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이빨, 핀업걸 그리고 미키 마우스
과거 원시인들이 방패에 부릅뜬 눈이나 쫙 벌린 시뻘건 입을 그려 넣은 것처럼 무기에 얼굴을 그려 넣는 관습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등장한 항공기에도 이러한 전통은 이어져왔는데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대표적인 노즈 아트 중 하나인 Shark teeth는 크레타에 주둔했던 Luftwaffe가 시초이며 다소 선정적인 여자 사진 Pin-up girl은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노즈 아트’라는 문화 자체가 없었다. 영국이나 독일은 부대 내 통일된 형태 그리고 보다 얌전하고 점잖은 노즈 아트를 사용했으며 일본은 모든 장비는 덴노의 하사품이므로 함부로 손을 대선 안된다는 종교적 이유 떄문에 노즈 아트가 발달할 수 없었다.
Shark-teeth부터 살펴보자면, 처음에는 용맹함을 나타내기 위해 쓰였을 거라 추측하나 레이더와 각종 감시 장비가 발달한 오늘날에 위장 효과를 떨어트린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계속 사용된다는 점은 의문을 가질만하다.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줄 수 있다고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차이일 뿐, 사람에 따라 우스꽝스럽거나 되려 귀엽게 느껴지게 만든다.
따라서 명확한 근거는 알 수 없으나 나는 前 미 육군 데이브 그로스먼의 주장이 가장 납득할만하다고 본다. 그는 인간이 다른 개체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 살인에 대해 심리적인 저항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상대방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기지 안에서 버튼 하나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저항을 느끼지 않을지 몰라도 상대방의 모습, 심지어 얼굴까지 식별이 가능한 거리에서는 망설이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무기에 얼굴을 그리는 행위는 적의 공감 능력을 활용해 공격을 망설이게 만들며 반대로 아군에게는 장비에 대한 전우애를 키워줄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폭탄 처리 로봇을 운용하던 미군 병사들은 로봇이 적의 공격에 의해 파괴되자 마치 인간 전우가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큰 심리적 충격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리고 shark-teeth와 마찬가지로 군인들이 자신들이 조종하는 비행기에 대해 고유한 별명을 붙여주는 행위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핀업 걸(Pin-up girl)은 1980년대에 등장해 핀으로 벽에 걸어두고(pin-up) 볼 만큼 매력적인 여성을 일컫는데 제2차 세계대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핀업걸은 알베르트 바가스(Alberto Vargas)가 에스콰이어(Esquire) 잡지에 발표한 바가스 걸(Vargas Girl) 이었다. 이런 핀업걸들은 ‘남성의 원초적 본능’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견해도 있으나 사기 진작,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가족, 애인을 떠나온 군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그리고 영어권 국가에서 탈것에 여성격을 붙여주는 점 등에서 유래된 것이라 보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shark-teeth, pin-up girl에 이어 의외로 디즈니 캐릭터들도 노즈 아트에 많이 활용되었다. 당시 노즈 아트는 부대 내 그림에 재주가 있었던 병사들이 상관의 허가를 받아 그려주는 것이었는데 이때 디즈니 출신의 전문 아티스트들도 노즈 아트를 그려주곤 했다. 실제로 디즈니 스튜디오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기자기한 동화를 들려줄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2차 세계대전 중에 전쟁 선전 및 훈련 영화 등을 제작해 주었으며 대대나 부대의 휘장을 고안하고 그려줄 정도로 미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였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전성기를 누리던 노즈 아트들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다만 1990년대 걸프전, 사막의 폭풍 작전과 같이 중동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 노출이 심한 핀업걸 아트는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제거되거나 그림 위에 옷을 입히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고 한다.
네이버 포스트, 사이언스타임즈 「군 장비에 얼굴을 그리는 과학적 이유」
네이버 블로그, 서비 「노즈아트의 역사」
나무위키 「노즈 아트」
네이버 두산백과, 「핀업걸」