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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Aug 10. 2021

삼각형과 십자가 그리고 원자력

항공기 기수 앞에 그려진 기호의 의미

안녕하세요, 연구실에서 일하게 되면서 연재 일정을 수정하느라 한 주 쉬게 되었습니다. 간략하게 향후 일정을 말씀드리자면 지금 당장 준비하고 있는 내용은 중동과 극동의 항공기 개발 역사를 정리하면서 동시에 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카테고리로 항공 역사를 다룰 예정입니다. 전에 해온 것처럼 연도 순으로 항공기를 정리할 경우 (이것도 나름 고민한 차례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있더라고요.


우선, 미국이 항공기를 워낙 많이 개발하다 보니 다른 국가들의 항공 역사를 다루기 힘들어지고 진도가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개발한 기체들에는 공학적인 측면들도 고려할 게 많아 미국은 소련과 함께 단독으로 그리고 공학적인 내용을 가득 담아 작성할 계획입니다. (미국은 군용기가 종류별로 무지막지하게 많습니다.)


그리고 연도순으로 다룰 경우 아무리 같은 해라 하더라도 미국과 중동 그리고 극동을 동시에 다룰 수는 없습니다. 이러다 보면 연도순이 연도순이 아닌 게 되어버려 글의 흐름이 흐트러질 것 같더라고요. 모든 나라는 그런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이유, 역사적인 원인이 있는데 이 역시 '동시에' 다루기란 어지간히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저는 지금 세계사 책을 쓰는 게 아니니깐요.) 그래서 보다 하나의 흐름으로 잘 이어질 수 있도록 항공기 개발사를 6개의 카테고리로 나눠보았고 향후 이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제부터는 항공기에 대한 궁금했던 것, 조사하면서 흥미로웠던 정보들을 짧고 간단하게 다룰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연구실에서 일하는데 브런치에서도 장편의 글을 쓰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하고 배열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매주 진행하긴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처럼 짤막짤막하게 알게 된 내용을 올릴 예정입니다. 당연히 내용도 가볍고 사진도 많을 겁니다. :)




모든 비행기는 아니지만 어떤 기체를 보면 도대체 저게 임무랑 무슨 상관이 있을련지 의문이 드는 마크들이 있다. 예를 들면 과거 폭격기에 많이 그려진 'nose art'나 전투기에 그려진 'shark mouth' 등이 있다.

B-25 Mitchell's nose art @Pinterest
A-10A Thunderbolt's shark mouth @We are The Mighty

그래도 이런 그림들은 미적인 측면이라도 있어 보여 그렇다고 치지만 원자력 로고라던가 십자가 또는 삼각형 등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오늘은 그런 경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A-6B Prowler @Pinterest

미 해군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전자전기 EA-6B Prowler를 보면 기수 앞에 '핵'을 의미하는 로고가 그려져 있다. 이는 전자전 작전을 수행하는 기체라 강력한 레이더를 기수에 탑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력한 전파는 인체에 해로울 수 있으며 (대표적인 예가 청주 THAAD 배치 사건 등 ) 이는 마치 방사성을 띄는 물체가 내뿜는 방사선과 같다고 하여 이렇게 전자전 항공기의 레이돔에는 원자력 로고를 새겨둔 것이다.


그런데 왜 둘을 구분해야만 했을까? 왜냐면 전자전기 EA-6B Prowler는 공격기 A-6 Intruder를 기반으로 제작된 기체이다 보니 둘의 외형이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격기 A-6에는 2명의 조종사가 탑승하는 반면 전자전 작전을 수행하는 EA-6B에는 4명의 승무원이 탑승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앞에 둘, 뒤에 둘이다.) 당연히 탑재한 장비도 달랐기 때문에 기체의 중량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EA-6B's 4 seats with Nuclear mark @ US National Archives
Landing Signal Officer @Pinterest

문제는 항공모함에서 근무하는 착함장교(LSO:Landing Signal Officer)는 멀리서 항공모함에 착지하려는 A-6 Intruder와 EA-6B Prowler를 정확하게 구분해 이에 맞게 어레스트 기어를 설정해주어야 했다. 만약 A-6 보다 훨씬 무거운 EA-6B를 A-6라 착각하고 어레스트 기어를 가볍게 설정한다면 EA-6B는 활주로를 벗어나 더 정확히는 항공모함을 벗어나 바다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다.


착륙만 문제가 아니다. 이륙도 문제이다. 10만큼의 무게가 나가는 항공기를 6만큼 무게가 나가는 항공기 밀어줄 때랑 똑같이 밀어준다면 그 비행기는 그대로 바다에 빠질 것이다. 물론, LSO의 경우와 조금 다르게 갑판 위에서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 뒤에 이륙 절차가 진행되겠다만 사출장치를 조작하는 ICCS(Integrated Catapult Control Station)에서 근무하사람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물론, 나중에는 A-6가 퇴역함에 따라 더 이상 EA-6B와 A-6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져 핵 마크가 그려지지 않은 EA-6B도 존재한다. (그래도 전통에 따라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Prowler with Nuclear mark @Frontiers of Flight Museum
ICCS officer @US National Archive

비슷한 사례로 E-2C Hawkeye와 E-2D Advanced Hawkeye가 있다. 이 기체 역시 레이더와 엔진이 개량 작업을 거치면서 더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고 더 강력한 레이더를 장착하는 과정에서 기체가 조금 무거워졌다. 그러다보니 마찬가지로 E-2C는 Cross를 의미하는 십자가 모양이 기수 앞에 그려져있고 E-2D는 Delta를 의미하는 삼각형이 기수 앞에 그려져 있다.

E-2D Advanced Hawkeye @Military Machine
E-2D Advanced Hawkeye @Blog Before Flight
E-2C Hawkeye @Twitter
ICCS with E-2C @Wikimedia commons




참고자료 및 출처

Flight Global, Cutaway technical description : E-2D may not look pretty, but packs big new b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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