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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Jul 06. 2021

1947년, 후퇴익 2편

Aerodynamics : swept wing

지난 글에 이어진 내용이며 이번 글 역시 사진이 많습니다.

Swept wing @AeroToolBox.net
Spanwise Flow @BoldMethod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직선익의 날개는 공기의 흐름이 모두 날개 위를 지난다. 따라서 비행기의 속도와 날개 위 공기의 속도가 대체로 동일하다. 하지만, 날개가 조금 뒤로 젖혀지면 공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날개의 후퇴각 방향(주황색)으로 흘러가고 다른 하나는 날개에 수직(파란색)으로 흘러간다. 즉, 공기의 흐름이 두 갈래로 나뉘면서 비행기는 10의 속도(검정)로 날더라도 날개가 실질적으로 느끼는 공기의 속도(파란색)는 10보다 작아지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항공기가 이미 음속에 도달했음에도 날개 위의 공기 흐름은 아직 음속에 도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후퇴각을 키우면 키울수록 이러한 효과는 커지게 될 것이다.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후퇴익을 사용하면 항공기를 앞에서 봤을 때의 면적이 줄어드는 이점도 있다. 이를 정면도 면적(frontal area)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항력을 계산할 때 이 정면도 면적을 사용한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왜 사이클 선수들이 되게 불편해 보일 정도로 몸을 쭈그린 채 자전거를 타는지 생각해 보면 편하다. 반대로 동일한 정면도 면적이라면 후퇴각은 더 넓은 면적을 가질 수 있어 압력이 분산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왜냐면 압력은 힘을 면적으로 나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울어진 날개는 익형을 보다 얇게 만들어주는 효과도 있어 후퇴익은 여러모로 고속 비행에 적합하다.

@모빌리티의 퀄리티는 진화되어야 한다 티스토리

그리고 아래 사진을 보면 왜 후퇴익이 측풍이 불 때 안정적인지 알 수 있다. 우선,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직선익을 가지면 비행기에 측풍이 불더라도 정면도 면적(frontal area)에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후퇴각을 가지게 되면 항공기의 무게 중심을 기준으로 한쪽은 면적이 좁아지고 다른 한쪽은 면적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항력은 면적에 비례하므로 자연스럽게 면적 차에 따른 항력 불균형이 일어나 자동으로 기체가 바람의 방향과 일치하게 정렬된다.

Yaw stability of swept wing @Code7700

하지만, 이런 후퇴익도 장점만 존재하는 완벽한 날개는 아니라서 처음 도입되었을 땐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우선, 후퇴익은 저속에서 양력을 잘 만들어내지 못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후퇴익은 공기의 흐름이 두 갈래로 나뉘는 바람에 날개 위 공기 흐름이 원래 속도보다 느려진다. 그리고 날개 방향으로 흐르는 공기는 날개 끝에서 와류를 일으켜 기체가 이착륙할 때 기수를 들어 올려버린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후퇴익은 저속에서 굉장히 불안정했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저고도에서는 작은 후퇴각을 가지면서, 고고도에서 고속으로 비행할 때는 후퇴각을 키울 수 있는 가변익을 고안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Me262를 운용했던 나치 독일도 마찬가지였으며 독일은 이에 P.1101 실험기를 제작하게 된다. 그러나 전쟁에서 나치 독일이 패망하자 P.1101은 미국으로 넘어가 Bell X-5 가변익 실험 항공기가 되어 각도에 따라 항공기의 비행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변익 항공기에 대한 관심은 레이더와 로켓의 발달로 등장한 지대공 미사일이 본격적으로 항공기에 위협이 되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주목받는다.

Bell X-5 @Air Force Museum

두 번째, 더 빠른 속도로 날기 위해선 더 큰 후퇴각을 주어야 하는데 후퇴각을 키우면 키울수록 기체의 날개는 구조적으로 약해지고 만다. 이는 평행한 두 선분 사이에 넓이가 동일한 직사각형과 평행사변형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직선익이라 할 수 있는 직사각형과 후퇴익이라 할 수 있는 평행사변형의 밑변과 윗변의 높이는 같을지라도 옆면의 길이에서 차이가 난다. 당연히 직사각형의 길이가 평행사변형의 길이보다 짧을 것이다. 그래서 공학자들은 날개 뒷전에 보(spar)를 하나 더 추가해 빈 공간을 메꾼 ‘삼각익(delta wing)’을 고안해낸다. 물론, 이 삼각익 역시 독일의 Lippish 박사에 의해 연구 중이었던 것인데 전후 승전국들에게로 넘어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삼각익은 오늘날까지도 사용되는 중이다.

Lippisch DM-1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smithsonian

세 번째, 공기가 날개를 따라 끝으로 이동하면서 와류를 만들어냈고, 이 와류는 다양한 문제를 일으켰다. 우선, 이 와류는 기체의 날개 끝을 눌러 항공기의 기수를 들어 올리는 pitch-up 현상을 일으키며 항공기를 위험에 빠트렸다. 이러다 보니 초기 초음속 전투기의 대표라 할 수 있는 F-100은 저속에서 고 받음각으로 이착륙을 시도할 때 기체의 기수가 들린 채 기체가 요동치는 ‘sabre dance’ 현상을 종종 일으켰다. 그래서 공학자들은 윙 펜스(wing fence)를 세워 날개 방향 공기 흐름을 억제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밖에도 조금 황당한 방법이기도 한데 되려 날개 끝의 면적을 더 키워버리는 역테이퍼익을 사용하는 방안도 시도된 적이 있다. 물론, 이 방법은 날개 뿌리에 엄청난 피로를 주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찾아볼 수 없으며 역테이퍼익을 가진 기체는 Republic의 XF-91이 유일하다.

Republic XF-91 Thunderceptor @Wikipedia

그리고 날개 끝에서 만들어진 와류는 날개 끝에 위치한 에일러론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했다. 여기서 에일러론은 러더, 엘리베이터와 함께 항공기의 기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조종면인데 후퇴익의 경우 받음각이 커지거나 급기동을 할 때 날개 끝에서 실속이 발생하면서 에일러론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 역시 엔지니어들은 날개를 뒤로 젖히지 않고 아예 앞으로 젖히는 전진익을 고안해냈다. 이렇게 하면 날개 방향의 공기 흐름이 날개 끝이 아닌 날개 뿌리로 향해 날개 끝에서 와류가 덜 발생하게 되고 실속도 날개 뿌리에서 걸리게 된다. 비록 날개 뿌리에 실속이 걸리긴 하지만 날개 뿌리에는 이착륙할 때만 사용하는 플랩이 위치하기 때문에 기동성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Grumman X-29 @CNN.com


참고로, 앞에서 언급한 가변익, 삼각익, 전진익, 역테이퍼익 등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자세히 다룰 예정이니 이번 글에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가볍게 읽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Cover image by Air Force Museum

참고자료

Wikipedia, Luftfahrtforschungsanstalt

PBD, Design Innovation for Jet-Powered Flight: The Swept Wing

flyaspitfire.com 'Clipped spitfire wings-why did some spitfires have them?'

Fundamental of Aerodynamics 5th Edtion - John D. Anderson

Fluid Mechanics fundamental of Applications 2nd Edition - Cengel & Climbala

Leeham News and Analysis, Bjorn's Corner : Yaw stability, Part3.

AeroToolbox, Sweep Angle and Supersonic 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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