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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Aug 24. 2021

사라져버린 비행정(flying boat)

미 해군 함재기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해상 초계기로 넘어오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자료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현재 남미 항공 역사는 전반적인 흐름을 잡았고 지금은 관련 논문을 바탕으로 타당성 및 전문성을 높이는 중이며 중동 지역의 항공 역사 역시 전반적인 흐름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날 미 해군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지상 발진 해상 초계기인 P-3C Orion이나 P-3C의 후속기라 할 수 있는 P-8 Poseidon을 운용한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강력한 캐터펄트(Catapult)를 사용해 항공모함에서도 고정익 조기 경보기와 해상 초계기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 바다에서 이착륙할 수 있었던 비행정(flying boat)의 존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1927년 5월 20일에 찰스 린드버그가 역사상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점만 미루어 보았을 때 착륙 한 번 하지 않고 대서양을 건널 수는 없었을 것이며 그러다보니 비행정은 꽤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항공기였다고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즉, 현재 2021년을 기준으로 보아도 대서양을 무착륙 횡단한지 100년이 지나지 않았다.)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Charles Lindberg / 출처 : CTI Professional Flight Training
멋져 보이지만 활주로를 보라 / 출처 : Flickr

그리고 지금이야 공항 하면 잘 포장된 회색 활주로가 떠오를테지만 1940년대까지만 해도 잘 정비된 활주로는 많지 않았다. 바다를 건너는 장거리 비행을 하려면 비행기는 많은 양의 연료를 실을 수 있도록 자연스레 거대해진다. 게다가 당시 왕복 엔진의 효율은 지금의 터보 프롭보다 낮았기 때문에 더 많은 연료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리고 비행기는 덩치가 커질수록 더 큰 활주로를 필요로 하는데 바로 이 때문에 활주로가 문제가 된다. 정리하자면, 바다를 건너려면 비행기는 거대해져야 했고 거대한 비행기는 그에 걸맞는 거대한 활주로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실상 무한한 길이를 가진 활주로라 할 수 있는 바다로 눈을 돌린 것이다.


바다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항공기라면 굳이 거대한 활주로를 만들지 않아도 되었으며 대서양을 건너는 도중에 바다 한가운데에서 엔진이 고장 나더라도 비상 착'수'할 수 있었다. 특히 공중 급유 기술이 1940년대 말 1950년대 초에 성숙해진 점을 고려하면 왕복 엔진에 비해 연비도 부족하고 툭하면 고장 나는 제트 엔진 항공기들에게 대서양 횡단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제트 엔진이 등장한 이후에도 비행정은 꽤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다.


그래서 미 해군은 비행정의 이러한 장점들을 적극 활용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적의 전함이나 잠수함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전자장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해상 초계기나 조기 경보기는 지금도 기체에 많은 전자장비를 실을 수 있도록 여객기나 폭격기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더군다나 과거에는 집적화와 자동화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커다란 장비들과 함께 각각의 장비를 조작할 승무원들도 함께 탑승해야만 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적 잠수함이 연안 근처에서 활동 할리 없으므로 먼바다까지 나가려면 장거리 해상 비행 능력이 필수였기에 미 해군은 비행정을 적극 활용했다. 더군다나 헬리콥터가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비행정은 바다에 빠진 선원들을 구조하는데 훌륭한 수단이었다.

가장 많이 제작된 비행정 PBY Catalina / 출처 : Aviation Stack Exchange

그러나 1950년대 말 미 해군은 차세대 해상 초계기를 도입하는 입찰에서 지상 발진 초계기를 운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더 이상 비행정을 개발하지 않게 된다. 첫 번째. 비행정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비행정은 해수면에 착수할 것을 고려해 기체 하부를 배(ship)처럼 설계해야 해서 공기역학적으로 설계하는 데 제약이 있다. 그리고 바다 바람과 파도에 시달리는 비행정은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도 수명이 짧았다.


 번째, 1950년대부터 등장한 Forrestal 슈퍼 캐리어와 SLBM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장거리 비행을 위해서는 기체의 크기가 커지고 더군다나 초계기의 경우 항전장비까지 실어야 해서 더더욱  활주로가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제한된 공간에서 운용해야 하는 함재기가 다양한 장비를 달고 해상 초계 작전을 펼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러나 만재배수량 8   항공모함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뀌었다.  해군은 보다  함재기들을 운용할  있게 되었으며 여기에  만능주의와 로켓 기술의 발전은 굳이 비행기가 적진 깊숙이 들어갈 필요 없이 지상 또는 수면 아래에서 적을 일망타진할  있게 해주었다.

SLBM Polaris 출처 : Wikimedia commons

* 미 해군 최초의 SLBM인 폴라리스 미사일은 1959년에 첫 발사에 성공했다.

Forrestal Class Carrier 출처 : seaforces.org

* 1950년대 초에 건조되기 시작한 Forrestal급 항공모함은 1950년대 중반부터 취역하기 시작했다.


 번째, 항공 기술의 발전이다. 왕복 엔진 이후 등장한 제트 엔진은 2 세계 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됨에 따라 눈부시게 발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제트 엔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낮은 연비와 잦은 결함은 빠르게 해결되었고 공중급유 기술이 등장하면서 연비가 조금 낮더라도 충분히 장거리 해상 작전을 수행할  있게 되었다. 게다가 바다에 착수할 필요도 없어서 보다 항공역학적인 형상을 취할  있었으며 2 세계대전 이후 크고  정비된 활주로가  세계 곳곳에 건설되어 어디서든 거대한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 시킬  있게 되었다.

de Havilland Comet 출처 : Pinterest

* 1958년 최초로 Comet 여객기를 통해 trans-atlantic (대서양 횡단) 항공편이 만들어졌다.

Lucky Lady II 출처 : Wikimedia

* 1949년 KB-29 공중 급유기와 B-50 폭격기가 한 팀을 이뤄 무착륙 세계 일주에 성공한다.


그럼에도 해상 구조 작전은 바다 한가운데에 착륙할 수 있는 비행정만의 전유물이라 여겨졌지만 (실제로 비행정은 1960년대에 와서도 해상 구조 작전을 위해 베트남전에 투입되었다.) 이마저도 1950년대 중반부터 기술적으로 성숙한 헬리콥터들이 빠르게 전장에 투입되면서 비행정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출처 : CTI Professional FLight Training

* 헬리콥터의 대명사 Bell UH-1은 1956년에 초도비행에 나섰으며 1959년부터 실전 배치되었다.



참고자료

배경화면 출처 : UAV DACH eV, P6M SeaMaster

Wikipedia, Lucky Lady II

We are the mighty, Why the Navy doesn't use cool flying boats anymore

나무위키, 비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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