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정우 Jul 27. 2021

항공기와 색깔 : 주황색과 흰색

왜 주황색일까?

앞서 언급한 항공기들을 다룰 때 '주황색'으로 도색했다가 '흰색'으로 도색이 바뀌는 이야기를 했다. 이에 대해서 주황색은 '시인성'을 높여준다고 이야기했다가 또 다른 글에서 보면 흰색으로 도색한 이유에 대해 '시인성'을 높여준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 돌아다닌다.

출처 : Pinterest
출처 : AIrlife Times

실제로 '위키피디아'나 '미 공군 박물관'을 검색해보면 X-1이 주황색으로 도색된 이유는 기체의 시인성을 높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위키피디아'에서 D-558-1의 도색이 주황색에서 흰색으로 바뀐 이유 역시 '시인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한다. 주황색도 시인성이 높다고 하는데 왜 다시 주황색에서 흰색으로 바뀌었는지 뭔가 이상함을 느껴 이에 대해 조사해보았다. (정확히는 이에 대해 고민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왜냐면 아무리 검색해보아도 공신력 있는 자료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내용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추론에 불과하다는 점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결론은 둘 다 시인성이 높은 것은 맞다. 우선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생각해보자. 항공기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블랙박스는 당시의 상황을 담고 있어 사고의 원인을 알아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정신없는 사고 현장에서 눈에 잘 띄도록 블랙박스라는 이름과 달리 '주황색'으로 도색되어 있다. 또 당연하지만 어떤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정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매우 튼튼하다.

블랙박스 @매일경제

그다음은 오늘날에도 주황색 도색을 사용하는 기체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없는 것 같지만 존재한다. 바로 미사일이나 미사일의 성능을 시험해볼 수 있는 표적기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지상에서 하늘을 보았을 때 얼마나 잘 보이느냐이다. 파랗고 또는 하얀 하늘 위에서 주황색 물체는 눈에 매우 잘 띈다. 그리고 동시에 이들은 일회용이다. 표적기는 미사일에 격추되면 끝이고 미사일도 한 번 발사되면 어딘가에 부딪혀 폭발한다.

Targeting drone @Military.com
출처 : The Aviation Geek Club

그럼 이 사실들을 바탕으로 다시 Bell X-1과 D-558-1으로 돌아와 보자. 이 항공기들은 속도 수립이 목적인 항공기이다. 즉, 지상의 관측자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 기체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얼마나 빠르게 날아가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미사일이나 표적기처럼 공중에 있을 때 눈에 잘 띄는 즉,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주황색으로 도색된 것이다.


두 번째는 이 항공기들은 모두 블랙박스처럼 '매우 튼튼하게'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NASA에서 운용하는 항공기들은 모두 흰색으로 도색되어 있다. 유체의 흐름을 가시화하기 위해서 또는 고속 비행 중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자 검은색 바탕을 가진 항공기들이 종종 있으나 대부분은 흰색이다. 이들이 흰색 도색을 가진 이유는 기체의 결함이 있는지 잘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기체가 흰색으로 도색되어 있다면 비행 중 유압이나 연료가 새어나가는지, 구부러지거나 열린 곳은 없는지 확인하기 용이할 것이다.

chaser plane 출처 : NASA
출처 : F-15 Flight Research Facility NASA

그런데 Bell X-1이나 Douglas D-558-1은 기체가 음속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어떤 힘을 받을지 몰라 18G까지 견딜 수 있도록 무식하게 설계된 기체들이다. 즉, 어느 정도 기체 결함에 대해서는 걱정할 일이 없는 기체라 제작자들은 주황색으로 도색을 해도 괜찮을 거라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다시 흰색으로 도색을 하기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도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바로 '환경변화'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은 음속을 돌파한 다음에는 더 높은 고도에서 더 높은 속도로 비행하는 실험에 투입되었다. 따라서 추론하건대 더 이상 지상에서 항공기를 관측할 일이 없어졌으며 더 높은 고도에서 더 높은 속도로 비행하는 만큼 기체에 더 큰 무리가 가해질 것이므로 이젠 기체의 결함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을 것이다. 즉, 흰색으로 도색해 기체가 비행 후 변형된 부분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생겼을 것이다.

출처 : NASA Armstrong Flight Research Center

마지막으로 여객기의 흰색 도색과 관련된 내용인데, 여객기가 흰색으로 도색하는 이유는 도색이 항공기의 중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즉, 가장 기본이 되는 흰색만 뿌리고 그 위에 아무것도 칠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항공기의 도색과 항공기 도료에 대해 알아봐야 하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한다.) 최소한의 도색을 뿌려 항공기의 무게를 절감시키고 이를 통해 더 빠르게 비행하고자 흰색으로 도색했을거라 추정한다.




그리고 제가 올해 8월부터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어 연재 일정에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재 방향에도 변화가 생길 것 같네요. 지금은 역사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젠 분야를 좁히고 공학적인 측면을 다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이번 글처럼 항공기에 대한 사소한 내용들을 다룰 것 같네요.


Cover image by Wikipedia 'RASCAL'

참고자료

작가의 이전글 1950년대 극동 1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