 전체가 마하1에 도달하는 시점과 별개로 항공기의 특정 부분에서 초음속 유동(마하1)이 발생할 때의 항공기 속도를 임계 마하수(Critical Mach number)라고 따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항공기가 마하1에 도달하면 공기가 빠르게 압축되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충격파(shock wave)’가 발생해 ‘조파항력(wave drag)’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는 ‘충격파’나 ‘조파항력’이 항공기의 원활한 비행을 방해한다는 점만 알아두고 자세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다룰 것이다.


그러니 충격파와 조파항력이 항공기의 비행을 방해한다는 점만 알아두고 이들이 최대한 일어나지 않도록, 또는 최대한 나중에 일어나도록 지연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이를 위해선 충격파가 일어나는 과정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충격파가 일어나기 전에 임계 마하수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항공기가 임계 마하수에 도달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슬프게도 수학을 조금 사용해야 한다. 그러니 다음 시간에 이어서 다루도록 하겠다.




Cover image by BAE Systems


참고자료

Wikipedia, Luftfahrtforschungsanstalt

PBD, Design Innovation for Jet-Powered Flight: The Swept Wing

flyaspitfire.com 'Clipped spitfire wings-why did some spitfires have them?'

Fundamental of Aerodynamics 5th Edtion - John D. Anderson

Fluid Mechanics fundamental of Applications 2nd Edition - Cengel & Climbala

Leeham News and Analysis, Bjorn's Corner : Yaw stability, Part3.

AeroToolbox, Sweep Angle and Supersonic 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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